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서 다 하고 있다는 ‘이 게임’…일본서 중국과 한판 붙는다 [르포]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3. 11. 6.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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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 성지’ 도쿄 아키하바라 가보니
서브컬처 본산지 점령한 韓中게임
광고 ‘핫스팟’ 마케팅 경쟁 불붙어
넥슨 ‘블루아카이브’ 흥행 역주행
中 호요버스 ‘원신’ 누적매출 7조
24일 일본 아키하바라역 광장 앞에 가판대와 벽면 광고판에 중국 호요버스 게임 ‘원신(왼쪽)’과 넥슨게임즈 ‘블루아카이브’ 광고가 배치돼 있다. [도쿄 = 황순민 기자]
지난달말 일본 최대 전자상가 밀집지 도쿄 아키하바라 중심가. 이곳에 위치한 대형 광고판과 가판대 등에서는 일본 내수 게임 대신 한국과 중국의 유명 게임 광고가 보행자들의 시선을 강탈하고 있었다.

전 세계 ‘덕후들의 성지’로 불리는 아키하바라는 게임과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등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대거 몰려 있어 서브컬처 지식재산권(IP)의 최신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전자거리 중심부 교차로 부근 대형 빌딩 벽면에는 중국 호요버스의 인기 게임 ‘원신’을 홍보하는 광고판이 줄줄이 배치됐다.

아키하바라 투어의 시작점으로 불리는 아키하바라역 건물 입구에는 넥슨게임즈의 국산 게임 ‘블루 아카이브’ 대형 광고판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키하바라에서 가장 비싸고, 광고 효과가 높은 ‘핫 스팟’을 한중 게임사가 차지한 것이다. 일본 게임보다 완성도가 높아진 한중 서브컬처 게임이 일본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풍경이다.

서브컬처 본고장인 일본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 게임사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서브컬처 게임은 일본 애니메이션풍의 소녀 캐릭터를 내세워 세계관을 만든 게임을 의미한다. 과거엔 특정 마니아층만을 타깃으로 했지만 최근엔 동아시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게임 장르로 떠올랐다.

열도 공략을 강화하기 위한 한중 게임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주기적인 게임 업데이트와 콜라보(협업)·이벤트, 서브컬처 성지인 아키하바라를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마케팅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 아키하바라역 벽면에 배치된 넥슨게임즈 ‘블루아카이브’ 광고판. [도쿄 = 황순민 기자]
5일 업계 등에 따르면 넥슨게임즈가 개발한 블루 아카이브는 일본 게임 차트에서 흥행 역주행을 기록하고 있다. 블루 아카이브는 일본 시장에서 처음으로 성공한 국산 IP다. 2021년 2월 일본에 출시된 이후 충성도가 높은 일본 사용자들을 사로잡아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6일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어떤 과학의 초전자포T’와의 콜라보 효과로 일본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1위를 3개월만에 탈환했다. 올해에만 4번째 일본 앱스토어 매출 순위 1위에 오른 것으로 현재까지도 상위권에 올라있다.

넥슨게임즈는 블루 아카이브의 일본 누적 매출을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업계에서는 일본 출시 이래 5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7~8월 일본과 한국 시장에서의 성과가 눈에 띄게 좋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블루 아카이브가 지난 8월 중국 시장에 출시되면서 국내 서브컬처 게임 최초의 매출 1조원 IP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중국 대표 게임사 호요버스는 ‘원신’, ‘붕괴:스타레일’ 등 킬러IP를 앞세워 일본 시장을 공략중이다. 서브컬처 게임 원신은 일본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메가히트·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른 서브컬처 게임이다.

2020년 9월 출시된 이 게임의 글로벌 누적 매출은 7조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원신의 누적 매출에서 일본은 23.3%로 중국(34.3%)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어 미국(16.5%)과 한국(6.2%)가 뒤를 이었다. 특히 모바일RPG 장르의 점유율이 낮은 미국에서도 2022년 매출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얻은 것이 특이점이다.

일본 아키하바라 중심가에 배치된 중국 호요버스 ‘원신’ 광고판. [도쿄 = 황순민 기자]
일본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모바일 게임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특히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의 다운로드 당 수익(RPD)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21달러)으로 미국(5달러)보다 4배 높고 중국(14달러), 한국(10달러)을 크게 앞선다.

서브컬처 장르에서 게임 출시와 굿즈 판매 등 글로벌 IP 확장을 도모하기에 앞서 본산지격인 일본은 최적의 테스트베드라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에 있는 한국과 중국 퍼블리셔들은 풍부한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미소녀를 테마로 한 모바일 게임 분야(서브컬처)에서 일본을 해외 시장 진출 교두보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다. 센서타워 분석(2021년 2월~2023년 5월 기준)에 따르면 블루 아카이브의 국가별 점유율은 일본이 74.5%로 압도적이고 한국이 12.1%, 미국이 6.4%로 뒤를 이었다.

한국 게임사가 개발하고 중국 회사가 퍼블리싱(배급)을 맡아 흥행작이 탄생하기도 했다. 한국 게임사 시프트업이 개발하고 텐센트가 퍼블리싱한 모바일RPG게임 ‘니케’는 올해 8월까지 일본 시장에서만 2억 1000만 달러의 수익을 달성하며 해외 모바일 게임 수익 순위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브컬처 게임의 경우 팬덤이 존재하기 때문에 마케팅에 용이하고 다른 모바일 게임에 피해 이용자당평균매출(ARPU)이 높아 대규모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굿즈, 피규어, TV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방식으로 IP확장이 가능하다.

실제로 아키하바라 곳곳의 서브컬처 전문 빌딩에서는 특별 가판대에서 중국 원신을 비롯해 국산 게임 니케 등의 굿즈가 활발히 판매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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