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SUN 소환, 아름다운 추억…페디 마음은 이미 MLB로? 공룡들도 목 멜 이유 ‘1도 없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마운드에선 정말 뛰어난 에이스였다. 2023년 KBO리그를 평정했다. 그러나 이젠 헤어질 시간이다. NC 다이노스도 굳이 끌려다닐 필요가 없다.
에릭 페디(30)는 올해 20승, 209탈삼진, 평균자책점 2.00으로 화려한 시즌을 보냈다. 1986년 선동열 이후 37년만에 ‘유이한’ 20승, 200탈삼진, 1점대 평균자책점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20승-200탈삼진 동시 달성도 1983년 장명부, 1984년 최동원, 1985년 김시진, 1986년 선동열 이후 다섯 번째다.
정규시즌 MVP와 투수 골든글러브를 예약할 정도로 빼어났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포스트시즌 행보는 실망스럽다는 평가다. 진실은 페디만 알지만, 분명한 건 그는 등판에 소극적이었다. NC가 포스트시즌 9경기 강행군을 하는 동안 페디는 단 1경기(10월30일 플레이오프 1차전) 등판이 전부였다.
페디는 정말 컨디션이 완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투혼을 강요하면 안 된다. 포스트시즌 내내 본인의 몸 상태가 안 좋았다면 보호받는 게 맞다. 단, 포스트시즌 단 1경기의 모습은 정규시즌과 크게 다를 바 없었기에 의심하는 시선이 많은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더구나 올해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 관계자가 페디를 꾸준히 지켜봤다. 2021년과 2022년 워싱턴 내셔널스 5선발로 뛴 페디가 2년만에 메이저리그로 돌아가고 싶어한다는 소문이 시즌 막판부터 돌았다. 이 역시 당연하다. 30살의 투수, 특히 메이저리그의 맛을 아는 선수가 왜 메이저리그에 돌아가고 싶지 않을까.
페디는 시즌 막판부터 사실상 등판 일정을 직접 정했다. 강인권 감독이 등판 일정을 정하고 전례 없이 많은 이닝을 던진 페디에게 의사를 물어보는, 일종의 배려였다. 그러나 사실상 페디가 등판 여부를 최종 결정해 코칭스태프에 사인을 보내는 모양새였다. 시즌 막판 강인권 감독이 몇 차례 페디의 등판 일정을 바꾸기도 했다.
팬 서비스 좋고, 구단의 각종 프로모션에도 적극적으로 임하는 등 페디는 메이저리거 다웠다. 그러나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서도 타협이 없었다. 10월16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서 고종욱 타구에 전완부를 맞은 뒤 지나치게 보수적인 행보를 보인 것 같다는 비판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 몸이 안 좋았다면 NC로서도 할 말은 없다. 그러나 NC도 언젠가부터 페디에 대해 살얼음을 걷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내구성이 유일한 약점인데 180⅓이닝을 던지니 각별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NC도 이 부분을 알고 영입했지만, 피로감이 있었을 것이다.
페디는 NC 잔류를 2024시즌 선택지 후순위에 둘 게 확실하다. 그러나 NC로서도 윌리엄 쿠에바스나 웨스 벤자민(이상 KT 위즈)처럼 팀이 필요할 때 시원스럽게 던지는 투수들이 오히려 좋은 팀 케미스트리 형성에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쿠에바스나 벤지민의 레벨이 떨어지는 것도 절대 아니다.
NC가 내년에 필요한 외국인 1선발은 토종 선발진의 약점을 메울 수 있는, 언제든 마운드를 지킬 수 있는 건강한 이닝이터다. 메이저리그로 마음이 떠난 페디에게 목 멜 이유는 없다.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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