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자 넘치는데 ‘의료 스톱’…빵 2개로 하루 버티는 가자지구
의료인 150명 이상 숨져
병원 기능 상실에 전염병도
식수·식량 공급 라인 끊겨
거리마다 “물, 물 달라” 절규
절망은 폭격 현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식량과 의약품 공급이 끊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식수마저 바닥을 드러내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4일(현지시간) “가자지구의 의료자원과 연료가 부족해 부상자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며 가자지구 의료 상황이 재앙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정오 기준 가자지구에서 150명 이상의 의료 전문가가 사망했으며, 16개 병원과 32개 1차 의료센터가 서비스를 중단했다. 보건부 관계자는 이날 가자지구 중심부에서 중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시파 병원이 연료 부족으로 완전 폐쇄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식량과 물 부족도 심각한 상황이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소속 가자지구 책임자 토머스 화이트는 지난 3일 AP통신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주민들이 유엔이 비축해둔 밀가루로 만든 아랍식 빵 2조각으로 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UNRWA는 최소 170만명에게 빵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가자지구 내 빵집 89곳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연이은 포위 공격과 난민 캠프로의 접근 제한으로 1인당 빵 2조각 이상을 제공하기에도 역부족이다.
가자지구 내 깨끗한 물은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다. 외부로부터 물 공급이 끊긴 데다 이스라엘군의 폭격과 연료 부족으로 담수화 시설마저 가동을 멈췄다. 화이트는 거리에서 “물, 물”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며 “이곳은 죽음과 파괴의 현장”이라고 전했다. 유엔은 대피소에 머무는 피란민에게 하루 1ℓ의 물을 공급하고 있지만, 물 부족 상태가 심화되며 가자 주민들은 이마저도 조달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린 헤이스팅스 유엔 팔레스타인점령지구 인도주의 조정관은 “현재 이스라엘에서 가자지구로 공급되는 급수관 3개 가운데 1개만 가동되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염분이 섞인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주변은 몰려든 피란민들의 텐트촌으로 변하며 또 다른 위험을 확산시키고 있다. 병원은 국제인도법상 전쟁 중에도 공격이 금지돼 있다. 폭격에 쫓겨온 피란민들이 병원을 그나마 안전한 곳으로 여기면서 병원 복도와 마당, 주차장까지 텐트가 들어서고 있다. 부상자들로 포화 상태인 가자지구 내 병원들은 병동 부족으로 진료소 밖 텐트나 심지어 병원 마당에서 수술을 진행하는 처지에 놓였다. 여기에 몰려든 피란민들이 뒤섞이며 감염과 전염병 확산 위험을 물론 독성 화학물질 접촉 가능성도 높아졌다. UNRWA는 피란민들 사이에서 급성 호흡기 감염과 설사, 수두 발병 등이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기준 이스라엘 공격으로 인한 팔레스타인인 누적 사망자가 948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피해자 중 어린이 사망자는 3900명이다. 유엔은 지난달 7일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 인구의 70%에 해당하는 150만명이 집을 떠났다고 밝혔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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