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다운 군인, 군대다운 군대[목멱칼럼]

김관용 2023. 11. 6.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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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중심으로 군 지휘부가 일괄 교체되면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김선호 장군이 차관에 임명되었으며, 각군 참모총장도 모두 교체됐다. 이견이 있겠지만, 될만한 사람이 됐다는 평가다. 지휘부의 교체와 함께 2023년 국방정책 기조도 분명히 했다.

지난 3일 국방부 장관은 기자 간담회에서 국방운영목표로 ‘정예 선진 강군’ 건설을 내세웠다. ‘정예’의 핵심내용은 군 본연의 임무에만 매진하는 ‘군인다운 군인’,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는 ‘군대다운 군대’를 양성하는 것이다. 정확한 문제의식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대한민국 군대에 가장 부족한 것이 바로 ‘군인다운 군인, 군대다운 군대’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 군대는 좀 심하게 말하면 유치원과 같은 모습이다. 병사들은 아이들처럼 여전히 성인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고, 간부들은 ‘어린’ 병사들 보살피는데 정력을 낭비하고 있다. 훈련은 점점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 조금만 힘들어도 병사들의 입이 튀어나온다. 아프다는 핑계로 열외되는 병사가 수두룩하다. 세계 어느 나라 군대가 우리처럼 사슬로 총을 묶어두고 사격 훈련을 할까 싶다. 가장 일반적인 전술무기인 수류탄을 던져본 병사는 손에 꼽는다. 야간 훈련할 때 넘어질까 봐 랜턴을 켜고 이동한다.

부모들의 성화도 극성이다. 많은 부대에서 병사 부모들을 위한 단톡방을 운영하며, 병사들 사진을 올린다. 자기 아들 사진이 없으면, “왜 사진 안올리냐”고 질책하는 부모도 있다. “우리 자식 힘들게 왜 힘든 훈련시키냐”고 따지거나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다”고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 대대장, 연대장들이 나서서 부모들 상담전화을 받고 있을 정도다. 실병 지휘관들의 지휘권은 보잘것 없는데 병력 관리의 책임은 고스란히 이들에게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지휘관이 소신껏 부대를 지휘할 수 있겠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군인다운 군인, 군대다운 군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실전 중심의 훈련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안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실전적 전기·전술의 배양이다. 사슬에 묶인 총으로 사격하고 수류탄도 던져보지 못한 군인을 군인이라 할 수 없다. 훈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상은 피할 수 없다. 부상을 당하지 않는 프로선수가 있는가. 진짜 군인을 만들려면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부상을 당했음에도 전투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부대 지휘관에게 실질적인 부대 지휘권을 보장해야 한다. 포상과 벌칙의 권한 역시 실병 지휘관에게 주어져야 한다. 세세하게 관리하기 보다는 큰 틀에서 지침을 내리고, 세부적인 수행에 대해서는 지휘관에게 맡기는, 말 그대로 임무형 지휘가 이뤄져야 한다. 아무런 권한도 주지 않으면서 책임만 지라고 하면, 무사안일의 지휘관, 시키는 것만 하는 순종형 지휘관만 양산될 뿐이다.

셋째, 병사를 자기 결정과 책임의 ‘성인’으로 인정해야 한다. 우리 군대에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병사들을 통제하기 위한 목표로 행동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된다. 그런 관점에서 병사 부모들의 간섭도 차단해야 한다. 부모들의 상담 창구는 연대급이나 사단급에 담당자를 정해 일원화하고 해당 부대장들이 시달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 변화를 주도할 사람이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 지휘부라 생각한다. 국방부 장관과 각군 참모총장들이 “책임은 우리가 질 테니, 군대다운 군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라고 말해 주어야 한다. 뭘 하라고 하기 전에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전 같은 훈련을 주문한다면, 정당한 과정에 발생하는 일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해 주어야 한다. 그것도 여러 번 공식·비공식적으로, 그리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정말 군인다운 군인, 군대다운 군대를 원한다면 말이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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