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LH 대신 SH공사가 경기도에 주택 공급을 한다면

채신화 2023. 11. 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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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동 SH 사장, 3기신도시 개발 의지
지분 80% 달하는 LH, 입지 좁아지나 
경쟁 필요vs본연 업무부터…시각 분분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주택을 경기도에서 보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은데요. SH공사가 3기 신도시 조성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꾸준히 밝히자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립니다. 

국토교통부도 법적 가능 여부 등을 검토중인데요. 시장에선 LH가 부실시공 등의 문제로 휘청이고 있는 만큼 경쟁 체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보는가 하면, SH공사는 서울에서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하는데요. 과연 SH공사에 문이 열리면 어떻게 될까요. 

3기 신도시 조성 규모 및 위치도./그래픽=비즈워치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왜 경기도 진출을?

SH공사가 주로 경기도에 위치한 3기 신도시 조성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3기 신도시는 △경기 남양주 왕숙1·2(5만2000가구) △경기 하남 교산(1만4000가구) △인천 계양(1만7000가구) △경기 고양 창릉(3만6000가구) △경기 부천 대장(1만9000가구) 등 총 6곳으로 17만1000가구 규모로 조성되는데요. 

대표 사업시행자인 LH가 80%가량의 지분으로 참여하고요. 나머지는 위치한 지구에 따라 경기도시공사, 인천도시공사, 남양주도시공사, 고양도시관리공사, 부천도시공사, 경기도 등이 사업시행자로 참여합니다. 

경기와 인천에 위치한 만큼 이들이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게 당연해보이는데요. '서울' 주택도시공사인 SH공사까지 나서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지난달 '공공주택의 사회적 기여도' 관련 기자설명회를 열고 "SH는 30년간 택지 개발이 주력인 회사였지만 지난 10년간 정부와 국토교통부가 SH공사에 아파트 공급을 해주지 않았다"고 밝혔는데요.

그러면서 "SH공사는 자금 동원력 등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경기도민과 나아가 서울 시민을 위해 3기 신도시에 적극 참여하고 싶다"며 "인접한 경기도 지자체장들과 상의해 SH공사의 우량한 시스템을 전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SH공사도 택지 개발 회사인 만큼 3기 신도시 개발에 참여하겠다는 건데요. 김 사장은 LH의 사업 독점을 꼬집으며 집값 안정화 등을 위해서라도 SH공사의 사업 영역을 확대해줘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재한 '공공주택 혁신 전문가 간담회'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22년까지 공급된 공공주택 약 124만 가구 가운데 LH가 공급한 물량이 약 89만 가구(72.3%)에 달하거든요.

LH에만 일감이 몰리다 보니 지방 공기업은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죠. 그러자 SH공사는 LH에 분양 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등 대립 구도를 세우고 있는데요.

김 사장은 지난 3월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도 "SH공사는 후분양제, 분양원가공개, 장기전세주택 등 차별화된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국토부에서 왜 우리에게 일감을 안주는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경쟁 체제 vs 취지에 맞게

SH공사의 지속적인 '러브콜'(?)에 국토교통부도 검토에 나섰는데요.

신도시 개발 시 사업시행자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정하는데요. 공공주택특별법 제4조에 따라 국토부 장관은 지자체, LH, 지방공사, 공공기관 등을 공공주택사업자로 지정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법적으로는 가능해 보이는데요. 이 법 외에도 지방공기업법, 지방자치법 등 함께 따져봐야 할 법률이 많기 때문에 좀 더 검토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SH공사가 경기도에서 하는 사업에 참여하는 건 독특한 사례"라며 "관련 사례가 있는지부터 법률적으로도 가능한지 등에 대해 내부 검토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적용되는 법률에 따라 가능한지 다른 문제가 없는지 다 확인해봐야 한다"며 "그런 부분까지 고려해서 검토해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장에선 SH공사에도 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3기 신도시 개발을 주도하는 LH가 부실시공, 전관 등의 문제로 3기 신도시에 온 힘을 쏟을 수 없는 상황이거든요. 아울러 경쟁 체제를 만들어야 LH를 비롯한 지방 공사 등이 주택의 품질을 더 높일 거란 지적도 있고요.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서로 경쟁하는 구조가 되면 그 과정에서 LH 등 건설업계 전반에서 나오고 있는 부실 문제 등을 보완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선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SH공사는 서울시가 자본금 전액을 출자한 공기업인 만큼 서울에서의 주택 공급 역할 등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가뜩이나 서울 주택 공급 위축 우려가 커지는 상황인 만큼 공공임대, 매입임대 등 공공주택 공급이나 관리 등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거죠. 

두성규 목민경제연구소 대표는 "3기 신도시 조성의 목적 자체가 서울 내 공급할 택지가 충분히 없는 상황에서 서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그 취지를 생각해보면 SH공사가 참여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짚었는데요.

그러면서도 "SH공사가 다른 영역까지 넘보기엔 아직 직면한 과제가 적지 않다"며 "서울시 내 임대주택 공급, 공공택지 건설 관리 등 본연의 업무를 충분히 소화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게 먼저"라고 덧붙였습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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