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업 논란' 왜 20승 에이스 카드 써보지도 못했나... 마지막 눈물 흘리는 모습에 그래도 NC 팬들은 '따뜻한 응원' 보냈다
5일 수원 KT 위즈파크를 찾은 한 어린이 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NC 다이노스의 가을야구 여정이 막을 내렸다. KT 위즈와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2-3, 한 점 차로 패했다. 2020년 통합 우승 이후 3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에 도전했지만,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사실 이번 포스트시즌 내내 NC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끈 선수는 페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부터 '페디가 나오느냐, 못 나오느냐'가 늘 중요한 주제 중 하나였다.
페디는 지난달 16일 자신의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 경기에서 타박상을 입었다. 당시 KIA를 상대하면서 6회말 고종욱의 타구에 오른팔을 맞은 뒤 교체 아웃됐다.
페디는 올 시즌 내내 팀을 위해 헌신했다. 페디가 있었기에, NC도 가을야구를 치를 수 있었다. 페디는 올 시즌 30경기에 선발 등판해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을 마크하며 KBO 리그를 평정했다. 평균자책점과 다승 및 탈삼진 부문 모두 1위.
많이 던지기도 했다. 어깨에 피로도가 쌓일 법한 이닝을 소화했다. 총 180⅓이닝을 던졌는데, 이는 미국 생활을 포함해 자신의 개인 한 시즌 최다 이닝이었다. 그래도 페디는 지난 1986년 선동열(해태) 이후 37년 만에 20승과 2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하는 역사를 썼다. 외국인 선수가 20승과 2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한 건 페디가 최초였다.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최동원상을 받았다. 올 시즌 MVP 수상도 유력하다.
NC의 가을야구가 끝난 시점에서, 페디를 향한 두 가지 시선이 공존한다. 등판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몸 상태가 받쳐주지 않아 나서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내년 미국 무대 복귀가 유력한 페디가 몸을 사리면서 사실상 태업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페디의 가을야구는 거기까지였다. 더 이상 그는 출전하지 않았다. 플레이오프 1차전 종료 후 5일 휴식을 취했기에, 로테이션상 5차전 선발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러나 NC의 5차전 선발은 신민혁이었다. 사령탑인 강인권 NC 감독은 4차전을 마친 뒤 "페디의 컨디션이 100% 회복되지 않아 고민 중"이라면서 신민혁의 이름을 언급했다. 이미 앞서 강 감독은 한 차례 곤란한 상황을 겪은 바 있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강 감독은 페디를 준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로 예고했다가, 경기 후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아 죄송하다"면서 태너 털리로 교체했다. 페디의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았던 것. 결국 NC는 3차전을 내준 뒤 4차전마저 패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날 5차전. 경기 전 강 감독의 입에 다시 한번 많은 시선이 쏠렸다. 강 감독은 페디에 대해 "피로도가 완벽하게 회복되지는 않았다. 일단 중간에 대기하다가 상황을 지켜보겠다"면서 '확실히 잡을 상황이 된다면 나올 수 있다는 말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일단 대기는 한다. 불펜에서 한번 가능할지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강 감독은 "첫 경기에 등판하고 나서 어깨가 무겁다는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 회복할 시간이 있음에도, 불편하다고 해서 피로도가 있는 것 같아 선발로서는 조금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중간 대기는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일단 준비를 해보고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페디는 이날 5회말 팀이 실점 위기를 맞이하자 잠시 불펜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을 던지지 않은 채 더그아웃으로 다시 돌아갔다. 결국 경기 후 사실상 애초에 등판이 어려웠던 것으로 밝혀졌다. 5차전 패배 후 강 감독은 "페디가 움직여봤는데 무겁다고 표현해 상황이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페디가 아픔을 참고 5차전에서 던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품는 팬들도 많다. 마지막, 다른 경기도 아니고 한국 무대에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5차전이었기 때문이다. 경기 후 페디가 눈물을 흘린 채 위즈파크를 떠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NC 팬들은 따뜻한 응원을 보내고 있다. 외국인 투수, 그것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이방인의 눈물에 NC 팬들은 '메이저리그에 복귀하더라도 꼭 응원하겠다'면서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수원=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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