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금액' 못 믿어… 시공사들 "정식 계약 아니다"
[편집자주]정비사업(재재발·재건축) 공사비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적게는 20~30%에서 많게는 100% 공사비를 올리는 시공사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조합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이후 철근·콘크리트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해외 근로자 유출로 공사비가 가파르게 뛰고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시공사들의 주장이다. 금리 상승에 따른 따른 조달비용 증가도 공사비 인상 요인의 하나다. 조합도 이 같은 현실을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시공사가 요구하는 공사비 인상분이 적정하냐에 대해선 대체로 의구심을 갖는다. 공사비가 오른 만큼 조합원들의 부담도 커지기 때문에 섣불리 받아들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수십 차례의 협상에도 결국 시공사의 손을 놓는 사업장도 있다. 정부는 공사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중재에 나섰지만 민간에 대한 공공의 개입에는 한계가 있다. "일단 공사만 따고 보자"는 시공사들의 행태로 갈등은 더 첨예해지고 있다.
(1) '입찰 금액' 못 믿어… 시공사들 "정식 계약 아니다"
(2) [르포] 발목잡힌 정비사업… "공사비 못올리면 중단"
(3) 서희건설, 입주 6개월 앞두고 "260억원 더 내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시공사들의 공사비 요구 수준이 도를 넘어 횡포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인플레이션에 따른 자재비·인건비 상승을 공사금액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름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이젠 에스컬레이션을 악용하는 경향이 심화돼 이 같은 건설업체들의 요구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수주 경쟁 때는 조합원들의 표를 얻기 위해 저가 투찰 해놓고 정작 계약 후엔 물가상승을 이유로 터무니없는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행태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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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단은 공사기간도 9.3개월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다. 2021년 11월 잠실진주아파트 부지의 2.3%에 해당하는 2500㎡에서 백제 주거지의 흔적이 발견돼 공사 지연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2022년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과 주52시간 근무제('근로기준법' 개정안), 화물연대 노조 파업 등이 공사를 지연시킨 요인이란 게 시공단 주장이다.
시공단이 요구한 대로라면 조합원 1인당 추가 부담금은 1억4000만원씩 늘어난다. 당초 올 4분기로 예정된 일반분양도 내년으로 미뤄지게 되고 입주 시기 역시 기존의 2025년 6월에서 훨씬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조합원들은 3.3㎡당 공사비 660만원을 기준으로 분양을 신청한 상태다. 조합 관계자는 "시공단이 요구하는 공사비 수준이 지나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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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지난 7월 조합 사무실에서 시공자 재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두산건설 등과 부산 연고의 동원개발이 참여했다. 당초 10월5일까지 입찰을 받아 11월 중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참여업체가 없어 유찰됐다. 2개 이상 건설업체가 공동으로 시공에 참여할 수 있는 '컨소시엄 불가' 조항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체 입장에선 무엇보다 출혈 경쟁을 피할 수 있고 현재와 같은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에선 자금조달을 분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컨소시엄 구성을 희망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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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의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업무를 확대하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부동산원은 도시정비법에 따라 정비사업 공사비를 일정 비율 이상 증액하는 경우 시행자가 의뢰해 공사비의 적정성을 검증할 수 있다. 공사비 의무 검증 대상은 ▲토지 등 소유자 또는 조합원 20% 이상 요청 ▲공사비 증액 비율이 사업시행계획인가 전 시공자 선정 시 10%·사업시행계획인가 후 시공자 선정시 5% 이상(이하 생산자 물가상승률 제외) ▲공사비 검증 후 3% 이상 증액 중 1개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조합과 시공사의 계약서 내용에 증액 사유를 명시해 공사 지연 시 증액분 반영이 가능한지 기재해야 한다"면서 "통상 도급계약서에 천재지변, 불가항력, 법규나 제도의 변경으로 공사비 증가 시 상호 협의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어 비용 부담 등이 합의가 되면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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