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누가 사, 바보같은 車”…‘헛돈썼다’ 욕했는데, 타보니 “딱 좋아, 라곰” [카슐랭]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3. 11. 6.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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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착해진 업그레이드 폴스타2
힘·주행거리·보조금 모두 ‘UP’
15만대 판매됐지만 화재 없어
‘딱 좋은’ 스웨덴 ‘라곰’의 정수
폴스타2 [사진출처=폴스타, 편집]
“이래 가지고 누가 비싼 돈 주고 사겠나, 그 돈이면 벤츠·BMW도 사는데” 3년 만에 나왔는데 바꾼 티가 나지 않았다. 헛돈 썼다고 여겼다. 타본 뒤에야 깨달았다. 오해였다. 티 내지 않았는데 티가 났다. 뽐 내지 않았는데도 폼 났다. 겉치레보다는 속에 공들였다.

스웨덴 출신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가 내놓은 2024년형 업그레이드 폴스타2를 타본 소감이다.

겉모습은 3년 전 나온 모델과 별반 차이가 없다. 외모에 싫증을 잘 내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출시된 지 3년이면 첫인상을 결정하는 눈(램프), 코(라디에이터그릴), 입(범퍼)에 큰 변화를 주는 일반적인 변경 모델과 다르다.

코 전용 마스크 하나 쓴 게 사실상 다다. 프런트 그릴에 커버를 달았을 뿐이다. 프런트 그릴 위치에 전면 카메라와 중거리 레이더 등을 집약한 스마트존을 적용해서다.

폴스타3와 동일한 20인치 단조 알로이 휠을 탑재했지만 자세히 살펴보지 않는 한 와 닿지 않는다. 잘난 (척하는) 구석이 없어 보인다.

단정하고 세련되며 질리지 않아
2024년형 업그레이드 폴스타2 [사진출처=폴스타]
구미가 당기지 않는 게 정상이지만 왠지 끌린다. 국내 출시된 지도 2년이 다 돼 가지만 질리지 않는 디자인 효과다.

스웨덴 가구 브랜드인 이케아의 제품처럼 튀지 않으면서도 단정하고 세련되며 질리지 않는 매력을 지녔다.

볼보 느낌도 물씬 풍긴다. 볼보 콤팩트 모듈형 플랫폼 ‘CMA’를 기반으로 만들어서다. 볼보 상징인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티자(T)’ 주간주행등도 볼보 DNA를 보여준다.

대신 볼보 고성능 브랜드 출신답게 패스트백 스타일을 적용, 볼보 모델보다는 역동적이며 단단하게 디자인됐다.

세계 최초로 적용한 ‘프레임리스’ 사이드미러도 절제와 단순함을 통해 순수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스칸디나비안 미니멀 디자인의 정수다.

풀사이즈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에 점멸되는 폴스타 로고와 폴스타 심볼이 빛나는 헥사고날 기어 셀렉터는 감성 품질을 높여준다.

2024년형 업그레이드 폴스타2 실내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외모처럼 실내도 바뀐 게 없으면서 볼보 향기가 물씬 풍긴다. 볼보 SUV인 XC40 실내와 비슷하다.

부족한 신선함은 혁신으로 보완했다. 시트에 앉는 순간부터는 혁신이 느껴진다. 시동 버튼이 없어서다. ‘시트 센서’를 채택, 시트에 앉으면 시동이 걸린다.

디자인적으로도 우수하지만 크기를 30% 줄여 향상된 공기역학 성능도 제공한다. 한국인 디자이너의 손길이 담겼다.

국내 최초로 채택한 전기차 전용 티맵(TMAP)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기본 탑재했다. 태블릿 PC를 닮은 11.15인치 디스플레이는 터치 반응이 빠르다.

2열은 성인이 편하게 타기엔 좁게 여겨진다. 실제 앉아보면 보기보다는 넉넉한 편이지만 헤드룸 공간은 다소 잡다.

배터리를 추가로 넣은 2열 센터터널도 솟아있다. 2열 공간은 체급과 패스트백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엔진이 사라진 보닛에는 45ℓ 용량의 수납공간이 숨어있다. 트렁크 용량은 405ℓ다. 2열을 접으면 1095ℓ까지 확장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공들여
2024년형 업그레이드 폴스타2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겉으로 보이는 차별화는 사실상 없다. 대신 눈으로 볼 수 없는 부분에 공들였다.

