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인요한에 “미스터 린턴” 지칭하며 영어 면박...비윤도 “실망”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4일 부산으로 자신을 찾아온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게 영어로 ‘미스터 린턴(Mr. Linton)’이라고 부르면서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The real patient is in Seoul)”고 하자, 당내에서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동안 ‘이준석을 어떻게든 끌어안아야 한다’고 주장해 온 비윤계 의원들조차 이 전 대표에 대해 “저렇게까지 해야 했느냐”며 실망했다는 반응이다.
국민의힘 비윤계 중진 의원은 5일 본지에 “대통령을 ‘서울 환자’로 말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말을 한 이 전 대표도 환자처럼 보인다”며 “아무리 거리를 두려는 행동이라고 해도 인 위원장에게 영어로 그런 식의 말을 하는 게 옳은 처사냐”고 했다. 다른 비윤계 의원은 “인 위원장의 부산행을 보며 당내 통합이 진전될 것이라 상당히 기대했는데, 이 전 대표가 재를 뿌렸다”며 “마음이 상한 건 알지만, 자신을 찾은 손님에게 그렇게까지 모진 말을 해야 했나 싶다”고 했다.
당 밖 인사도 이 전 대표를 비판했다.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 ‘새로운선택’의 곽대중(필명 봉달호)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이준석 전 대표는 인요한 위원장에게 일부러 영어로 말했다”며 “ ‘너는 우리 국가의 일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라는 뜻의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라고 했다. 그는 “이 전 대표는 종종 ‘선’을 넘는다. 누가 그런 사람과 선뜻 손을 잡으려 하겠는가”라며 “비정상을 바로잡기 위해 굳이 스스로 비정상이 될 필요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당 혁신위 관계자는 “인요한 위원장이 부산을 다녀온 뒤 조금 지치고 마음이 불편한 것 같다”며 “어쨌든 이 전 대표가 인 위원장 본인과 대통령을 면전에서 모욕한 형국 아니냐”고 했다. 당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철부지 같다며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면서도 “이 전 대표가 신당을 차리면 보수가 공멸할 수도 있으니 당이 화해의 제스처는 계속 취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 전 대표 측은 ‘환자’가 누군지에 대해 “대통령도 포함되겠지만, 발언 취지는 인 위원장에게 혁신 대상이 누구인지 분명하게 지적해 주려는 의도”라고 했다. 또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는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와 수직적 당정 관계 등이 원인이고 인 위원장은 이런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이 전 대표는 자신과 뜻이 맞지 않으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대립각을 세웠다. 지난해 당대표 직무가 정지되자 윤석열 대통령 선거 유세 과정을 양두구육(羊頭狗肉)에 빗대어, 윤 대통령을 개고기에 비유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최근에는 안철수 의원이 강서구청장 선거 유세 때 욕설을 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안 의원과 설전을 벌였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강서구청장 선거 후 “족집게처럼 결과를 맞힌 이 전 대표가 어떻게 자기 선거에서는 세 번이나 실패했는지 의아하다”고 꼬집을 땐 “서울 노원병에 홍 시장이 나오면 당선되지 못한다”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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