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삶, 익는 삶] 우리 입맛 사로잡은 외래 음식…비결이 뭘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얼마 전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에서 '케이(K)-와플'이 유행했다.
유럽에서 온 음식이 우리 전통 재료·조리법과 어우러지며 당당히 '케이푸드(K-Food·한국식품)'란 칭호를 달았다.
그는 신선한 우리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먹을 때 진정한 한식문화, 나아가 케이푸드도 한단계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에서 ‘케이(K)-와플’이 유행했다. 벨기에식 빵인 와플에 콩고물을 뿌리거나 떡·밥을 와플 틀에 구워 먹는 것이다. 유럽에서 온 음식이 우리 전통 재료·조리법과 어우러지며 당당히 ‘케이푸드(K-Food·한국식품)’란 칭호를 달았다.
이런 케이푸드의 다문화 바람을 일찌감치 알아본 이가 있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다. 그는 “고유한 음식문화는 없다”고 단언한다. 음식을 인문학 관점으로 해석하고 연구하는 음식인문학자이기도 한 그가 새 책 ‘글로벌 푸드 한국사’를 펴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마시는 아홉가지 글로벌 푸드, 위스키·아이스크림·초콜릿·피자·커리·우유·빵·차·향신료의 변천사를 다룬다.
“세계의 어떤 문화도 주변 영향을 받지 않은 채 그대로 지속한 것은 없습니다. 음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케이푸드란 고유성의 함정에 빠지면 안됩니다. 그보다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일상적으로 즐겨 먹는지가 더욱 중요합니다.”
책은 글로벌 푸드의 변곡점을 시대에 따라 살펴본다. 예컨대 삼국시대 유입된 불교는 육식을 금지하면서 지배층에 차(茶)문화를 발달시켰고, 몽골제국은 한반도에 증류주가 탄생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콜럼버스의 항해는 우리 땅에 고추를 전해줬고 후에 한국인의 솔푸드인 새빨간 김치를 탄생시켰다. 일제강점기는 일본식 서양 음식을, 한국전쟁은 분유·초콜릿·우유·빵 등을 시중에 퍼뜨렸다.
주 교수는 이들 음식이 오늘날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게 된 과정을 들려준다. 당시 시대상을 볼 수 있는 광고·신문기사·사진 등 다양한 자료를 함께 실었다. 책엔 군데군데 음식에 관한 저자의 경험이 녹아 있어 누구나 쉽게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다.
케이푸드의 탄생과 진화를 좇던 주 교수, 요즘 그의 화두는 농민이다. 케이푸드가 잘나간다고 해서 농민이 행복한 것은 아니란다. 식문화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은 농업·농촌인데, 전세계를 누비는 케이푸드가 값싼 외국산 재료를 쓴 가공식품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 문제다. 그는 신선한 우리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먹을 때 진정한 한식문화, 나아가 케이푸드도 한단계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류학에서 떠도는 우스갯소리 중에 ‘요리하지 않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식문화가 발전하려면 ‘요리하는 대한민국’이 돼야 합니다. 저 역시 자주 우리농산물로 요리해 먹지요. 누구나 로컬푸드나 슬로푸드를 즐겨 먹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주영하/ 휴머니스트 368쪽/ 2만2000원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