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패 뒤 3연승 마법… KT, 한국시리즈행 ‘드라마’
지친 NC가 마지막 불꽃을 태웠지만 KT는 ‘역(逆)스위프(reverse sweep)’ 마법으로 그 불꽃을 잠재웠다. KT가 5일 2023 프로야구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최종 5차전에서 NC에 3대2 역전승을 거두며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2패 뒤 3연승.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였다. 역대 플레이오프에서 1-2차전을 내준 뒤 3연승하기는 올해 KT가 세 번째. 1996년 현대(쌍방울 상대), 2009년 SK(두산 상대)가 먼저 달성한 바 있다. 이제 KT는 7일부터 정규 시즌 1위 LG와 7전 4선승제 한국시리즈 대결을 펼친다. 2021년(우승)에 이어 두 번째 한국시리즈행이다.
와일드카드 시리즈부터 6연승을 질주한 NC는 3-4차전에서 기세가 멈췄다. 체력이 문제였다. “숟가락 들 힘도 없더라(NC 손아섭)”는 하소연은 과장이 아닌 듯했다. 그러나 이날 마지막 5차전에선 투혼을 발휘했다. 맏형 손아섭(35)이 3안타 1타점으로 분발하는 등 2-0으로 앞서갔다.
여기서 2021년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경험한 이강철 KT 감독 용병술이 빛을 발했다. 0-2로 뒤진 5회말. NC 선발투수 신민혁(24)은 KT 타선을 4회까지 퍼펙트로 누르고 있었다. 1사 후 타석엔 5번 장성우(33). 그는 우익선상 2루타로 막혔던 혈(穴)을 뚫어냈다. 다음 타자 문상철(32)이 우전 안타로 뒤를 받쳤다. 이제 1사 1·3루. 이 기회를 놓치면 승패의 추가 기울어질 상황. 이 감독은 시리즈 타율 0.500이던 오윤석(31) 대신 허벅지 부상인 좌타자 김민혁(28)을 과감히 대타로 내밀었다. “끌려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안 올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신민혁과 정규 시즌 대결에서 11타수 4안타(1홈런) 4타점으로 강했던 데이터를 믿은 것이다. 그리고 김민혁은 믿음에 보답하듯 풀 카운트 끝에 낮게 들어오는 체인지업을 받아쳐 우익 선상으로 흐르는 2타점 동점 2루타를 날렸다. 김민혁은 천금 같은 동점타를 때리고 대주자(이상호)로 바로 교체됐다.
이 감독 승부수는 다음 회 투수 교체에서도 번뜩였다. 비교적 호투(5이닝 1자책점)하던 선발 웨스 벤자민(30)이 6회초 NC 박건우(33)에게 안타를 맞고 다음 타자 권희동(33)에게 초구 볼을 던지자 곧바로 손동현(22)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 감독은 “4일 쉰 탓인지 6회 자기 공을 못 던진다는 느낌이 들어 불펜 싸움이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손동현은 6회 상대 보내기 번트로 맞이한 1사 2루 위기에서 두 타자를 범타로 처리했고, 7회에도 2사후 손아섭에게 2루타를 내줬지만 서호철(27)을 외야 뜬 공으로 처리하며 2이닝 무실점으로 제 역할을 다했다. KT는 6회 2안타와 볼넷으로 만든 무사 만루에서 박병호(37)의 병살타 때 3루 주자 김상수(33)가 결승점을 뽑았다. KT는 손동현에 이어 박영현(8회)과 김재윤(9회)이 각각 1이닝을 삼자 범퇴로 처리해 1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이 감독은 마무리 김재윤을 뺀 필승 조를 경기 내용에 관계없이 1차전부터 모두 내보냈다. 긴 휴식으로 무뎌진 감각을 되찾게 하려는 구상이었다. 1-2차전을 모두 내줬지만 3차전을 잡는다면 나머지 경기에서 불펜을 풀가동해 역전 드라마를 쓸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이 감독 구상대로 KT는 고영표(32)와 쿠에바스(33) 호투를 앞세워 창원에서 치른 3-4차전을 모두 이겨 기사회생했고, 5차전에선 필승 투수진 4명을 내보내 2시간 51분 만에 대역전극을 마무리했다.
손동현은 플레이오프 5경기 모두 마운드에 올라 7이닝 무실점 1승 1홀드 기록을 남기고 시리즈 MVP로 뽑혔다. 그는 “처음 두 번 졌을 때는 다음 날 팔도 뭉치고 그랬는데, 이기니까 그런 것도 못 느끼고 계속 나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즌 막판 박영현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을 때 마무리 투수 앞에 나오는 셋업 맨 역할을 대신했는데, 그때 자신감을 얻은 게 이번 시리즈에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4위 NC는 포스트시즌 6연승을 달리다 3연패를 당하고 시즌을 마감했다. 정규 시즌 투수 3관왕(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에 오른 에릭 페디(30)가 1차전 호투로 승리를 따냈지만, 그 뒤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5차전에 끝내 등판하지 않은 게 아쉬웠다. 6연승하는 동안 44점을 냈던 타선(경기당 7.3점)은 3연패 경기에선 5점(평균 1.6점)에 그쳤다. 강인권 NC 감독은 “선수들이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했으나 결국 체력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며 “꼴찌 후보로 평가받은 올 시즌을 4위로 마치고, 미래 자원을 많이 발굴한 데서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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