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건설, 입주 6개월 앞두고 "260억원 더 내놔"

김노향 기자 2023. 11. 6.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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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따고 보자'… 두 얼굴의 시공사(3)] 유명무실한 정부 중재제도

[편집자주]정비사업(재재발·재건축) 공사비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적게는 20~30%에서 많게는 100% 공사비를 올리는 시공사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조합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이후 철근·콘크리트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해외 근로자 유출로 공사비가 가파르게 뛰고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시공사들의 주장이다. 금리 상승에 따른 따른 조달비용 증가도 공사비 인상 요인의 하나다. 조합도 이 같은 현실을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시공사가 요구하는 공사비 인상분이 적정하냐에 대해선 대체로 의구심을 갖는다. 공사비가 오른 만큼 조합원들의 부담도 커지기 때문에 섣불리 받아들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수십 차례의 협상에도 결국 시공사의 손을 놓는 사업장도 있다. 정부는 공사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중재에 나섰지만 민간에 대한 공공의 개입에는 한계가 있다. "일단 공사만 따고 보자"는 시공사들의 행태로 갈등은 더 첨예해지고 있다.

올해 5월 경기 남양주시 평내동 산87-11번지 일대 평내1구역(진주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은 조합과 시공사 서희건설의 공사비 분쟁으로 착공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진=머니S
◆기사 게재 순서
(1) '입찰 금액' 못 믿어… 시공사들 "정식 계약 아니다"
(2) "공사 못해" 협박에 사업 포기하는 조합 속출
(3) 서희건설, 입주 6개월 앞두고 "260억원 더 내놔"

#. 충남 천안시 성거읍에 위치한 '직산역 서희스타힐스 지역주택조합'(단지명 '천안첨단 서희스타힐스')은 2021년 5월 착공해 내년 2월 준공과 함께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당초 조합이 시공사인 서희건설과 계약한 공사비는 3.3㎡(평)당 375만원(총 1050억원). 하지만 2020년 시작된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이후 인플레이션 여파로 조합과 시공사는 지난해 10월 100억원의 추가 공사비를 지급키로 구두 합의했다. 이후 열 달 뒤인 올 8월 서희건설은 돌연 160억원의 추가 공사비를 더해 총 260억원의 증액을 청구했다. 조합은 물가상승분을 고려해도 공정률 90% 상태에서 최초 계약 공사비의 25%에 해당되는 금액을 한번에 올리는 것은 납득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코스닥 상장업체로 올해 시공능력평가 20위인 서희건설은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강자로 군림해 왔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관련 사업의 수주 규모는 4조7398억원으로 전체 수주액의 80%에 달한다. 서희건설은 2017년 '서희스타힐스 지역주택조합 정보플랫폼 GO(고)집'을 론칭해 해당 프로젝트 분야에서 몸집을 불려왔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은 무주택자가 내 집 마련을 목적으로 조합을 구성하고 사업 주체가 되는 개발 방식으로 일반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대비 낮은 사업비용이 장점이다. 서희건설은 이 같은 지역주택조합의 특성을 고려해 낮은 사업비용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백훈 직산역 서희스타힐스 지역주택조합장은 "물가상승을 고려해 적정 수준의 공사비 인상에 합의하고 조합원들의 동의를 구할 계획이었으나 현재로선 협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공계약 당시 메이저 브랜드 공사비가 서희건설보다 1.5배 비쌌고 중견업체 브랜드도 1.2배 정도 차이가 나 조합원분들은 낮은 공사비를 보고 서희건설을 선택했는데 아파트를 거의 다 지어놓은 상황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매우 힘든 처지가 됐다"고 덧붙였다.

서희건설이 착공한 2021년 5월 이후 대부분의 건설 자재비가 상승했지만 지난해와 올해 사이에는 일부 자잿값이 안정화된 시기였다. 서희건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2023년 6월 사이 철근 가격은 톤(t)당 65만3000원(2021년)→106만2441원(2022년)→111만9745원(2023년 6월), 레미콘 가격은 ㎥당 6만6300원→8만1341원→9만8030원 등으로 각각 올랐다.

