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매물 싹 사라졌지만... 업계 "시한폭탄 여전" 전전긍긍

김동욱 2023. 11. 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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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중개업자만 이용하는 이른바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최근 전세사기 의심 매물이 싹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전세사기 핵심 고리인 동시진행 단속에 나섰지만 올 상반기까지 이들 앱에서 전세사기 의심 매물은 사라지지 않았다.

5일 본보가 가장 규모가 큰 A앱에 접속해 최근 석 달간 올라온 매물 리스트를 분석했더니 전셋값과 매맷값을 비슷하게 맞춘 뒤 세입자를 모집하는 식의 전세사기 의심 매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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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매물 유통 전용 앱 살펴보니 
업자 대거 구속, 전세사기 홍보글 사라져
"지난해 동시진행 성행, 내년 피해 우려"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촌.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없음. 배우한 기자

부동산중개업자만 이용하는 이른바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최근 전세사기 의심 매물이 싹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동시진행' 방식의 전세사기가 지난해까지 활개친 탓에 내년까지 후유증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용 앱 "무갭 매물은 전세사기 간주"

전국의 부동산 분양 직원과 중개업소 직원들은 유료 회원제로 운영되는 전용 앱을 통해 부동산 매물을 홍보한다. 최근 수년간 이들 앱은 전세사기 의심 매물 유통 창구로 통했다. 분양 컨설팅 직원이 거액의 리베이트를 내걸어 신축 빌라 등에 들어올 세입자 모집 글을 올리면 중개업자가 달라붙는 식이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전세사기 핵심 고리인 동시진행 단속에 나섰지만 올 상반기까지 이들 앱에서 전세사기 의심 매물은 사라지지 않았다. 정부 대책을 비웃듯, 정부가 허용한 감정평가회사 40곳에서 탁상감정(사전 감정)이 가능하다는 홍보글은 물론 무주택 바지 집주인 명의를 대량 확보했다는 홍보글도 수두룩했다.

동시진행은 전셋값과 매맷값을 거의 비슷하게 맞춘 뒤 세입자가 낸 보증금으로 신축 빌라 분양대금을 치르는 매매기법(무자본 갭투자)이다. 세입자를 들인 뒤 집주인 명의를 바지 집주인에게 넘기면 모든 단계가 종료된다.

5일 본보가 가장 규모가 큰 A앱에 접속해 최근 석 달간 올라온 매물 리스트를 분석했더니 전셋값과 매맷값을 비슷하게 맞춘 뒤 세입자를 모집하는 식의 전세사기 의심 매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편법으로 감정평가를 받게 해 주겠다는 글, 키워드가 바지 집주인을 암시하는 '무주택·임대사업자'인 게시물도 자취를 감췄다. 대신 빌라 할인 분양 글이 가장 많았고, 세입자를 모집하더라도 매맷값과 전셋값 차이가 20~30% 가까이 났다.

빌라 분양회사 직원 김모씨는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며 동시진행에 관여했던 이들이 대거 구속된 사실이 퍼지자 최근엔 무자본 갭투자 중개는 엄두도 내지 않는다"며 "건축주도 전세·매매 동시진행을 통한 빌라 매매 대신 할인 분양을 택한다"고 했다. 부동산중개 앱을 운용하는 회사들도 늦긴 했지만 분양가와 전셋값 차이가 나지 않는 매물은 전세사기 의심 매물로 간주, 삭제 기준을 만들어 시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초 분양업자 전용 앱에 올라온 HUG 선정 감정평가회사에서 감정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홍보글.

"시세보다 훨씬 싸게"... 빌라 급매 주의보

업계에선 최근 몇 년간 수도권 빌라 중심으로 이뤄졌던 무자본 갭투자 방식 전세사기는 일단 꺾인 것으로 본다. 하지만 그 여파가 끝난 건 아니다. 김씨는 "지난해 중반까지 전셋값이 고점을 유지하다 보니 컨설팅 업자들이 막판 동시진행에 열을 올렸다"며 "전세계약이 마무리되는 내년부터 대형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아파트에 견줘 빌라는 전셋값 회복세도 더디다 보니 역전세가 속출해 세입자 불안감도 극에 달한 상황이다.

최근 일부 바지 집주인이 세입자가 있는 걸 숨긴 채 빌라를 싸게 처분한다고 속이고 매매대금만 챙겨 잠적하는 사건이 발생해 신종 사기 주의보도 내려졌다. 세입자는 전세보증 덕분에 전세금을 지킬 수 있는 반면 싸게 빌라를 잡은 집주인이 모든 폭탄을 떠안는다. 보증기관이 새 집주인에게 떼인 전세금을 대신 갚으라는 구상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시세보다 현격히 싸게 나온 빌라라면 일단 의심부터 해야 한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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