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산다!" 이마트도 외쳤다…'통합운영' 대세 된 까닭
통합운영으로 가격 등 경쟁력 높이기
쿠팡 등 약진에 위기감 커진 오프라인
신세계그룹이 이마트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한 수장 아래 두는 강수를 뒀다. 각 계열사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비용 절감과 경쟁력 제고를 동시에 노린다는 복안이다. 앞서 롯데와 GS리테일도 마트·슈퍼 등의 '원(One)' 팀을 외치며 채널 간 통합운영 체제를 가동했다. 그만큼 실적 악화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상황이 엄중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채양 아래 '헤쳐모인' 삼형제
6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지난 9월 이른 시기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오프라인 유통 사업군을 '원(One)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신임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가 이마트(대형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SSM), 이마트24(편의점)의 대표직을 모두 겸직하게 됐다. 계열사 세 곳을 수장 한 명에게 일임해 '통합운영'을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통합운영의 목표는 시너지다. 현재 3사 간 조직 통합 등 작업이 한창이다. 현재 대형마트, SSM, 편의점 내 '상품본부'가 통합 체제로 바뀌었다. 상품본부는 어떤 상품을 팔지, 어떤 브랜드를 입점할지 결정하는 유통 기업의 핵심 부서다. 이번 인사에서 황운기 이마트 상품본부장은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통합본부장에 선임됐다.
이마트는 앞으로 여러 시너지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합 소싱전략도 추진 중이다. 이는 상품 매입시 협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각 사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업태별로 상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해나가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며 "여러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롯데·GS도 외친 '원팀'
통합운영을 택한 것은 비단 이마트만이 아니다. 롯데마트 강성현 대표는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롯데슈퍼 대표를 겸직했다. 이후 슈퍼와 통합 소싱을 시작했다. 대형마트의 PB(자체브랜드) 상품을 슈퍼에서도 선보이는 등 가격 경쟁력을 높여왔다. 이 덕분에 롯데슈퍼는 지난해 40억원의 영업손실에서 올해 상반기 13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최근에는 마트와 슈퍼를 넘어 편의점과도 통합 소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일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세븐일레븐은 공동 기획 상품으로 커피를 출시하기도 했다. 3사 공동 소싱을 통해 원가 경쟁력도 높였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번 제품은 롯데마트에서 기존 판매하던 컵 커피류의 100㎖당 평균 판매가격보다 5%가량 싸다"고 설명했다.
GS리테일도 GS25(편의점), GS더프레시(슈퍼) 간의 통합 시너지를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재 GS더프레시의 MD(상품기획) 부문을 통해 소싱한 상품을 GS25에서도 판매 중이다. 편의점에서 계란과 쌀 등 상품의 판매가 두드러지는 성과를 냈다. 이외에도 GS리테일은 퀵커머스(근거리배송)에도 GS25와 GS더프레시를 도심형물류센터로 활용 중이다.
통합운영 대세된 배경은
이처럼 통합운영이 대세가 된 배경은 오프라인의 침체와 연관이 깊다. 온라인으로 쇼핑의 무게추가 넘어가면서 현재 대부분 오프라인 채널들은 실적 하락을 겪고 있다. 공동 소싱, 공동 마케팅을 외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기에 저출산, 고령화 등 다가오는 재앙적 난관도 있다. 한 데 뭉쳐 효율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통합운영은 각사가 추진하고 있는 DT(디지털 전환)과도 맞닿아 있다. 이전까지는 오프라인 계열사들이 각자도생으로 DT를 대비하는 구조였다. 예컨대 과거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가 따로 퀵커머스 전략을 추진하는 식이었다. 이 때문에 변화의 속도도 느렸고 효과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통합운영 체제는 이를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가 많다. 중복 투자를 막을 수 있는 데다, 각 계열사가 협업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다.
특히 쿠팡이 이들을 뭉치게 한 '메기 효과'를 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쿠팡은 덩치가 커졌지만 그 어느 유통 기업보다 유기적이고 재빠르다. 하나의 플랫폼 아래 신선, 패션, 뷰티 등 여러 상품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특히 '규모의 경제'를 십분 이용한다. 제품을 대거 소싱해 '싼' 가격에 팔고 '빠르게' 배송한다. 그 어느 기업보다 '유통의 본질'에 충실하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거치며 오프라인 쇼핑이 온라인 쇼핑에 주요 판매 채널의 자리를 내주게 됐다"며 "가격 경쟁력은 물론 배송까지 여러 면에서 취약성이 드러난 계기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형마트 매장 리뉴얼 등도 효율화의 일환"이라며 "이제 계열사 간 공동소싱 등 통합운영은 필연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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