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포위망 만들려는 일본… 필리핀과 파병 등 준군사동맹 추진

도쿄/성호철 특파원 2023. 11. 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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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필리핀·말레이시아 순방… 연안 감시 레이더 등 무상 제공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이 필리핀·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외교·군사 협력을 강화해 중국의 태평양 지역 팽창을 저지하는 ‘중국 포위망’을 만들고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로 중국 문제에 대응하기 버거운 상황에서 일본이 ‘동남아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맡겠다고 나선 것이다.

5일 NHK·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3~5일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를 차례로 방문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각각 정상회담을 가졌다. 기시다는 3일 마르코스와 회담에서 ‘상호접근 협정(Reciprocal Access Agreement·RAA)’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일본명으로 ‘원활화 협정’인 RAA는 두 나라 군대가 상대국에 입국할 때 비자를 면제받고 다량의 무기와 탄약을 쉽게 반입하는 제도로, 사실상 준(準)군사동맹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RAA가 있으면 필리핀이나 일본 주변에 신속하게 병력을 파견할 수 있다. 영국·호주와 RAA를 맺은 일본이 세 번째 준동맹으로 필리핀을 꼽은 것이다.

이어 기시다는 5일 말레이시아 안와르 총리와 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강화해 인간의 존엄이 보호받는 세계를 만드는 데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NHK는 “양국 간 외교·안보 당국 대화를 강화하는 한편, 일본이 말레이시아의 해상 경비 능력을 향상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시다는 4일 필리핀 의회 연설에서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을 향한 결의를 밝히며 “국제사회를 분단과 대립이 아닌 협조의 길로 이끌어 자유와 법의 지배를 지켜내겠다”고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작년 3월 이후 연이어 동남아 국가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며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는 동남아 국가들과 연계해 ‘중국 포위망’을 형성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기시다는 작년 3월 캄보디아, 4월 인도네시아, 5월 베트남과 태국을 연이어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졌고, 올해는 5월 싱가포르에 이어 이번에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 라오스와 부르나이에는 지난달 일본 외무상이 방문했다.

일본은 외교적인 수사에 그치지 않고 직접적인 군사 지원도 타진하고 있다.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동지국(同志國)’에 살상 무기가 아닌 방위 장비를 무상 지원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올해 필리핀에 총 6억엔(약 54억원) 상당의 연안 감시 레이더 5기를 제공한다. 올해 무상 지원 대상은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이며, 내년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로 확대할 계획이다.

동남아의 여론도 일본에 우호적이다. 최근 싱가포르의 한 연구기관이 아세안(ASEAN)의 관료·연구자를 대상으로 ‘신뢰 가능한 국가인지’를 묻는 질문에 일본은 54.5%로, 중국(29.5%)보다 훨씬 높았다. 미국(54.2%)과 비슷하고 유럽연합(51%)보다도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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