2024년형 업그레이드 폴스타2는 차세대 영구자석 전기모터와 실리콘 카바이드 인버터를 탑재했다. 기존 모델보다 성능과 에너지 효율성이 개선됐다.

또 전륜구동에서 후륜구동으로 바꾼 뒤 세팅도 달리했다. 내연기관 차량에 비교하면 심장인 파워트레인이 바뀐 셈이다.

힘도 세지고 주행거리도 늘었다. 롱레인지 싱글모터의 최고출력은 기존 모델보다 68마력 증가한 299마력, 최대토크는 16.3kg·m 늘어난 50kg.m다. 제로백(100km/h까지 가속시간)도 6.2초로 1.2초 단축했다.

기존 모델과 동일한 용량의 78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했지만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49km로 32km 길어졌다.

롱레인지 듀얼모터 역시 새로운 리어모터를 기반으로 주행 경험을 강화했다. 상시 네 바퀴 굴림 방식(AWD)인 이전 모델과 달리 최고출력이 필요하지 않을 경우 프런트 모터와의 연결을 해제해 효율성을 향상시켰다.

최고출력은 기존 408마력에서 421마력으로, 최대토크는 67.3kg.m에서 75.5kg.m로 향상됐다. 제로백은 4.5초로 0.2초 단축했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79km로 45km 더 갈 수 있다. 전기차 약점인 저온 주행거리도 늘었다.

2024년형 업그레이드 폴스타2 [사진출처=폴스타]
역시 사용하기 전까지는 제대로 알 수 없는 디지털 편의성도 좋아졌다.

폴스타는 지속적으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Over-The-Air)를 통해 차량의 기능 개선 및 다양한 첨단 기능들을 추가해 왔다.

폴스타2에 전기차 최초로 탑재된 티맵(TMAP)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서울시의 지능형 교통 시스템(C-ITS)을 활용한다.

도심 내 실시간 신호등 정보 연동 길 안내, 주행 내 배터리 잔량을 기반으로 한 충전소 안내 등 강화된 전기차 전용 솔루션을 지원한다.

개인 최적화 음성 인식 AI 플랫폼 누구(NUGU 2.0)부터 웹 서핑,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가 가능한 웹 브라우저, 뉴스 등의 다양한 앱이 포함된 티맵 스토어를 제공한다.

올해 안에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웨이브(Wavve)와 인카페이먼트 시스템까지 도입할 계획이다.

폴스타의 강화된 OTA 서비스는 신규 구매자는 물론 기존 구매자도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다.

기존 모델에서는 옵션이었던 첨단 안전·편의사양도 기본화했다.

조향 어시스트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 교차로 교통 경고 및 긴급 제동, 후방 충돌 경고 및 방지, 360도 서라운드 카메라, 오토 디밍 사이드 미러, 휴대폰 무선 충전 기능 등이다.

2024년형 업그레이드 폴스타2 [사진출처=폴스타]
볼보와 마찬가지로 안전에 가장 많이 신경썼다. 안전성은 최상급이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유로앤캡(Euro NCAP) 자동차 안전도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5스타는 물론, 전기차 부문 종합 최고 평점을 기록했다. 전기차 분야에서 ‘안전의 대명사’가 된 셈이다.

앞좌석 이너 사이드 에어백을 탑재해 외부 충격 때 탑승자 간 충돌을 방지한다. 8개의 에어백으로 탑승자 안전도 확보했다.

폴스타2는 불 나지 않는 전기차다. 2020년 출시 이후 3년간 15만대 이상 팔렸지만 충전 불편과 함께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게 만드는 화재가 난 적이 없다.

올해 1~10월 수입 전기차 판매 1위(한국수입차협회 기준, 테슬라 모델 제외)로 1389대 판매된 국내에서도 당연히 ‘화재 제로(0)’다

100만원 올랐지만 더 착해졌다
2024년형 업그레이드 폴스타2 [사진출처=폴스타]
시승차는 업그레이드된 폴스타2 롱레인지 듀얼모터 모델이다. 스티어링은 가볍게, 표준, 단단하게 3가지 중에서 고를 수 있다.

회생제동 기능은 끄기, 낮음, 표준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끄기를 선택하면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가솔린차 느낌이 든다. 이질감이 없다.

시트는 몸을 탄탄하게 잡아준다. 저속에서는 스티어링을 가볍게, 회생제동 기능은 표준으로 설정했다.

