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보험 급한' 우리금융, 왜 저축은행일까?

강지수 2023. 11. 6.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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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은행 매물 찾기 난항에…은행 비중 점점 확대
수도권 영업망 가진 상상인저축은행 시너지 예상
저축은행 M&A 유도하는 정부 방침 '화답' 측면도

우리금융지주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공식 검토한다고 밝혔다. 비은행 매물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수도권 저축은행을 우선적으로 인수해 비은행 강화에 나서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방침에도 화답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고금리로 부실 저축은행들이 매물로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대신 우량 금융사들의 저축은행 인수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물 찾는 사이 멀어지는 비은행 경쟁력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상상인저축은행 M&A 검토를 공식화했다. 김건호 우리금융 상무는 지난 27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와 관련해서는 검토 중인 사안이 맞다"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해 영업 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 우리금융의 자회사인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지역 기반이 충청권으로 한정돼 있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시 수도권으로 영업 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5개 금융지주중 수도권 영업을 하지 않는 저축은행을 가진 곳은 우리금융이 유일하다"며 "인수후 증자를 하는 등 단기적인 부담이 예상되지만 이를 감안해 인수 금액을 산출할 것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M&A 우선순위로 밝힌 증권사나 보험사에 대해 마땅한 매물이 없다는 점도 저축은행 인수를 고려하는 이유 중 하나다. 우리금융은 지난 3월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8개월째 이렇다할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그 사이 우리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더욱 커졌다. 지난 3분기 우리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 2조4380억원 중 은행이 낸 순익은 2조2898억원으로 전체의 92.22%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은행이 전체 순익에서 차지한 89.16%보다 확대된 수치다.

저축은행 M&A 유도하는 정부

이번 저축은행 인수 검토 정부의 방침과도 이어진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M&A 활성화를 위해 '상호저축은행 대주주변경·합병 등 인가 기준 개정 방안'을 발표해 저축은행 인수합병 규제를 완화했다. 

업계는 이에 대해 우량 금융회사들이 저축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라고 해석했다. 최근 고금리로 저축은행업계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일부 저축은행들은 M&A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예금보험공사에서 27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예금을 보호하고, 일부 저축은행들을 금융사에 매각해 공적자금을 회수한 바 있다.

이번에는 정부가 직접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금융지주들이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방식을 유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우리금융도 이와 같은 배경에서 저축은행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김 상무는 27일 컨퍼런스콜에서 "금융위에서 M&A가 가능한 합병 대상 저축은행으로 대주주 관련 매각 명령이 있는 저축은행은 합병이 가능하다고 하는 개선 명령이 있어, 그것 때문에 함께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고금리 시기에 손쉽게 이자수익을 거두는 것에 대한 '은행 때리기'가 이어지고 있다"라며 "최근 정부가 사실상 횡재세 개념으로 대형 금융지주들에게 부실 금융사들의 인수를 유도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같은 기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임종룡 회장이 관 출신이라는 점이 우리금융의 저축은행 인수 검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관 출신인 임종룡 회장이 있는 우리금융의 경우 정부의 해결 과제에 타 금융지주보다 밀접하게 관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우리금융 입장에서도 서울을 영업구역으로 하는 저축은행 인수시 경제적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지수 (jiso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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