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방농업 연구, ‘축적의 시간’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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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농업 연구는 북한·중국·러시아 등이 대상에 포함되지만, 그중에서도 북한농업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룬다.
그동안 북한농업 연구는 농촌진흥청·국책연구기관·대학 등을 중심으로 명맥만을 유지했다.
이처럼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농업에 대한 연구가 지속돼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새로운 연구자를 육성하면 된다고 하지만, 북한농업 연구처럼 사회적 수요가 적고 연구 자료에 접근이 어려운 경우 신규 연구자의 진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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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농업 연구는 북한·중국·러시아 등이 대상에 포함되지만, 그중에서도 북한농업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그 수요가 많지 않고 국내외 정세에 따라 부침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그동안 북한농업 연구는 농촌진흥청·국책연구기관·대학 등을 중심으로 명맥만을 유지했다. 더군다나 연구가 분산 진행되다보니 체계적인 연구 시스템이 부재하고, 북한농업 자료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 질 높은 연구 성과를 도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
현재 열악한 환경에서도 농진청을 필두로 북한의 농업 여건과 유사한 국내외 지역에서 자연과학에 기초한 실증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회과학적 관점에서도 북한 미디어, 역추적 데이터, 탈북민 인터뷰, 제3국 유사사례 등 가용할 수 있는 자료와 정보를 최대한 동원한다.
이처럼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농업에 대한 연구가 지속돼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가 단절되면 전문성을 지닌 연구자도 사라진다. 새로운 연구자를 육성하면 된다고 하지만, 북한농업 연구처럼 사회적 수요가 적고 연구 자료에 접근이 어려운 경우 신규 연구자의 진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북방농업 연구자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농업연구는 반복적인 실증연구를 통해 성과물을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농업의 특성상 외부 환경에 민감하고 작물의 생장기가 비교적 길다는 점에서 충분한 연구 기간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하물며 북한의 농업 환경에 맞는 연구 인프라를 어렵사리 갖춘 경우라면, 연구 단절로 인한 기회비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북방농업 연구 인프라를 위한 장기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셋째, 북한농업 연구가 단순히 북한의 농업 이슈만을 다룬다는 관점은 근시안적이다. 북한농업이 직면한 문제가 임계점을 넘어서면 위기로 나타나고 식량안보를 위협하게 된다. 식량안보는 다른 안보로 전이돼 그 파급력이 커지고, 전통적 안보 위기로 발전해 북한 내부 소요 사태 혹은 한반도 안보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
넷째, 북한농업 연구는 북한 내부에 잠재된 위기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미래 한반도 식량안보를 강화하는 방편이다. 최근 진행되는 한반도 식량안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설정 관련 과제도 통합적 관점의 미래지향적인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농업분야 SDGs 이행에 적극 참여하고자 하는 북한의 태도는 농업 관련 공동연구를 위한 긍정적 신호로 이해된다. 이것이 바로 장기적인 관점의 북방농업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과거 구소련 붕괴라는 예상치 못한 위기에 직면하면서 연방국에 속했던 키르기스스탄은 큰 사회적 혼란을 겪었다. 당시 연방국들이 비교우위에 따라 산업을 특화해 분업하면서, 키르기스스탄은 축산업을 전담했다. 하지만 다른 산업 인프라가 전무했던 키르기스스탄 국민은 소련 붕괴 이후 생계가 위태로워졌고, 경제활동도 불가능해졌다. 결국 국민은 일자리를 찾아 타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 결과 지역공동체는 붕괴했고 국가 경제는 국외 근로자의 송금으로 지탱해야 했다. 이로 인한 후유증은 3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키르기스스탄뿐만 아니라 그 위기를 분담해야 했던 주변국에도 이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런 위기 상황은 한반도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한반도에 상존하는 불확실성과 잠재된 위기에 대응하고 향후 남한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북한농업을 포함한 분야별 연구가 지속돼야 한다. 이 점이 바로 북방농업 연구에서 ‘축적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지성태 서울대 국제농업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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