룻기의 신학적 의미 [인문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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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면서 신발 끈을 묶는 아침.
바쁨과 경쟁으로 다급해지는 마음을 성인들과 선현들의 따뜻하고 심오한 깨달음으로 달래본다.
"너희는 제각기 친정으로 돌아가거라. 너희가, 죽은 너희의 남편들과 나를 한결같이 사랑하여 주었으니, 주님께서도 너희에게 그렇게 해주시기를 빈다."(8) 룻은 병치레를 하던 남편에게도 시어머니에게도 평소에 잘하던 착한 며느리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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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면서 신발 끈을 묶는 아침. 바쁨과 경쟁으로 다급해지는 마음을 성인들과 선현들의 따뜻하고 심오한 깨달음으로 달래본다.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말했다. "나더러, 어머님 곁을 떠나라거나, 어머님을 뒤따르지 말고 돌아가라고는 강요하지 마십시오. 어머님이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님이 머무르시는 곳에 나도 머무르겠습니다."(룻 1:16) '시월드'에 대한 며느리들의 알레르기를 생각해보면 헛웃음이 나올 말이다.
상황을 생각해보면 더 말이 안 된다. 시아버지와 남편 등 집안의 남자가 다 죽었다. 그리고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자기를 모실 필요 없고 그냥 각자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제안한 상황이다. 며느리 룻은 더 기가 막힌 말을 이어간다. "어머님이 숨을 거두시는 곳에서 나도 죽고, 그곳에 나도 묻히겠습니다. 죽음이 어머님과 나를 떼어놓기 전에 내가 어머님을 떠난다면, 주님께서 나에게 벌을 내리시고 또 더 내리신다고 하여도 달게 받겠습니다."(17) 과대 의존증인가? 시어머니도 듣고 섬뜩했을 것 같다.
사실 룻도 시어머니도 참 '좋은 사람'이었다. 시어머니가 두 며느리에게 했던 말을 들어보자. "너희는 제각기 친정으로 돌아가거라. 너희가, 죽은 너희의 남편들과 나를 한결같이 사랑하여 주었으니, 주님께서도 너희에게 그렇게 해주시기를 빈다."(8) 룻은 병치레를 하던 남편에게도 시어머니에게도 평소에 잘하던 착한 며느리였었다. 며느리가 떠나기를 거부하자 맘 좋은 이 시어머니는 자조적인 농담까지 하며 마음의 부담을 가볍게 해주었다. "오늘 밤 내가 남편을 맞아들여 아들들을 낳게 된다거나 하더라도, 너희가, 그것들이 클 때까지 기다릴 셈이냐? 그때까지 재혼도 하지 않고, 홀로들 지내겠다는 말이냐? 아서라, 내 딸들아."(12-13) 점잖게 번역해서 그렇지 본래는 '내가 오늘 밤에 남자랑 원나잇이라도 해서 애를 낳아주랴?' 정도로 웃픈 해학이 담긴 말이다.
당시 혼자된 여자가 길을 떠나는 것은 아주 위험했다. 고향에 무사히 도달한다고 해도, 성경이 생활보장대상자로 지명했을 만큼 과부의 삶은 절망적이다. 둘이 같이 길을 떠났더라도 위험했겠지만, 룻은 무엇보다도 의리 있는 여자였다.
이야기 결말에 두 여인은 삶의 안정을 되찾는다. 특이한 것은, 성경의 이야기인데 하나님의 행위가 눈에 띄지 않는다. 연합한 두 여인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만 나온다. 다른 성경의 이야기처럼 하나님이 물을 가르고 성을 무너뜨리는 초월적 역사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룻기는 우리의 일상과 더 가깝다. 하나님 믿기 전문가인 목사이지만, 살면서 나는 물이 갈라지는 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룻기의 신학은 의미가 있다. 두 여인이 서로에게 보여주었던 인간적 신의가 강조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잘해야 하늘의 축복도 누린다는 것. 하나님을 잘 믿는 좋은 신앙인은 사람에게 신의를 지키는 의리의 사람이어야 한다.
기민석 목사·한국침례신학대 구약성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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