기존 모델보다 정숙성과 승차감이 좋아졌다. 노면소음도 풍절음도 잘 잡아준다. 탁 트인 파노라믹 글라스는 하늘을 깨끗하게 품었다. 밤이라면 별밤지기 낭만도 선사해줄 것같다.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는 스티어링을 단단하게 설정하고 회생제동 기능은 껐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즉각 질주한다. 대신 인위적인 괴성을 지르지 않는다. 체감속도는 속도계보다 2~3배 빨랐다.

고속 안정감은 탁월했다. 지그재그 구간에서도 날카로우면서도 매끄럽게 통과했다.

2024년형 업그레이드 폴스타2 사이드미러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배터리 때문에 낮아진 무게중심, 전기차다운 즉각적인 반응, 단단한 하체가 어우러져 달리는 맛이 뛰어나다. 고성능 브랜드 출신답다.

지그재그 구간이나 내리막길에서 회생제동을 표준으로 설정하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 속도를 조절하고 충전 성능도 높여주는 ‘원페달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무난하게 작동한다. 차선을 벗어나지 않고 앞 차의 속도에 맞춰 가감속하면서 비교적 잘 따라간다.

아쉬운 점도 있다. 서스펜션이 단단해 과속방지턱에서는 충격이 왔다. 조수석에 탔을 때 회생제동 표준 단계에서는 가솔린 차량보다는 불편하다. 즉각 가속되고 충전효율을 높이기 위한 회생제동 때문에 멀미기도 올라온다.

가격은 여전히 착하다. 스탠다드 기준으로 기존 모델보다 100만원 올랐다.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마다 300만원 이상 오르는 게 일상화된 것을 감안하면 적게 인상한 셈이다.

플러스 팩 가격은 539만원에서 490만원으로 인하됐다. 픽셀 LED 헤드라이트를 추가한 파일럿 팩과 퍼포먼스 팩은 각각 299만원과 649만원으로 기존과 같다.

게다가 전력 효율성이 개선되면서 전기차 보조금도 많아졌다. 롱레인지 싱글모터 국고 보조금은 기존 488만원보다 12만원 증액된 500만원이다. 듀얼모터는 225만원으로 기존 201만원보다 24만원 많아졌다.

5년 10만km의 일반 부품 보증과 8년 16만km 고전압 배터리 보증도 기본이다. 5년 LTE 데이터 사용과 1년 플로(FLO) 뮤직앱 서비스도 기본으로 제공받는다.

티내지 않아도 티나는 ‘라곰’
2024년형 업그레이드 폴스타2 [사진출처=폴스타]
폴스타는 볼보처럼 스웨덴 삶에 투영된 ‘라곰’(lagom) 정신을 반영한 모델이다. 라곰은 ‘정(情)’이나 ‘거시기’처럼 딱 맞는 정의가 없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균형, 욕심과 낭비 없는 절제와 적당함, 자연 친화적인 단순한 삶,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 일부러 티내지 않는 삶 등을 말할 때 사용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좋다”, 중용(中庸) 등과 비슷한 뜻이다. 전기차 명분인 지속가능성도 따져보면 ‘라곰’과 관련있다.

라곰은 이케아가 일으킨 스칸디나비안 스타일, 미니멀 라이프 등의 핵심이기도 하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볼보에 반영됐다.

볼보 차량은 자연친화적인 인테리어, 질리지 않는 디자인, 겉치레보다는 내실 등을 추구한다.

벤츠나 BMW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달리 한눈에 확 사로잡는 매력은 없지만 볼수록 마음에 들기 시작한다. 타보면 그제서야 안다. “이래서 1년 기다려도 타는구나”

2024년형 업그레이드 폴스타2 [사진출처=폴스타]
볼보 출신 고성능 브랜드에서 출발한 폴스타의 폴스타2도 마찬가지다.

라곰처럼 딱히 무엇이 확실히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찬찬히 바라보고 앉아보고 만져보고 타보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업그레이드된 폴스타2도 처음에는 뭐가 좋은 지 모른다. 속을 더 알차게 구성하는 대신 그 돈으로 성형 수술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는 바보같은 행위일 수 있다.

속이 알찬 사람은 볼수록 끌림이 인다. 잘난 척 하지도 티 내지 않아도 티 난다. 업그레이드 폴스타2도 마찬가지다. 소비자에게는 더 이익이다. 내릴 때 안다.

“딱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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