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계 우영우’ 이승민, 편견 딛고 골프계 새 역사 “母 날 포기 안 해”(마이웨이)[어제TV]

이하나 2023. 11. 6.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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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 캡처)
(사진=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 캡처)
(사진=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 캡처)

[뉴스엔 이하나 기자]

자폐성 발달장애에도 최초 KPGA 투어 프로가 된 이승민의 성장사가 공개 됐다.

11월 5일 방송된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에서는 미국골프협회(USGA)에서 주관한 US 어댑티브 오픈 초대 챔피언으로 등극한 프로 골퍼 이승민이 출연했다.

이승민은 발달장애인 선수 최초 KPGA 정회원 자격을 취득하고, 지난해 US 어댑티브 오픈 초대 챔피언으로 등극해 화제를 모았다.

3살 무렵 이승민의 자폐성 발달장애를 알게 된 부모는 당시의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던 심정을 떠올렸다. 혼자만의 세상 속에서 살던 이승민은 골프를 통해서 세상을 접했고, 부모의 소원이었던 대화도 가능해졌다.

이승민 아버지는 “(승민이가) 4~5살 무렵이었는데 골프 연습장에 가서 어린이 골프채를 쥐여줘 봤다. 처음 해보는 건데 공이 뜨더라. 안 가르쳐줬는데 신기했다. 공을 치는데 소질이 있나 보다 생각했다”라고 회상했다. 이승민은 “처음에 재미 삼아 놀이로 골프를 쳤고, 계속 하다 보니까 됐다”라고 설명했다. 2017년 6월 1일 KPGA 정회원이 된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한 이승민은 “기분이 하늘 위로 날아가는 것 같았다. 완전 놀랐다. 불가능한 걸 해내서”라고 뿌듯해 했다.

기적을 만들 수 있었던 데는 하루도 빠짐없는 연습과 함께 경력 17년 차 캐디 겸 코치 윤슬기 코치의 힘이 컸다. 투어 선수 첫 우승만 9번을 이끈 베테랑 윤슬기 코치는 이승민이 정해진 시간 안에 칠 수 있도록 스파르타식으로 훈련을 진행했다. 윤슬기 코치는 이승민을 바라보는 차별적인 시선에 직접 연락을 해 코치를 자처했다.

하루 12시간씩 매일 연습하며 기초 훈련부터 탄탄하게 진행한 윤슬기 코치는 “왜 이렇게 빨리 쳐야 하나”라고 의문을 가진 이승민에게 차근차근 이유를 설득했고 “못 하겠으면 골프 그만둬야지”라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윤슬기 코치는 이런 이유에 대해 지난해 미국 전지훈련 중 감정 조절을 못한 이승민이 자신에게 골프채를 휘두르며 돌발행동했던 때를 떠올렸다. 윤슬기 코치는 “아무리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승민이도 성인이기 때문에 폭력적인 행동을 하면 무조건 처벌을 받는다는 걸 알려줬다”라며 잘못을 깨닫게 하려고 경찰서까지 데려가 교육을 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이 일이 있었던 후부터 이승민은 화가 나도 폭력성은 보이지 않았다.

윤슬기 코치는 이승민의 코치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매일 한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계속 하는 이유에 대해 “승민이가 어렸을 때부터 했던 얘기가 있다. 자기는 마스터스 대회에 나가서 마지막 18번 홀을 갤러리들 환호성을 받으면서 걸어보고 싶다고 하더라. 지능이 4~6살 되는 아이가 뭘 알아서 그걸 그렇게 하고 싶어 하는지. 그건 꼭 한 번 이뤄주고 서로 깔끔하게 헤어지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아마추어 시절 일본에서 처음 만났던 허인회에게 골프 비결을 전수받은 이승민은 직접 운전까지 하면서 부모님과 함께 문경의 한 작은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이 학교에서는 방과 후 수업으로 모두 골프를 배우는 중이었으며, 34명 중 2명은 이승민과 같은 발달장애가 있었다. 이승민은 아이들을 위해 투어 벤 견학과 간식 트럭을 준비했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했다.

일정을 마치고 계곡에서 자연을 즐긴 이승민 가족들은 바비큐 파티까지 함께 했다. 부모는 이승민의 어린 시절에는 평화로운 바비큐는 상상할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어머니는 “승민이가 어떤 행동을 어떻게 할지 모르기 때문에 위험한 일은 거의 안 했다. ”라며 “어린 시절에는 24시간 쫓아 다니지 않으면 안 됐다. 바비큐도 그렇고 다리미, 커피포트, 정수기 이런 것들은 아예 설치를 안 하고 살았다. 언제 돌발행동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라고 털어놨다.

이승민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왔던 중학교 1학년 시기 혼란을 느꼈다. 어머니는 “승민이가 중학교 1학년 때 한국에 와서 몇 달을 보내고 난 다음에 나한테 ‘엄마 내가 이상해?’라고 하더라. 이유를 물었더니 사람들이 자기를 이상하게 본다고 했다. 그전까지는 미국에서 한 번도 친구들이 자기를 이상한 눈으로 본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느꼈는지 물어보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승민의 부모는 현재처럼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난 것에 감사해 했다. 이승민은 “엄마랑 자주 같이 다니고, 내가 말썽부리고 그럴 때도 있었는데 이해 해주고 잘 참아줘서 고맙다. 나를 갖다 버리고 싶을 때도 많았을텐데 그래도 포기 안 하고 날 개선시키고 여기까지 오게 해줘서 고맙다. 위대한 선수로 만들어줬다”라고 말했다.

이승은 최경주의 이름을 딴 대회에서 당당히 자력으로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대회를 앞두고 연습 라운딩을 하던 이승민은 ‘코리안 탱크’ 최경주를 발견하고 감동을 숨기지 못했다. 최경주는 퍼팅 등 실전 감각을 익힐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했다.

서로 존중하며 라운딩을 마무리한 이승민은 최경주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최경주는 자신이 PGA를 출전하게 됐던 계기 등을 밝히며 이승민에게 “많은 동료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훌륭한 선수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매일 열심히 살아주길 바란다”라고 응원했다.

뉴스엔 이하나 bliss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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