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KF-21 초도 물량 줄여라?…이해불가 국책硏 수출 찬물 끼얹나

박주평 기자 2023. 11. 6.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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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성공 불확실' 초도물량 40대→20대 제언 방침
K-방산 신인도 하락·투자 진행한 700여개 협력업체 타격
1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개막한 '2023 서울 항공우주방위산업전시회(ADEX)' 야외전시장에 KF-21 보라매 전투기가 전시돼 있다. 2023.10.1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가운데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KF-21 사업타당성보고서에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초도물량 40대를 20대로 줄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다.

방산업계에서는 개발국의 국책연구기관이 사업 성공을 의심하는 전투기를 과연 해외 시장에 판매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KF-21 사업은 체계종합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047810·KAI)을 비롯해 700여개 협력사가 참여하는 만큼, 초도물량 축소가 산업생태계까지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3일 군과 방위사업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공군과 방사청 관계자 등이 참석한 비공개 최종 토론회에서 'KF-21의 초도 물량을 40대에서 20대로 줄여야 한다'는 KIDA의 사업타당성조사 잠정 결론이 공유됐다. KIDA가 KF-21 사업의 성공 불확실성을 이유로 초도 물량 감축 의견을 제시했다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전했다.

KF-21 사업은 2026~2028년 초도 물량 40대를 생산한 뒤 2032년까지 80대를 추가 양산해 총 120대를 공군에 인도한다는 계획 아래 개발이 진행 중이다.

업계는 초도 양산 물량이 40대에서 20대로 줄면 1대당 가격이 880억원대에서 1000억원대로 뛰어 군 전력화가 지연되고 가격 경쟁력도 떨어져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국방연구원이 초도물량 감축의 이유로 KF-21 사업 성공의 불확실성을 언급한 사실이 수출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국책연구기관이 KF-21의 우수성과 신뢰성을 강조해도 모자랄 판에 차질 없이 진행 중인 사업의 불확실성을 언급하는 자체가 우리 방위산업과 KF-21의 신인도를 깎아내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KF-21은 올해 5월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 올해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3'(서울 ADEX 2023)에서 시제기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내년부터 양산에 착수한다. 폴란드와 아랍에미리트(UAE)도 KF-21 도입에 관심을 보이면서 우리 정부 측에 공동개발 참여 의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KF-21 체계종합기업인 KAI도 ADEX 2023 비롯한 국제 방산 전시회에서 국산 경공격기 FA-50과 함께 KF-21을 주력 상품으로 전시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KAI는 지난달에는 폴란드에 중부유럽사무소를 개소했고 FA-50은 물론 수리온, KF-21 등 주력 항공 플랫폼의 수출시장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2023 항공우주방위산업전시회(ADEX) 개막식에서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가 행사장 상공을 날고 있다. 2023.10.1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방위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특히 요구되기 때문에 해외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며 "수출 물꼬를 터야 하는 상황에서 KF-21 사업 성공이 불확실하다는 국방연구원의 문제제기는 의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KF-21 개발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초도물량과 추후 양산 물량을 고려해 공장 설비 등 투자를 진행했기 때문에 초도물량 축소 여파는 방위산업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KF-21 개발에는 700여개의 국내 업체가 참여한다. KAI가 체계종합을 담당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KF-21에 들어갈 GE의 F414엔진을 국내에서 면허 생산한다. LIG넥스원(079550)은 KF-21 핵심무장인 '장거리공대지유도탄'(KALCM)을 국방과학연구소 주도로 개발하고, 한화시스템(272210)은 적항공기와 지상, 해상에서 표적을 탐지·추적하고 유도탄 유도 기능을 보유한 AESA 레이다를 개발한다.

특히 규모가 작은 중소 협력업체들은 계획된 물량이 축소되면 더 큰 경영상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정부가 물량 축소에 따른 업체들의 손실을 보상한다고 해도 세금을 불필요하게 지출해야 한다.

안상남 방위산업진흥회 본부장은 "KF-21 사업은 예정된 기간 내 기대 이상으로 진도를 맞춰 잘해 나가고 있고, 이것도 해외에서는 경이롭게 바라본다""며 "갑자기 초도물량을 절반으로 하면 계획에 맞춰 투자를 진행해 온 협력업체들은 어떻게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KF-21 사업은 시작 단계부터 오랜 시간을 검토해서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했는데 지금 초도물량을 줄이면 생산단가가 올라가 오히려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진다"며 "보고서가 정식으로 나오면 왜 그런 결론이 나오게 됐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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