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파먹기·무지출 데이...'불황에 살아남기' 방법도 각양각색
[파이낸셜뉴스] # 직장인 최모씨(34)는 매주 수요일을 '무지출 데이'로 정했다. 이날만큼은 졸음을 쫓기 위해 회사 근처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테이크아웃해 마시던 아메리카노 대신 회사 내 커피머신을 이용한다. 점심도 회사 근처 식당 대신 미리 사뒀던 식권으로 회사 구내 식당에서 해결한다. 최씨는 "맛도, 기분도 돈을 더 쓸 때보다 못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이라 할 만하다"며 "무지출데이를 정해놓고 지키다 보면 평소 얼마나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돈을 썼는지를 체감할 수 있어 무지출데이가 아닌 날에도 지출에 더욱 신중해진다"고 했다.
불황에 한 푼이라도 더 아끼기 위한 다양한 짠테크 방법들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냉장고의 남은 식재료를 활용해 끼니를 해결하는 '냉장고 파먹기'나 일주일에 한 번 '0원 지출'을 실천하는 무지출 데이는 어렵지 않게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우윳값부터 맥주, 소주, 햄버거, 화장품 가격까지 잇달아 오르면서 고물가를 실감하게 된 소비자들이 한 푼이라도 더 아끼기 위한 노력이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10월 식료품·비주류 음료 물가 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1% 올랐다. 이는 특정 기간을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한 누적합계비율(누계비)로, 연간 기준으로 보면 2021년과 지난해 5.9%로 모두 5%를 넘겼다. 누계비 기준 올해 식료품·비주류 음료의 물가 상승률은 6월까지 5% 이상을 유지하다가 7~9월 4.9%로 내려왔으나 지난달 다시 오르면서 올해도 연속 5%를 넘길 전망이다. 3년 연속 5%를 넘는 건 2009~2011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로, 지난 8월(3.4%)부터 3개월 연속 오름세다.
고물가를 더욱 실감케 하는 건 '장바구니 물가'다. 지난 10월 유업체의 원윳값이 오르면서 흰 우유뿐만 아니라 치즈와 같은 가공 유제품 가격이 올랐고, 이달 들어 하이트진로, OB맥주 등이 소주 참이슬과 맥주 카스 등의 가격을 각각 인상했다. 맥도날드도 빅맥세트 등 13개 메뉴값을 올렸고, LG생활건강도 이달 들어 숨, 오휘, 빌리프, 더페이스샵의 일부 품목 가격을 평균 4~5% 인상했다.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고물가에 소비자들은 당장 작은 지출부터 줄이고 있다. SNS에는 냉장고 속 재료를 이용한 '냉장고 파먹기' 콘텐츠가 인기다. 대부분 다른 요리에 사용된 후 남은 재료를 활용한 밑반찬이나 이를 한 데 섞은 비빔밥 혹은 김밥 등이다. 1인 가구인 직장인 김모씨(30)는 식재료 낭비를 줄이기 위해 아예 집에서 먹는 음식 메뉴를 한 가지로 통일했다. 그가 매일 같이 '집밥'으로 먹는 메뉴는 각종 쌈 채소와 오이를 썰어 넣고, 닭가슴살과 삶은 계란을 올린 뒤 현미밥을 곁들여 먹는 포케다. 김씨는 "방송에서 한 연예인이 매일 한 가지 음식으로만 요리를 해 먹으면 식재료가 남을 일이 없다고 한 걸 보고 따라 하게 됐다"며 "야근이나 회식 등 바깥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식재료가 남는 경우가 많았는데, 한 가지 메뉴만 먹으니, 이전보다 남아서 버리는 식재료 양이 줄었다"고 했다.
이런 노력과는 별개로 고물가 상황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4분기가 시작되는 10월 물가는 올해 남은 11~12월 물가 수준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내년 초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주요 먹거리 품목을 대상으로 담당자를 지정해 물가를 집중 관리한다. 서민들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라면과 빵, 과자, 커피,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과 설탕, 우유 등 7가지 품목이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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