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핵잠 기술 챙긴 호주, 中에 급속 접근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3. 11. 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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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총리, 7년 만에 중국 방문
앤서니 앨버니지(오른쪽) 호주 총리가 5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수입박람회 개막식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호주 총리가 중국을 찾은 것은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EPA연합뉴스

“호주는 중국과 건설적으로 협력할 것입니다.” 2018년부터 중국과 경제·안보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5일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국제 수입 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6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7일엔 리창 중국 총리와 만난 뒤 호주로 돌아간다. 미국이 지난 3월 핵 추진 잠수함을 이례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히며 중국을 견제할 ‘가장 가까운 우방(이코노미스트)’으로 공을 들여온 호주가 중국과 빠른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호주가 양국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주 총리의 방중은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이번 방중에서 앨버니지 총리는 2018년 이후 5년 넘게 이어져 온 중국·호주의 무역 분쟁을 완화하고, 관계 정상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CNN은 “수년간의 긴장 끝에 양국이 관계 안정을 위한 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했다. 최근 몇 년간 ‘호주 때리기’에 앞장섰던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호주는 중국과 상호 보완 관계인 나라”(4일)라고 추켜세우며 앨버니지 총리의 방중을 환영했다. 환구시보는 중국·호주의 무역 분쟁이 한창일 때 호주를 “미국의 개”(2021년 9월)라고 헐뜯었다.

호주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이 2020년 수입을 제한하고 나서 아직 금수 조치를 풀지 않은 와인·바닷가재·소고기 등에 대한 규제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호주에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위한 지지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년간 중국과 대립하는 한편 친미 기조를 확실히 했던 호주는 앞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양다리 전략’을 구사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신냉전의 ‘주 무대’ 격인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자유 진영의 기수(旗手)를 자처해 온 호주가 다시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으로 돌아가 실리 외교를 추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앤서니 앨버니지(왼쪽) 호주 총리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2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오찬을 갖고 악수하고 있다. 앨버니지 총리는 미국 방문 직후인 이달 4일에는 중국을 방문했다./AP 연합뉴스

호주는 전통적으로 수출의 약 4분의 1을 의존하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2017년부터 양국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해 6월 호주 방송사 ABC가 중국계 자금이 호주 유력 정치인과 정당에 흘러들어 친중 정책의 로비 자금이 된다는 보도를 하면서 반중(反中) 기조가 고개를 들었다.

2018년 8월 보수 성향 스콧 모리슨 전 총리가 집권하면서 적나라한 반중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2020년 중국이 호주 정부의 ‘코로나 바이러스 근원에 대한 국제 조사’ 주장에 대한 보복 조치로 호주산 석탄·보리·면화·목재·와인 등 13분야 금수 조치를 선언하며 본격적인 무역 분쟁이 시작됐다. 그해 호주의 대(對)중국 수출액은 약 40억달러(약 5조3520억원) 감소했지만, 호주 정부는 인도와 일본, 한국 등에 석탄을 수출하는 등 신규 시장을 공격적으로 개척해 33억달러(약 4조3100억원)를 벌어들이며 충격을 상쇄했다.

그 과정에서 호주는 중국과 분쟁하는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안보·군사적으로 가까워지면서 더 과감하게 중국에 맞서기 시작했다. 첩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스(미국·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 간 정보 협의체)’ 회원인 호주는 2020년 중국 견제에 방점이 찍힌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간 안보 협의체)’, 2021년엔 미국·영국과 구축한 안보 협의체 ‘오커스(AUKUS)’에 가입했다. 지난 3월엔 미국이 핵 추진 잠수함 기술을 호주에 넘기는 결정을 내리며 호주에 친미 ‘인증 마크’를 달았다. 이코노미스트는 “호주는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아시아 발사대(launchpad)’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냉각됐던 중국과 호주의 관계는 지난해 5월 호주 총선에서 노동당 정권이 출범하고 중국이 경제 회복과 국제사회 고립 돌파를 위해 호주와의 대화를 시도하면서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G20(20국) 회의에서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시진핑 주석은 6년 만에 정상회담을 했다. 이후 중국은 올해 1~8월에 걸쳐 호주산 목재·보리 등에 대한 고율 관세를 폐지했다. 아울러 3년 넘게 잡아 가둔 중국계 호주 언론인 청레이를 석방해 최근 호주로 돌려보냈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국과 호주의 교역 규모는 1529억달러로, 지난해보다 4.4% 늘었다.

미국 입장에선 ‘안보 파트너’로 공을 들여온 호주가 중국과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말 앨버니지 총리가 미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그의 방중 계획에 대해 “(중국을) 신뢰는 하되 검증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중국은 러시아 등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다른 국가들을 위협하는 행위에 가담하는 나라”라고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앨버니지 총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에 맞서기 위해 미국과 긴밀한 안보 동맹을 구축하는 동시에 최대 무역 상대인 중국과의 관계도 회복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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