레코드 가게 20년, 직접 풍월 읊은 ‘풍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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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코드 가게로 시작한 지 20년 만에 레코드를 제작해 발매하기에 이르렀다.
이 음반은 2003년 '레코드 가게'란 단출한 간판을 달고 문을 연 풍월당이 개관 20돌을 맞아 제작했다.
원래 외국 음반사가 제작에 나섰지만 수익성을 이유로 중도에 하차하면서 풍월당이 나섰다.
20년을 맞은 풍월당은 클래식 음반 전문 매장이자 음악 감상실에, 음악 강의 공간이며, 간혹 작은 음악회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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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 연광철이 부른
우리 가곡 18곡 수록
레코드 가게로 시작한 지 20년 만에 레코드를 제작해 발매하기에 이르렀다. 그 많던 레코드 가게들이 하나둘 문을 닫는 와중에 변신을 거듭하며 영역을 넓혀왔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 사례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풍월당’은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 독특한 풍경으로 자리잡았다.
3일 오전 풍월당에서 세계적인 성악가 베이스 연광철(58)이 부르는 가곡 ‘그대 있음에’(김남조 작사, 김순애 작곡)가 흘러나왔다. 풍월당이 제작한 첫 음반 ‘고향의 봄’에 실린 곡이다. 독일 ‘궁정가수’ 칭호를 받은 바그너 전문 성악가가 힘을 쫙 빼고 읊조리듯 부른 우리 가곡에선 쓸쓸함이 묻어났다. 그가 반주 없이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부른 ‘고향의 봄’은 아련한 향수를 자극한다. 비목, 산유화, 기다리는 마음 등 대표적인 우리 가곡 18곡을 수록했다.
“유럽에서 외국 사람 역할을 하면서 노래 불렀던 30년은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에 혼란을 겼었던 세월이기도 해요. 우리 가곡을 부르면서 13살 때까지 전기도 안 들어오는 시골에 살던 정취를 떠올리며 제 모습을 다시 찾게 됐습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자신의 목소리를 듣던 연광철은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가사와 해설을 곁들인 160쪽 책자엔 영어와 독일어, 일본어로 가사를 번역해 실었다.
이 음반은 2003년 ‘레코드 가게’란 단출한 간판을 달고 문을 연 풍월당이 개관 20돌을 맞아 제작했다. 원래 외국 음반사가 제작에 나섰지만 수익성을 이유로 중도에 하차하면서 풍월당이 나섰다.
20년을 맞은 풍월당은 클래식 음반 전문 매장이자 음악 감상실에, 음악 강의 공간이며, 간혹 작은 음악회도 연다. 음악 관련 책을 내는 출판사에, 책을 읽으며 커피도 마실 수 있는 클래식 애호가들의 사랑방이다. 박종호(63) 대표는 정신과 의사이자 클래식 관련 책을 여러 권 쓴 전문가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음반 가게로는 수지를 맞출 수 없었다. 적자를 버티다 못해 2007년부터 음악 관련 강의를 시작했는데, 이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최성은(49) 풍월당 실장은 “음반을 많이 팔려면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강의를 시작했다”고 했다. 지금도 박종호 대표가 1주에 5개 비공개 강의를 이어간다. 토요일엔 공개 강의를 연다. 강의 수익이 음반 수익을 앞지른 지 오래다.
2017년엔 출판사로 등록해 음악 관련 책을 내기 시작했다. ‘브람스 평전’을 시작으로 ‘아바도 평전’ ‘슈만 평전’ 등 지금까지 출간한 책이 50권에 이른다. 분량이 두툼하고 다른 출판사들이 기피하는 책들이었는데 꾸준히 팔려나갔다. 최성은 실장은 “최근 ‘밀림의 성자’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가 쓴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를 출판했는데, 1344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책임에도 2천부 넘게 팔렸다”고 했다.
코로나19로 대면 강의가 어려워졌다. 궁리 끝에 강의를 영상으로 제작해 디브이디(DVD)나 유에스비(USB)로 보내는 방법으로 이어갔다. 구독 서비스도 시작했다. ‘바람의 선물’이란 이름을 달고, 무크지(비정기 단행본)인 ‘풍월한담’과 예술가 평전, 굿즈 등을 매달 보내주는 유료 서비스는 구독자 1천명을 돌파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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