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자국민을 죽음에 몰아넣은 하마스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3. 11. 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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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들이 가자지구 중부의 마가지 난민 캠프에서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건물 잔해들 사이에서 생존자와 시신을 찾고 있다./EPA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 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전쟁이 곧 한 달을 맞는다. 매일 취재 현장에서 이 전쟁을 목도하며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무고한 민간인 1300여 명이 잔인무도하게 납치·살해당했고, 이를 단죄하는 과정에서 최소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죽어나가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

양측의 전쟁 행위와 이를 둘러싼 여론·선전전을 보고 있자면 인간이 자기 집단의 정치적 명분과 이익을 위해 얼마나 잔인해 질 수 있는지 절감하게 된다. 특히 하마스가 전장이 된 가자 북부의 주민들을 일부러 피란시키지 않고 ‘인간 방패’로 쓴다는 사실은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매일 수백 명의 사상자 집계가 나오고, 이스라엘의 비정한 공격을 비난하는 성명들이 빗발치는 와중에도 가자의 하마스 정부가 민간인을 대피시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는 이야기는 그 어디서도 듣지 못했다.

하마스는 고통받는 가자의 자국민을 세계 언론의 카메라 앞에 그저 내팽개쳐 놓았다. 이들이 이스라엘을 ‘살인자’로 규정하는 데 필요한 영상 자료의 ‘배우’에 불과한 것인가 싶을 정도다. 놀랍게도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거의 없다. 일부 중동 국가와 아랍권 매체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대량학살(genocide)’로 규정하는 데 주저하지 않지만, 하마스가 왜 민간인을 폭격이 쏟아지는 곳에 내버려두는지에 대해선 침묵한다. 미국과 유럽의 팔레스타인 지지자들 역시 국민을 도살장으로 몰아넣는 하마스의 행태엔 눈과 귀를 닫았다.

안타깝게도 많은 세계인이 이 전쟁을 ‘억압과 저항’의 구도로 단순하게 파악하는 ‘프레임’의 영향을 받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소셜미디어상엔 이스라엘에 맞선 팔레스타인의 ‘저항권’을 강조하는 이가 적지 않다. 하지만 왜 그 방법이 굳이 민간인에 대한 테러와 살육이어야 하는지, 왜 무고한 자국민을 전장에 방치하는지 논하지 않는다. 심지어 하마스를 일제와 싸운 대한독립군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항일 열사들이 민간인 학살이나 납치 같은 짓을 한 적은 극히 드물단 사실은 쏙 빼놓는다.

지금 하마스의 행태는 북한 정권과 다를 것이 없다. 두 정권은 국민의 안위엔 아무 관심이 없다. 무고한 이들을 죽음의 덫에 밀어넣어 놓곤 “모두 우리 땅을 빼앗고 억압하는 제국주의자들 탓”이라고 한다. 그들에게 국민은 권력을 지키기 위한 투쟁 도구이자 인질일 따름이다. 이스라엘에 많은 잘못이 있음에도, 하마스의 편에 설 수 없는 이유다. 팔레스타인인을 살리는 가장 빠른 방법은 하마스로부터의 해방일 것이다. 북한 독재 정권이 사라지는 것이 북녘 동포를 살리고 통일을 이룰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인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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