하지만 국내 대표기업인 현대건설이 공시한 동일 자재 가격은 같은 기간 85만7000원→101만원→97만4000원, 6만8525원→7만7200원→8만4500원 등으로 레미콘만 지속 상승했고 철근은 올 들어 하락했다. 서희건설 측은 공사비 상승의 근거와 조합원 의견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인천광역시 강화군에서 공사 중인 서희건설의 지역주택조합 사업 현장 /사진=머니S


시공사 갑질 논란… 정부 방안 내놓았지만 현장에선 해결 쉽지 않아


그동안 서희건설은 지역주택 관련 사업 과정에서 이와 유사한 방식의 공사비 인상 요구로 조합과 크고 작은 갈등을 빚어왔다. 올 들어 서희건설이 공사금액 변경계약을 공시한 사업장은 ▲경북 경산중방(1665억원→1778억원) ▲경기 평택진위(2719억원→3460억원) ▲전남 광양 세미존서희스타힐스덕례(1421억원→1430억원) ▲인천강화(1조2429억원→1조4376억원) ▲화성신남(1조2429억원→1조4376억원) ▲시흥군자(1556억원→1676억원) ▲포항 흥해남옥(1397억원→1517억원) 등이다.

경북 포항시 지역주택조합사업인 '흥해 서희스타힐스 더캐슬'은 공사비 분쟁을 벌이다 올 3월 공사가 중단됐고 이후 재개했지만 결국 아파트 입주가 미뤄졌다. 공사비 인상에 합의해 공사 중단 사태를 해결했지만 입주 지연과 중도금 대출이자 상승 등의 문제가 남아있다. 경기 화성신남 지역주택조합과 전남 광양시 세미존서희스타힐스덕례 등도 추가 공사비를 놓고 서희건설과 대립했다.

내년 일반분양이 예정된 서희건설의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GTX 운정역 서희 스타힐스'는 2차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지난해 5월 도급계약 시점에서 인플레이션이 반영돼 추가 공사비 인상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서희건설 측은 최종 공사비 확정이 아닌 가계약으로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 지역주택조합 관계자는 "서희건설이 GO(고)집 브랜드를 통해 고집스럽게 좋은 아파트를 짓겠다는 콘셉트로 지역주택조합의 강자임을 홍보해왔는데 조합원들 사이에선 고집이 아니라 갑질이란 말이 나돌 정도"라며 "외부의 수많은 조롱에도 조합원들은 무사히 입주하길 바라지만 최근엔 이 같은 희망마저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고 푸념했다.

정부는 이처럼 정비사업 현장에서 공사비를 둘러싼 분쟁이 잇따르자 이를 중재하기 위해 광역자치단체를 통해 전문가단을 파견하는 방안을 내놨다. 관련 비용은 국토교통부가 지원한다. 공사비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표준공사계약서도 12월 내 마련, 배포할 예정이다.

표준공사계약서의 쟁점은 '물가상승 반영에 대한 상한선' 적용 여부가 될 전망이다. 물가반영 적용을 위한 지표와 수치 등을 어떻게 활용할지 여부 등과 함께 물가상승 반영 제한 여부도 검토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국부동산원이 전문가의 자문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실효성이 낮을 것이란 지적이다. 현재로선 조합이 시공사를 상대로 소송하는 방법밖엔 없다. 대법원은 2012년 '공사비의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 유효하다'고 판결했으나 최근 몇 년간 자재비가 급상승함에 따라 국토부는 이 같은 특약이 무효일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남겨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현존하는 공사비 중재기구는 법적 구속력이나 명확한 기준이 없다. 국토부 산하 중앙건설분쟁조정위원회의 강제권한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공정성 논란 역시 있다. 국토부는 국회에 분쟁조정위 권한 강화를 위한 방안을 요청한 바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표준공사계약서가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공사비 분쟁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기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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