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에 가을야구 데뷔→전 경기 투혼→PO MVP…초인이 된 예비역 전천후 “힘든 걸 못 느낀다”
[OSEN=수원, 이후광 기자] “가을야구의 기분을 너무 느껴보고 싶어요.”
손동현(22·KT)은 지난 8월 말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생애 첫 포스트시즌 출전을 갈망했다. KT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했고, 2021년에는 통합우승까지 달성했지만 2021년 3월 상무로 입대한 손동현은 그 자리에 없었다.
손동현은 당시 “2020년 엔트리에 들지 못했고, 2021년 우승은 상무에서 봤고, 작년에는 9월 말 전역 이후 엔트리에 못 들었다”라며 “룸메이트인 (배)제성이 형에게 가을야구를 하면 어떤 기분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형이 ‘원래 평균 구속이 144km였는데 가을야구에 가니 148km가 됐다. 정말 미친다’라는 말을 해줬다. 나 또한 그런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라고 밝혔다.
KT의 정규시즌 2위 확정과 함께 손동현은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승선하며 마침내 데뷔 첫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을 이뤘다. 그리고 NC 상대 전 경기(5경기)에 출전해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0(7이닝 무실점)의 ‘미친 호투’를 선보이며 팀의 리버스스윕 및 한국시리즈행을 이끌었다. 손동현은 이에 힘입어 기자단 투표 71표 중 39표(54.9%)를 획득해 플레이오프 MVP(상금 300만 원)에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최종 5차전에서 2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손동현은 “이번 시리즈에 전 경기 등판했는데 위기 상황을 뒤집어서 너무 행복하다”라며 “지금 힘든 건 없다. 팀을 승리로 이끄는 데 도움이 돼서 너무 행복하다”라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시리즈 MVP 욕심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거짓말 안 하고 진짜 제발 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 사실 어제(4일) 긴장을 엄청 많이 해서 잠도 잘 못 잤다. 이기기만 해달라고 하면서 여기까지 왔다”라고 답했다.
손동현은 성남고를 나와 2019년 신인드래프트서 KT 2차 3라운드 21순위로 입단했다. 데뷔 시즌 34경기 2승 3패 5홀드 평균자책점 4.75의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이듬해에도 23경기에 출전했지만 올해 정도의 임팩트는 없었다. 손동현은 2020년 플레이오프 엔트리 탈락의 아픔을 뒤로 하고 2021년 3월 국군체육부대(상무)로 향해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작년 9월 전역한 손동현은 첫 풀타임 시즌을 맞아 박영현, 김재윤과 함께 KT 뒷문 트리오를 구축했다. 손동현의 시즌 기록은 64경기 8승 5패 1세이브 15홀드 평균자책점 3.42로, 데뷔 4년 만에 필승조, 추격조, 롱릴리프 등 어떤 상황에서도 출격 가능한 ‘애니콜’로 우뚝 섰다. 각종 지표가 모두 커리어 하이이며, 이닝의 경우 불펜투수 기준 전체 5위(73⅔이닝)에 올랐다.
생애 첫 가을야구를 맞이한 손동현은 플레이오프 5경기에 모두 출격했다. 결과는 평균자책점 0. 1차전 1이닝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시작으로 2차전 2이닝 1탈삼진 무실점, 3차전 1이닝 무실점 홀드, 4차전 1이닝 무실점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박영현이 확실한 승부처를 담당하는 투수라면 손동현은 승부처는 기본이고, 경기 양상이 승부처로 향하는 과정에서도 중용을 받았다.
이강철 감독은 “손동현이 MVP를 받을 거 같더라”라며 “이렇게까지 잘할 거라고 생각 안 했는데 시즌 막판 박영현의 빈자리를 메운 경험이 많이 도움 되지않았나 싶다. 청백전 때도 구위가 제일 눈에 들어오더라. 잘 활용했는데 고맙게 잘해준 것 같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이에 손동현은 “처음 2패를 했을 때는 경기 다음 날 조금 근육이 뭉쳤는데 이기니까 그런 게 사라졌다. 몸이 계속 가벼웠고 계속 나가고 싶었다”라며 “박영현의 공백을 메운 부분이 좋게 작용했다. 플레이오프 준비하면서 정말 잘 준비했다고 느꼈고 자신감도 생겼는데 그런 부분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선배 배제성의 조언처럼 가을야구 마운드에 오르자 초인적인 힘이 나왔을까. 손동현은 “나도 몸소 느꼈다”라고 웃으며 “원래 정규시즌 때는 멀티이닝 던질 때 두 번째 이닝에서 안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이제 그런 건 신경이 안 쓰인다. 개수가 많아져도 힘든 걸 못 느끼고 던졌다”라고 전했다.
손동현의 다음 상대는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정규시즌 1위 LG다. 6일 하루 휴식 후 7일 LG의 홈인 서울 잠실구장에서 대망의 1차전이 펼쳐진다. NC보다 타선이 막강한 LG를 이기기 위해선 다시 한 번 손동현의 '미친 활약' 필요하다.
손동현은 “지금 플레이오프를 이겼다는 자체가 꿈만 같다”라며 “한국시리즈는 들어가 봐야 어떤 느낌일지 알 거 같은데 기대가 된다. 팀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LG랑 좋은 경기할 것 같다”라고 플레이오프의 기세를 한국시리즈까지 잇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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