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도는 왜 醫大보다 工大가 더 인기인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 기업의 CEO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인도인이다. 14억 인도인 중에서 내로라하는 인재들은 국립 인도공과대학을 간다. 세계 최초로 달 남극에 탐사선을 보내고, 태양 관측용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힘의 저력은 바로 인도공과대학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도공과대학은 매년 2850만명의 고등학생 중 졸업시험 상위 25%만 입학시험에 응시 가능하며, 최종 1만6000명만이 전국에 있는 23개 캠퍼스에 입학할 수 있다. 인도공과대학 입시 경쟁은 우리의 의대 입시 경쟁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치열하다. 이들은 졸업 후 세계적인 유수의 IT 기업에 채용되거나 창업을 해 세계적인 기업가로 성장하여 부와 명예를 거머쥐는 성공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인도 아이들의 간절한 꿈은 인도공과대학에 입학하여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다. 실리콘 밸리가 있는 미국 또한 MIT를 비롯한 세계적인 공과대학에서 우수한 인재들을 모아 엔지니어들을 양성하고 있다.
한국은 어떠한가? ‘의대 쏠림’이라는 용어는 한국의 씁쓸한 이공계 대학의 현실을 보여준다. ‘의‧치‧한‧약‧수’로 대변되는 고등학교 졸업생들의 성적 순위에 따른 대학 진학은 이공계 대학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 현장에서는 기초학력이 저하되고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과거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의대 쏠림 현상에 학령인구 감소, 정부의 R&D 예산 삭감까지 겹치면서 이공계 대학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날로 피폐해지는 이공계 교육 현장에서 공대 교수로서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정부에서 야심 차게 추진한 반도체학과 활성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반도체학과 학부생 중도 탈락 비율이 2021년 4.9%에서 2022년 8.1%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학부뿐만이 아니다. 공대의 일반대학원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나마 대학원 과정에 입학했던 석‧박사 과정생도 중도 탈락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취업을 보장하는 학과마저 학생들이 이탈하다 보니 대학뿐만 아니라 기술 인재를 확보해야 하는 기업에도 어려움은 다가오고 있다. 사업을 확대하고 투자를 하려 해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여 현장의 혼란은 더 크다.
첨단 과학기술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대로 간다면 수년 안에 국가 경쟁력은 하락할 것이 자명하다. 이미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선진국 중에서도 가장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국내‧외에서 공통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공계 전공자들에 대한 여러 지원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이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의 과감한 과학기술 육성 정책과 이공계 연구 인력 양성을 위한 적극적 지원이 있었다. 입시 및 교육 정책부터 사회적 인식 변화까지 다양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선, 엔지니어 출신의 고위 관료 특별 채용을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 정부 정책을 결정하는 고위 공무원에 이공계 출신 연구자를 특별 채용하여 기업과 대학 등 현장의 입장이 반영된 정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국가 전략 기술 분야의 인력과 기업에 대해서 세제 혜택 등 획기적인 지원책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작게는 초‧중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과학캠프 같은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이공계 분야로의 진로 선택과 진학을 유도하는 작은 노력도 필요하다.
달나라를 가고 싶은 욕망이 우리의 삶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핵심 기술들을 발명하는 기회가 되었다. 머스크는 화성에 거주할 꿈을 꾸고 그 목표를 위해 달려가고 있다. 인도의 대학 연구실에서는 세계적인 기업가를 꿈꾸며 지금도 밤을 새우며 연구하고 있다. 한국의 젊은 청년들은 얼마나 꿈을 꾸고 있는가? 우리 사회의 낡은 틀에 얽매여 청년들이 특정 직업군에 쏠리는 현상을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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