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발목잡힌 정비사업… "공사비 못올리면 중단"
[편집자주]정비사업(재재발·재건축) 공사비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적게는 20~30%에서 많게는 100% 공사비를 올리는 시공사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조합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이후 철근·콘크리트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해외 근로자 유출로 공사비가 가파르게 뛰고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시공사들의 주장이다. 금리 상승에 따른 따른 조달비용 증가도 공사비 인상 요인의 하나다. 조합도 이 같은 현실을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시공사가 요구하는 공사비 인상분이 적정하냐에 대해선 대체로 의구심을 갖는다. 공사비가 오른 만큼 조합원들의 부담도 커지기 때문에 섣불리 받아들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수십 차례의 협상에도 결국 시공사의 손을 놓는 사업장도 있다. 정부는 공사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중재에 나섰지만 민간에 대한 공공의 개입에는 한계가 있다. "일단 공사만 따고 보자"는 시공사들의 행태로 갈등은 더 첨예해지고 있다.
(1) '입찰 금액' 못 믿어… 시공사들 "정식 계약 아니다"
(2) [르포] 발목잡힌 정비사업… "공사비 못올리면 중단"
(3) 서희건설, 입주 6개월 앞두고 "260억원 더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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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위6구역은 공사비 진통을 두 번이나 겪었다. 2007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2010년 시공사로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현 포스코이앤씨)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장위뉴타운 15개 사업구역 중 지하철 16호선 석계역과 매우 가깝고 학교와의 접근성도 높아 정주 여건이 뛰어난 곳으로 평가받으며 조합원들의 기대를 높였다. 시공사는 2016년 당초 가계약서보다 137만5000원 오른 3.3㎡당 490만원의 공사비를 조합에 제안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4월 자재와 인건비 인상분을 반영, 3.3㎡당 600만원 이상으로 공사비를 조정해야 한다고 조합에 알렸다. 조합은 일방적인 공사비 인상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수 차례 협상을 진행했으나 의견 합치가 수월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의뢰했다. 11월 현재까지 정확한 액수의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통상 시공사 선정 시점보다 착공 시점에 공사비가 오르는 경우 건설업체는 조합에 도급 계약 변경을 요청한다. 협의가 늦어지면 착공과 분양은 계속 밀릴 수밖에 없다. 2020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아 장위6구역은 이주와 철거에 나선 지 3년 4개월째다. 공사비 협의 문제로 착공이 지연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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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30일 찾은 이 단지는 한눈에 봐도 상당히 노후화가 진행됐다. 아파트 문패는 칠이 다 벗겨졌고 외벽엔 실금이 가득했다. 주차공간도 부족해 모두 출근했을 낮 시간이었음에도 빈 자리가 많지 않았다. 길 건너 대치선경1,2차가 재건축을 준비하며 3차도 정비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사업지 면적이 작아 재건축에 소요되는 시간은 짧지만 가구수가 워낙 적어 일반분양분이 거의 없다 보니 사업성이 떨어진단 지적이 이어졌다. 대치선경3차 소유주들이 선택한 건 재건축이 아닌 수직증축 리모델링이었다. 가구수 증가에는 제한이 있지만 분양가상한제에 구애받지 않고 안전진단도 비교적 수월하다는 이유에서다.
고심하던 조합은 지난 6월 다시금 사업을 포기했다. 당시 호가가 20억~21억원 선임을 고려하면 분담금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A사 관계자는 "용적률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공사비만 오르니 수지가 맞지 않았다"며 "조합원들에겐 추가 분담금과 해산이란 두 선택지를 줬고 결국 해산으로 가닥이 잡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좁은 사업지 면적 탓에 지하층 비중이 높아 공사비가 더 올라갔다"며 "자재보다는 인건비 상승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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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엔 물가 상승분을 공사비에 반영하도록 하는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를 개정·고시한 바 있다. 9·26 공급대책엔 공사비 인상으로 분쟁을 겪는 현장에 지방자치단체가 전문가를 파견하고 국토부가 관련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는 안이 담겼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회의적인 반응이다. 무엇보다 민간공사 자체가 조합과 시공사의 사적 계약으로 진행되는데 공공이 이를 강제·감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운영되던 공사비 검증 제도도 강제성을 갖지 않아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광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적정 공사비 산정은 추진 단계별로 다양한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에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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