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편입’ 눈치보는 민주당…“김대중·노무현 계승 정당 맞나”

신주영 기자 2023. 11. 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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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의원들, 기자회견 열고 “지하철 5·9호선 연장부터”
자치권 축소·혐오시설 집중 등 지적…찬반 표현엔 ‘신중론’
이재명 뚜렷한 입장 표명 없어…당 일각 “단호한 정리 필요”
비판하는 야당 의원들 김포를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5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여당의 ‘김포시 서울 편입’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환영하는 여당 현수막 5일 오전 경기 김포시의 한 거리에서 주민들이 우산을 쓴 채 ‘김포의 서울시 편입 당론 추진’을 환영한다는 국민의힘 현수막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경기 김포시 지역구 의원들이 5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이 추진 중인 김포의 서울 편입에 대해 “총선용”이라고 비판했다. 여당이 김포시 서울 편입 카드를 꺼낸 지 6일 만에 해당 지역 의원들이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들은 김포시의 예산 감소와 세금 증가 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반대를 표명하진 않았다.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며 여론 눈치를 살피는 민주당의 현실을 보여주는 기자회견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이 추구해온 지방분권이라는 가치에 맞게 명확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김주영(김포갑)·박상혁(김포을)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포의 서울 편입을 추진 중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관련 특위 위원장인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내년 총선에 김포로 출마하라”며 “김 대표와 조 위원장의 말이 허풍이 아니라면 김포에서 화끈하게 제대로 한번 붙어보자”고 말했다.

이들은 김포가 서울에 편입되면 “김포의 특례시 권한은 서울시 산하 1개의 자치구 수준으로 축소돼 도시계획 권한을 잃고, 예산도 수천억원 줄고 시민이 부담할 세금은 올라가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김포 시민들은 ‘교통이 먼저’ ‘서울 쓰레기만 처리하는 무늬만 서울은 절대 안 된다’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교통 여건 개선 및 기피시설 이전 불가 요구를 내놨다.

하지만 두 사람은 찬반을 분명히 밝히지는 않았다. 김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총선이 끝나고 차분하게 시민들 여론도 들어보고, 서울시로 편입됐을 때 어떤 장점이 있고 김포시로 있을 때 어떤 장점이 있고 장단점이 다 나오면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당 지도부도 말을 아끼고 있다. 6년 전 성남시장 시절 당시 남경필 경기지사가 제안한 ‘서울 광역도’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힌 바 있는 이재명 대표도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하철 5·9호선 연장 문제가 우선이라면서도 김포 서울 편입 문제에 대해선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포 등의 서울 편입에 반대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서울 편입을 원하는 지역민들도 적지 않은 만큼 섣불리 선을 그었다가 총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보다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당내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포(의) 서울 편입은 도박”이라며 “야당이 찬반의 입장도, 뚜렷한 대안도 내지 않는 것은 당당하지 않다. 여당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생각인지 모르지만, 그런다고 이 소동이 멎겠는가”라고 말했다.

윤건영 의원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서 “어정쩡하게 눈치 볼 일이 아니다. 신속하고 단호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며 “정부·여당이 뻔뻔한 무책임의 극치로 나갈수록, 민주당은 국가균형발전 전략이라는 가치를 더 크게 외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두관 의원도 지난 2일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이 지방자치를 시작한 김대중, 균형발전의 길을 연 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하는 정당이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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