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희 칼럼] ‘서울시 김포구’, 김동연의 뼈아픈 자책골

강경희 기자 2023. 11. 6.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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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이 인구 절반
2등신의 나라
경기도는 지방이 아니다
인구·기업 몰리는 수도권
경기북도 쪼개면 발전한다는
국토 갈라치기 하다 역풍
2022년 6월 24일 경기도청 북부청사에서 열린 경기북부 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축사하는 당시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

김포시의 서울 편입 추진으로 다른 서울 인근 도시까지 들썩이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세계적 조롱거리” “대국민 사기극” 운운하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나라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김포 시민을 표로 본 발상” “국토 갈라치기를 표를 얻기 위해서 하는 아주 참 못된 정치”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나라의 미래는 안중에 없는 ‘못된 정치’로 이 사태를 자초한 장본인은 김 지사 자신이다.

만약 서울을 확대한다면 서울을 에워싼 구리·하남·과천 등이 1순위로 꼽히는 게 자연스럽다. 엉뚱하게 김포에서 서울 편입론이 불거진 건 김 지사가 공약으로 내세우고 취임 후 강하게 추진해온 경기도 쪼개기 때문이다. 남북으로 나눠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신설하겠다고 한다. 김포는 한강 이남인데 경기북도로 갈 처지이고, 만약 김포가 경기도(경기남도) 잔류를 고집하면 나머지 지역들과 뚝 떨어진 ‘한강 오리알’이 된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김포 시민들은 불편한 교통 여건에도 경기도의 미흡한 대책에 “도대체 경기도지사는 누구냐” “우리는 경기도민 아닌 그냥 김포시 주민”이라는 불만이 높았다. “경기북도 되느니 차라리 서울시민 되자”는 제안에 솔깃할 수밖에 없고, 이를 국민의힘이 총선판의 되치기 카드로 활용하면서 휘발유에 불 붙인 듯 폭발력을 갖게 된 것이다.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면 위성 도시를 흡수해 서울이 커지느냐, 경기도가 남북으로 쪼개지느냐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훨씬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에 직면했다. 수도권 편중이 심하다 못해 공멸을 부르는 구조다. 서울(940만명)·경기(1362만명)·인천(299만명)의 수도권이 총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50.6%). ‘잘사는 수도권과 못사는 지방’의 양극화도 심하다. 스스로를 “머리만 큰 가분수 나라”라고 비판하는 프랑스조차 수도권이 13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0% 정도다. 사람으로 치면 5등신 체형이다. 우리는 2등신의 더 기형적인 구조다. 1980년에 35.5%, 2000년에 46%로 높아진 수도권 집중이 급기야 50%를 넘어섰다. 세종시 이전, 공기업 지방 이전, 혁신도시 등 온갖 지방 분산책도 다 실패했다. 이대로가면 수도권이 전체의 60, 70%를 차지하는 ‘서울 도시국가’가 될 판이다.

인구 증가기에는 그럭저럭 지방도 버티지만 인구 감소기인 지금은 수도권과 지방이 인구를 반반씩 차지하고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다. 수도권이 계속 청년 인구를 빨아들이면 지방 붕괴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청년 유출로 지방 대학은 무너지고 구인난에 기업들이 지방 이전을 기피하는 이 악순환에서 벗어날 길도 없다. 반대로 수도권은 몰려든 인구로 주택난, 교통난이 가중되면서 소득은 높아도 삶이 고달프다. 결혼 기피, 출산 기피는 더 심해진다. 수도권 팽창을 ‘일단 멈춤’하고 지방의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자생력 있는 광역경제권을 만드는 데 자원과 제도적 지원을 총력 투입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지방 시대’를 선포했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지방국립대 전액 무료, 지방 의대는 100% 지방 학생만 선발 등 상상 초월의 조치라도 취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심각하다.

김동연 지사는 경기북도를 쪼개는 것이 “지방 분권과 국토 균형 발전 차원”이라고 했는데 틀린 말이다. 경기도는 지방이 아니다. 수도권이다. 서울을 에워싼 덕에 절로 인구가 늘고 기업이 몰리는 유리한 위치다. 1990년 서울 인구 1000만명에, 경기도 인구는 600만명이었다. 30여년간 총 인구가 792만명 증가했는데 경기도만 747만명(94%) 늘어 2배 넘게 커졌다. 인구·지역내총생산이 서울보다 많아진 1위 광역자치단체다. 스웨덴(1060만명), 그리스(1030만명), 헝가리(1010만명)보다 인구가 많다.

경기도 지역구 의원 출신이나 기초자치단체장 출신의 좁은 시야라면 경기도가 감당 못하게 커졌다며 분도(分道)를 주장할 수도 있다. 김 지사는 다르다. 경제기획원 관료에서 출발해 경제부총리까지 지냈다. 국가의 그랜드 디자인을 훈련받은 사람이다. 경기남도보다 못사는 경기북도를 별도 행정구역으로 쪼갠들 공무원, 지방의원 수는 늘겠지만 수도권 규제, 군사 규제 등을 대폭 풀 수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 장밋빛 공약을 앞세웠다. 그런 과시형 치적에 매달릴 게 아니라 유연한 태도로 서울시장·인천시장과 협업해 수도권 주민의 불편함을 신속하게 덜어주고 인구 절반의 민생을 책임진다는 각오로 실용 행정에 전력하는 게 우선이었다. 김 지사는 문재인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 시절에 엄청난 충격이 예상되는 최저임금 급등을 직을 걸고라도 막기보다는 세금 풀어 부작용 가리기 급급한 정책을 폈었다. 경제 관료 출신답지 않게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더니 제대로 정치 역풍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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