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돋보기]⑤ 수천억 국제협력 R&D사업, ‘예타’ 없이 꼼수 편성했다

홍아름 기자 2023. 11. 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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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전체가 아닌 2024년 예산만 신규로 추가
전체 예산 따지면 수천억원 넘어 예타 대상
“예타 조사 지침에 따라 타당성 살펴야”

내년도 R&D 예산안은 전년대비 16.6% 삭감된 25조9000억원이다. R&D 예산이 정부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9%에서 3.9%로 줄었다. 33년 만의 예산 감축에 과학기술계가 큰 혼란에 빠졌지만, 수십 조원에 달하는 방대한 예산안 앞에서 정작 어디에서, 어떻게, 누구를 위한 예산이 삭감됐고, 이 와중에 어떤 예산은 왜 늘었는지 제대로 아는 국민은 없다. 조선비즈는 국회 예산안 심의 시즌을 맞아 내년도 R&D 예산안에서 꼭 필요한 예산이 삭감된 건 어떤 부분인지, 늘어난 예산 중에 낭비성 예산은 없는지 찾아보기로 했다.[편집자 주]

국내 연구개발(R&D) 신규 사업은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지원의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경우 그 타당성을 검증받고 추진해야 한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는 대규모 사업에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게 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내년도 R&D 사업 중 일부 국제협력 사업은 예타를 받아야 하는 대상인데도, 기존 사업에 끼워 넣는 식으로 예타를 받지 않고 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글로벌산업기술협력센터 사업과 보건복지부의 글로벌 진출과 파트너링 촉진을 위한 우수 신약개발 지원 사업이 대표적인 ‘꼼수’ 사업이다.

2024년 예산안에 포함된 보건복지부의 ‘글로벌 진출 및 파트너링 촉진을 위한 우수 신약개발 지원’ 사업은 국가신약개발사업의 신규 사업이다. 사진은 국가신약개발사업 R&D 협의회 포럼./국가신약개발사업단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국제협력 사업의 신규 사업인 글로벌산업기술협력 센터 사업은 2024년 예산안에서 665억원을 편성 받았다. 국내 기업과의 협력 수요가 많은 해외 우수대학이나 연구기관을 협력 거점으로 지정하고 산업기술협력센터를 설립하는 사업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자율주행, 항공, 로봇, 바이오 등 6개 첨단사업 분야에 대해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사업은 2024년 한 해로 끝나지 않는다. 2024년에 6개, 2027년에 6개 센터를 선정해 지원하고 동시에 2026년까지 매년 49개 내외의 과제를 선정해 3년간 지원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총 687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대규모 사업인 만큼 예타 조사를 반드시 받아야 하지만 검증 과정 없이 2024년 예산안에 포함됐다.

보건복지부 국가신약개발사업의 신규 사업인 ‘글로벌 진출 및 파트너링 촉진을 위한 우수 신약개발 지원’ 사업도 마찬가지다. 차세대 신약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해당 사업에는 2024년 191억2500만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이 수치만 보면 예타 조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규모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신규 내역 사업을 2024년부터 2030년까지 7년간 지원할 계획이다. 2024년과 같은 수준으로 예산이 잡힌다면 7년 동안 총 규모는 1300억원을 훌쩍 넘는다.

국가신약개발사업 전체로 봐도 마찬가지다. 국가신약개발사업은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진행되며 총 2조 1758억원 규모다. 사업 전체가 예타 조사 대상으로 2020년 조사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 사업에 속하는 ‘글로벌 진출 및 파트너링 촉진을 위한 우수 신약개발 지원 사업’은 추가 신규사업이라는 이유로 예타를 거치지 않았다. 이미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꼴로 예타를 건너뛴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예타를 통과한 기존 사업에 슬그머니 새로운 사업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예타를 회피한 사업들에 대해 꼼꼼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정처는 “글로벌산업기술협력 센터 사업은 내년도 예산을 예타 조사 대상 이하로 조정하고 타당성을 검증한 뒤에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진출 및 파트너링 촉진을 위한 우수 신약개발 지원 사업은 예타 조사 운용 지침에 따라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며 “관련 규정에 따른 절차를 충실히 이행해 타당성을 확보하고 재정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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