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서울 편입론’을 말하기 전에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기자 2023. 11. 6. 06:1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얼마 전 개인 용무로 충남의 한 도시에 1박2일 머물러야 했다.

경기도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추진하는데, 국민의힘 소속인 김병수 김포시장이 경기북도 말고 서울에 편입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김포가 서울에 편입된 모양은, 누군가 표현한 대로 '체리따봉' 이모티콘처럼 어색하다.

'김포 시민 85%가 서울로 출퇴근한다'고 주장하는데, 근거가 부족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매주 〈시사IN〉 제작을 진두지휘하는 편집국장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우리 시대를 정직하게 기록하려는 편집국장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11월2일 경기 김포시 한 도로에 ‘김포시→서울편입 공론화’를 환영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얼마 전 개인 용무로 충남의 한 도시에 1박2일 머물러야 했다. 숙소에 차를 대고 저녁을 먹으러 걸어 나왔다. 식당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대학 앞을 찾았다. 동행했던 큰애가 말했다. “서울하고 달리 여기 되게 한적하네요.” 인구 10만의 소도시. 제법 큰 상가에 불이 꺼져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어젯밤의 그 길을 다시 걸었다. 숙소에서 가까운 그 상가를 지나다 뒤늦게 알아차렸다. 불이 꺼져 있었던 게 아니라 폐건물이었다. 밤이라 몰랐다. 서울·수도권을 오가는 버스터미널 근처의 건물이 비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뜻밖의 아침 풍경에 한적하기보다는 스산한 느낌이 들었다. ‘지역 소멸’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소도시의 아침 풍경만큼이나 ‘김포 서울 편입론’도 느닷없다. 10월3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추진하는데, 국민의힘 소속인 김병수 김포시장이 경기북도 말고 서울에 편입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인터넷 지도를 찾아보았다. 김포가 서울에 편입된 모양은, 누군가 표현한 대로 ‘체리따봉’ 이모티콘처럼 어색하다. ‘김포 시민 85%가 서울로 출퇴근한다’고 주장하는데, 근거가 부족하다. 이쯤 되면 해프닝으로 넘어가겠지 했는데, 웬걸 이번에는 다른 인접 도시의 편입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을 광역으로 묶어서 균형발전을 하자는 취지로 등장한 메가시티론이 ‘메가 서울’로 둔갑하고 있었다.

‘김포 서울 편입론’은 내년 총선과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내년 총선과 관련해 여당 일각에서 수도권 위기론이 나왔다. 인접 도시 편입론으로 부동산값 상승 기대심리를 자극한다. 2008년 제18대 총선 당시의 뉴타운 공약을 연상케 한다. 11월1일 윤석열 정부는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비수도권 지역을 대규모 권역별로 묶어 균형발전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여당은 ‘메가 서울’을 내세우고, 정부는 ‘지방시대’를 말한다. 이래도 되는 건가?

서울은 돈과 자원을 빨아들인다. 김동인 기자가 쓴 이번 호 〈시사IN〉 커버스토리는 인구이동 빅데이터를 활용해 블랙홀 서울의 한 단면을 드러낸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누가 유독 서울로 몰려들고 있을까? 핵심은 20대 여성의 이동이었다. 총선을 앞두고 서울의 범위를 넓히자고 할 게 아니라 20대 초반 여성의 서울 진입이 어째서 크게 증가했는지 살펴보자. 다음 호에서도 ‘서울 편입론’ 문제를 더 들여다보겠다.

차형석 기자 cha@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