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스마트병원의 현재와 다가올 미래

오응석 충남대병원 신경과 교수 2023. 11.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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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응석 충남대병원 신경과 교수

올해 4월 충남대병원에서는 스마트 수술실 개소식이 열렸다. 스마트 수술실은 모든 수술실의 진행 상황을 대기실 전광판에서 실시간으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으며 모바일앱, 문자메시지로 실시간 상황을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그간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려진 수술실 바깥 풍경은 보호자가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초조하게 대기하며 걱정하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반면, 스마트 수술실이 설치된 병원에서는 어디서든 수술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 보호자가 불안감 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의료진 또한 수술실 내에서 환자 정보, 수술 부위 등을 개별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어, 종이를 없애고, 환자안전을 증대시키며, 수술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구현됐다.

이 같은 '스마트병원'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정보통신기술(ICT)을 의료영역에 활용해 환자의 안전을 강화하고 의료의 질을 높이는 사업이라 하겠다.

사실, 지역 국공립대병원으로서 스마트병원 구축은 예산 확충과 투자가 필요한 쉽지 않은 시도였다. 다행히 정부의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지원사업에서 충남대병원이 스마트 수술실 컨소시엄을 맡게 돼 빠른 시간 안에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국내외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오늘날, 올해 5월에는 국내 의료진이 한발 앞선 의료시스템을 벤치마킹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덴마크 보건산업진흥원의 초정을 받아 덴마크로 건너갔다. 지난해 뉴스위크 선정 스마트병원 글로벌 16위에 오른 오르후스 대학병원을 포함, 4개 대학병원 등을 방문하고 관계자들과 토론하는 빡빡한 일정이었다.

덴마크는 일찍부터 슈퍼 병원 프로젝트(Super Hospital Project)라는 국가주도사업을 통해 스마트 의료기술 확충과 인프라 구축을 진행하고 있었다. 프로젝트 현장 곳곳을 돌아보는 가운데, 신경과 의료진이 지멘스와 함께 디지털 모니터링 향상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코펜하겐 릭스 왕립(Rigshospitalet) 대학병원이 인상적이었다.

병상의 환자가 눈을 깜박이거나 움직임이 있을 때, 반대로 움직임이 전혀 포착되지 않을 때, 이를 감지해 스마트폰 알람을 울리는 시스템을 테스트 중인 곳이었다. 디지털 모니터링 시스템이 상용화되면, 의료진은 환자 상태를 스마트폰 영상으로 확인해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어서, 간호사 혹은 의료진이 24시간 환자 옆을 지키지 못하는 현실을 어느 정도 보완해 줄 수 있다.

그밖에, 로봇공학을 병원 혁신에 활용하고 있는 오덴세 대학병원 의료로봇센터도 흥미로운 공간이었다. 오덴세 대학병원에서는 각 구역에서 채취한 샘플이나 기구들을 로봇 운송시스템으로 이송하고 있으며 로봇 각각을 병원 내 관제기를 통해 감시, 통제하고 있다. 병원 건물 중 긴 축의 길이가 1.6km에 달해 물류의 동선이 길어지는 문제를 로봇 수송으로 해소한 예다.

로봇을 도입한 후 4년간 로봇과 사람의 충돌이 0건일 정도로 안정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기술에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배터리, 통제모듈 등이 핵심 부품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스마트병원 컨소시엄에 들어있는 한림대병원에서도 로봇을 이용한 방역, 물품 운반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우리나라보다 환자 1인당 두 배 이상의 많은 의사 및 간호사 인력을 갖고 있으나, 생산인구 감소와 의료인력 공백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의료영역에서의 자동화, 디지털화를 포함 로봇개발, AI(인공지능) 개발에 국가재정을 투입해 왔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의료데이터의 디지털 전환에서 덴마크보다 뒤처진 세계 8위로 평가받았지만, 정보통신기술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두 나라 의료기관은 상호협력의 물꼬를 튼 이번 만남을 통해 의료협력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고, 실질적인 사업도 착수 중이다.

선진 의료의 현장을 살펴본 덴마크 방문은 스마트병원 실행 과정과 성과물을 눈으로 점검할 수 있는 귀한 경험이었다. 저출산, 고령화와 의료인력 부족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현재 우리에게 시급하게 닥친 문제이다. 의료공백 없이 대응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써 스마트병원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늦지 않게 고민하고 현실화하는 것만이 국민들의 건강한 미래를 담보할 수 있지 않을까. 다가올 미래에 관해 대한민국 구성원으로서, 또 한 사람의 의료인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었다. 오응석 충남대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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