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래도 경자유전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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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위태위태하다.
'국가는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된 헌법 제121조를 흔드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시대에 뒤처진 경자유전 붙들고 있지 말고 규제를 완화해 농지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2000년 경자유전 원칙을 폐기한 대만의 경우 농지 가격이 우리의 10배 수준으로 뛰며 투기 과열, 호화 농가주택 난립 등 수습하기 힘든 후유증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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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에 앞서 지속성 염두 둬야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위태위태하다. ‘국가는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된 헌법 제121조를 흔드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엔 국무조정실의 의뢰를 받은 한 연구소가 관련 보고서도 냈다. 골자는 경자유전을 폐기하고 농지농용(農地農用·농지는 농업 목적으로 사용해야 함)을 농지제도의 근간으로 삼자는 거다. 시대에 뒤처진 경자유전 붙들고 있지 말고 규제를 완화해 농지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경자유전이 소유의 개념이 강했다면 농지농용은 이용에 방점이 찍힌다.
이 주장에 일리는 있다. 솔직히 ‘농지는 농민이나 농업법인이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는 ‘농지법’상의 경자유전은 현실적으로 지켜지지 않는 원칙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전체 경지면적 153만㏊ 중 주말·체험용 농지, 자경하지 않는 상속 농지, 이농 후에도 보유하고 있는 농지 등 비농업인이 소유한 농지는 45%에 달하며, 앞으로 이 비율은 더 늘어날 것이다. 영농 규모화를 위해선 임대차를 확대할 수밖에 없으며, 과도한 규제가 농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측면도 있다. 농민 중에는 땅을 팔고 싶어도 형편없는 땅값에 그마저도 거래가 안돼 속앓이를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경자유전이 무너졌을 때의 폐해를 먼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화는 농촌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농업인 투기 세력의 집요한 접근으로 농지 가격이 폭등할 테고 각종 규제 완화 요구에 농업진흥지역 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2000년 경자유전 원칙을 폐기한 대만의 경우 농지 가격이 우리의 10배 수준으로 뛰며 투기 과열, 호화 농가주택 난립 등 수습하기 힘든 후유증을 앓고 있다. 청년농 등 신규 진입농의 농지 확보도 임차 외에는 방법이 없을 것이다.
농지는 효율성, 곧 땅의 효율적 이용만 가지고 들이댈 문제가 아니다. 한번 파괴되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기에 지속성을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상속 농지, 이농인의 농지, 고령화에 따른 휴경지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인데, 여기엔 농지농용 개념을 도입해 관 주도하에 임대차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고민해볼 만하다. 소유는 현행 틀을 유지하되 활용은 합리적 방안을 찾으면 된다. 아울러 농업진흥지역 농지에 확실한 혜택을 줘 보유 농민들의 재산상 피해와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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