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더글러스 타일러·조성연 딜로이트 상무 “美는 해외기업 유치에 진심... 단 법인 설립 전 사전조사 철저히 해야”
“IRA법, 이전엔 없던 美연방정부 차원의 인센티브 제공”
“韓기업, 사전조사 필수… 어떤 혜택 유리할지 면밀히 살펴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칩스법으로 기업은 투자 금액의 최대 50%까지 미국 정부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기업은 어떤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 (더글러스 타일러 딜로이트 US 매니징 디렉터·글로벌 C&I 리더)
“무작정 현지 법인부터 설립한 후 투자 계획을 세우려는 기업이 적지 않다. 이는 한국 본사에 회계장부를 요구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셈이다.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선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조성연 딜로이트 US 매니징 디렉터)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딜로이트안진 사무소에서 만난 두 명의 글로벌 C&I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했다. C&I란 투자·생산세액공제(Credits)와 인센티브(Incentive)를 통칭하는 용어로, 해외 진출한 기업이 현지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는 모든 세제 혜택과 보조금 등 현금성 혜택을 의미한다.
더글러스 타일러 매니징 디렉터(상무급)는 딜로이트 US 글로벌 C&I팀의 리더다. 딜로이트 C&I팀은 글로벌 4대 회계법인(딜로이트·KPMG·EY·PwC) 중 가장 큰 C&I 특화 조직으로, 이 분야만을 전문으로 하는 1200여명의 글로벌 인력이 소속돼 있다. 전세계 정부에서 제공하는 C&I를 추적하고 상시로 모니터링하면서, 매년 가을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과 글로벌 C&I 동향을 파악하는 컨퍼런스도 개최한다.
조성연 딜로이트 US 매니징 디렉터는 국제조세와 이전가격 전문가로, 한국 안진딜로이트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딜로이트 US에 자리를 잡았다. 주로 해외에 진출하거나, 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의 조세 부담을 줄이고 해외 이익을 국내로 이전하는 방법에 대한 자문을 제공한다. 그는 딜로이트 KSG(Korean Services Group) 소속이기도 하다. KSG는 전세계 주요 도시에 설치된 일종의 ‘코리아 데스크’로, 한국인 전문가들이 한국 기업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 법인 설립 컨설팅부터 기업 운영·투자 전략까지 모두 자문하는 조직이다.
두 전문가는 이날 같은 건물에서 대한상공회의소의 후원을 받아 딜로이트안진이 개최한 ‘미국·캐나다·멕시코 투자 진출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세미나에는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변화한 투자환경과, 현지 정부가 제공하는 다양한 투자 C&I 프로그램에 관해 설명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최근 미국은 파격적인 혜택을 내세워 해외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IRA와 칩스법(CHIPS ACT)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전략은 반도체, 전기차 등 첨단 산업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글로벌 기술 패권을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대 1조달러(한화 약 1310조원)에 달하는 예산이 관련 산업 지원에 투입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에 대한 관심도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두 전문가와 함께 미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이 살펴야 할 점에 대해 알아봤다.
─한국 기업이 미국 진출 시 받을 수 있는 C&I는 무엇이 있을까.
=(타일러) 미국 정부가 C&I를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분야는 크게 ▲자본투자 ▲지속가능성과 청정에너지 ▲R&D ▲고용 창출 등 4가지다. 각각의 분야 안에서 법인세·판매세·부가세·관세 등 세금을 줄여주거나, 대출 우대 금리 적용 또는 현금 보조금 지원 등 다양한 방식의 C&I가 존재한다. C&I의 종류를 성격에 따라 재량적 프로그램(discretionary program)과 업적 프로그램(statutory program)으로 나누기도 한다. 재량적 프로그램은 기업이 전개할 사업에 따라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투자 전에 미리 알아서 알아보고, 이를 미국 정부에 신청하는 방식이다. 업적 프로그램은 이미 미국에 진출한 기업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찾아보고 관련 증빙 자료를 제출하는 방식이다.
─최근 미국 내 투자 환경은 어떠한가.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타일러) 기업이 C&I 관련 혜택을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 특히 IRA 이후 미국 국세청이 직접 세제 혜택과 관련한 행정 처리를 담당하고, 정부 부처인 에너지부가 현금 보조금 지급 관련 절차를 맡는 등 인센티브 프로그램이 구체화됐다. 이런 것들은 과거 미국 연방 정부 차원에서 존재하지 않던 정책이다. 또 기업들은 직접 활용하지 않을 C&I 프로그램을 다른 회사에 양도할 수 있다. 만약 우리 회사가 더 낼 세금이 없는데 세금 관련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다면, 이를 다른 회사에 팔아 현금을 추가로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C&I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해외 기업은 투자 규모의 최대 50% 수준까지 미국 정부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다.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정부가 바뀌어도 기업이 받는 인센티브는 그대로일까.
=(타일러) 물론이다. 미국은 정책 연속성이 존재하는 나라다. 한번 어떤 세팅(set)이 생기면 그것은 지속된다. 한국 기업이 현재 기대하는 C&I 프로그램이 갑자기 줄어드는 등의 리스크는 없다고 생각해도 된다.
─한국 기업이 어떤 분야에 진출하면 C&I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나.
=(타일러) IRA에 따른 인센티브가 집중된 4가지 핵심 영역 모두에서 많은 한국 기업이 전문성과 역량을 많이 갖추고 있다. ▲에너지전환에 관한 제조 ▲탄소포집과 수소생산 ▲대체원료 관련 인프라 구축 ▲재생에너지 생산 등 영역이다. 또 한국기업은 칩스법에서도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칩스법에 따라 반도체 관련 사업에 진출한 기업에 25%의 세제 혜택을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기업이 신청하면 현금 보조금도 제공한다. 이와 별개로 지방 정부(주 정부)에서도 토지세 감면 등 혜택을 준다.
─미국 투자를 고려하는 한국 기업이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타일러) 투자계획을 세운다고 했을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C&I 프로그램을 모두 살펴보고 각각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이다. 정부가 제공하는 모든 혜택을 기업이 다 받을 수는 없다. 그래서 기업이 각자에게 유리한 C&I 프로그램을 일일이 따져봐야 한다. 또 프로그램을 신청할 때 기업은 스스로 해당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조)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일부 기업은 무작정 해외 파트너십 법인을 설립하기도 하는데, 이는 IRS가 한국 본사에 회계장부를 요구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셈이다. 이를 한국 기업에 유리하게 되돌리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 투자 진출 경험이 있는 회사나 그런 자문을 하는 회계법인 등을 통해 충분한 사전조사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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