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박이물범을 위한 가로림만 활용법 [기고]
“점박이물범”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온 몸에 짙은 점무늬를 가지고 있는 점박이물범은 1982년 천연기념물 331호로 지정되었으며, 2000년대에는 해양보호생물 및 멸종위기 야생동물 Ⅱ급으로도 지정되어 보호되는 해양동물이다. 과거 점박이물범의 가죽이 삼국시대 한반도의 주요 교역물품이었다는 문헌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한반도에서 점박이물범의 역사는 짧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우리 사람들이 한반도에 정착하기 이전부터 점박이물범은 매년 특정 시기에 백령도를 비롯한 우리나라 연안을 찾았을 것이다.
황해에 서식하는 점박이물범은 12월경 중국 발해만의 번식지에 모여 이듬해 2월까지 유빙 위에서 새끼를 낳고 젖을 먹인다. 새끼가 젖을 떼는 이른 봄부터 점박이물범은 한반도 연안과 중국의 산둥반도를 향해 남하하기 시작해서 여름철 서식지에 도착하여 충분한 먹이활동과 휴식을 하면서 다시 겨울철 번식지로 이동할 때까지 털갈이를 하고 살(지방층)을 찌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름철 서식지인 백령도는 매년 300여 마리의 점박이물범이 출현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육지로 둘러싸인 가로림만에도 점박이물범이 매년 찾아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중국 발해만의 번식지로부터 백령도보다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가로림만에 출현하는 점박이물범은 늦게 도착해서 일찍 출발하므로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기간은 5~9월로 짧은 편이다. 더군다나 암초가 많은 백령도와 달리 가로림만에서는 점박이물범이 모래톱에서 휴식을 취하며 일광욕을 즐긴다. 가로림만의 모래톱 면적과 노출 시간이 조석주기에 따라 큰 차이가 나고 비나 해무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 점박이물범을 관찰할 수 있는 행운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주어진다. 모래톱에서 몇 시간을 누워 일광욕을 하며 졸고 있는 점박이물범을 보노라면 이들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장으로 부임하여 운 좋게 가로림만에서 점박이물범을 처음 본 후 이 귀한 손님에게 매료되어 매년 5월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니 말이다. 가로림만은 전형적인 육지로 둘러싸인 내만으로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지니고 있으며 조석 주기에 따라 해수가 자유롭게 드나들어 청정하게 유지된다. 최상위포식자인 점박이물범이 출현한다는 것은 그만큼 해양생태계의 구성원인 기초생산자부터 상위 단계의 포식자까지 균형을 이루며 안정적으로 유지됨을 의미한다.
점박이물범은 서식지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은 해양동물로 백령도를 찾는 개체는 매년 백령도를, 가로림만을 찾는 개체는 매년 가로림만을 찾는다. 이처럼 충성심이 강한 점박이물범이 매년 가로림만으로 찾아오게 하려면 가로림만의 균형 잡히고 안정적인 해양생태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환경보호를 위해서는 무조건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아야 한다는 소극적이고 규제 중심의 관리를 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해양환경을 관리해야 한다. 20여 년간 추진되던 조력발전사업을 접고, 기름유출 사고로 오염된 연안생태계를 땀과 눈물로 회복시킨 결과 가로림만에서는 점박이물범뿐만 아니라 흰발농게나 흰이빨참갯지렁이와 같은 해양보호생물을 만날 수 있으며 다양한 어류와 철새를 관찰할 수 있다. 사람의 편의대로 훼손할 뻔한 가로림만의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직접 경험해보시길 바란다.
최근에는 서산 웅도 잠수교에서 가로림만을 배경으로 인생 샷을 찍는 것이 유행이라고 한다. 웅도 잠수교는 밀물 때 잠기는 폐쇄형의 교량인데 갯벌에 서식하는 해양생물의 보호를 위해 갯벌복원사업을 거쳐 개방형 교량으로 만든다고 한다. 곧 사라질 웅도 잠수교에서 다시없을 사진을 남기고 가로림만의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이러한 가로림만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국민들이 해양생태계의 가치와 소중함을 직접 보고,느낄 수 있는 교육, 체험 및 생태관광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늦가을의 정취를 즐기기 위해 이번 주말에는 가로림만을 방문해 보시길 추천한다. 정말 운이 좋다면 발해만으로의 먼 여행을 준비하는 점박이물범을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
최완현 국립해양생물자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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