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 실수 논란’ 포항 몰수패 여부 ‘맞다, 아니다’ 팽팽하게 엇갈려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포항 스틸러스가 전북 현대를 누르고 대한축구협회(FA)컵 정상에 올랐지만 장외 전쟁이 하나 더 남았다. 두 팀이 겨룬 프로축구 K리그1에서 발생한 ‘교체 실수 사태’와 관련해서다. 전북이 이의를 제기하며 포항의 몰수패를 주장하는 가운데 프로축구연맹은 FA컵 결승전 이후 징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프로연맹은 지난달 30일 경기평가회의를 끝냈다. 전북과 포항의 소명 자료를 받았으며 심판평가관, 상벌위원회 등 내부 견해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연맹 관계자 의견도 포함됐는데 포항의 몰수패 여부에 대해 ‘맞다’와 ‘아니다’라는 견해가 팽팽하게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은 지난달 28일 전북과 K리그1 35라운드 원정 경기(1-1 무)에서 전반 26분 다친 김용환 대신 같은 풀백 포지션의 신광훈을 투입하려고 했다. 그런데 대기심의 교체판에는 ‘3번(김용환) 아웃, 17번(신광훈) 인’이 아니라 ‘7번(김인성) 아웃, 신광훈 인’으로 돼 있었다. 이때 신광훈이 투입됐고 김용환은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나 있었지만 김인성은 계속 경기를 뛰었다. 전북이 이후 항의했고 심판진이 뒤늦게 파악했다. 포항은 6분 뒤 김인성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김승대를 투입했다. 김용환이 그라운드 밖에 있긴 했지만 기록상으로는 포항이 6분동안 12명의 선수가 뛴 것이다.
이를 두고 포항의 몰수패가 맞다는 쪽에서는 ‘무자격 선수가 출장한 것이 경기 중 또는 경기 후 발각돼 종료 후 48시간 이내 상대 클럽으로부터 이의가 제기된 경우, 해당 클럽은 0-3 패배로 간주된다’는 프로연맹 규정을 들었다. 또 이유를 차치하고 포항이 최초 김인성을 교체 대상자로 잘못 적어냈고, 그가 계속 경기를 뛴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견해가 나왔다.
반면 포항의 몰수패가 바르지 않다는 쪽에서는 연맹 규정으로 둔 ‘무자격 선수’ 범위에 김인성이 들어맞는지를 언급했다. 연맹 규정 내 무자격 선수는 ‘K리그 미등록 선수, 경고 누적 또는 퇴장으로 인하여 출전이 정지된 선수, 상벌위원회 징계, 외국인 출전 제한 규정을 위반한 선수 등 위반한 시점에서 경기 출전 자격이 없는 모든 선수’로 돼 있다. 또 포항이 실수를 저질렀고, 김인성이 교체 대상자로 인지 여부를 떠나 심판진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견해가 나왔다. 국제축구평의회(IFAB) 경기 규칙 제3조 제3항에도 ‘교체될 선수가 떠나기를 거부한다면, 경기를 계속한다’고 돼 있다.
결국 징계를 판단하는 데 잣대가 되는 건 유사 사례다. 가장 유사한 건 지난해 4월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과 프라이부르크전이다. 이 경기 역시 전북-포항전과 거의 같은 교체 실수가 발생했다. 후반 40분께 뮌헨이 2명이 선수를 교체하려고 했는데 대기심이 교체 선수의 등번호를 잘못 표기해 들어올렸고, 선수들이 인지하지 못했다. 20초가량 뮌헨은 12명의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뛰었다. 프라이부르크는 뮌헨의 0-2 몰수패를 주장했다. 그러나 독일축구협회(DFB)는 ‘12명 선수가 일시적으로 뛰게 된 건 본질적으로 심판의 과실’이라면서 기각한 적이 있다.
프로연맹도 결과적으로 포항에 징계를 매기는 데엔 공감하나 전북이 제기한 몰수패는 기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K리그 복수 고위 관계자는 “워낙 팽팽하게 견해가 엇갈린 만큼 막판 판단 변수가 존재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심판을 관할하는 대한축구협회(KFA)는 사태 발생 사흘 뒤인 지난달 31일 심판평가 소위원회를 열고 전북-포항전을 주재한 심판 6명 모두에게 잔여 시즌 배정 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정민 KFA 심판위원장은 “부상자 이송, 경기장 주변 치료 및 선수 교체가 동시에 일어난 상황에서 발생한 심판의 착각은 인간적인 실수라고 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 축구의 최고 레벨이라 할 수 있는 K리그1 에서는 이를 용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젠 포항 구단에 대한 프로연맹의 선택이 남았다. 포항은 K리그1에서 승점 60으로 2위에 매겨져 있는데, 전북이 승점 53(4위)으로 추격 중이다. 몰수패 여부에 따라 막판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출전 티켓 향방이 엇갈릴 수도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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