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빚어낸 미국의 영혼… ‘위대한 개츠비’, 브로드웨이가 보인다
브로드웨이 ’3전 4기’ 제작자 신춘수 “내년 토니상 시즌 전·후 선택 남아”
“분위기가 좋습니다. 지금은 ‘토니 시즌’ 에 맞춰 내년 4월 30일 이전에 브로드웨이에 올리느냐, 아니면 생각했던 대로 6월 이후냐의 선택이 남은 것 같아요.”
1일 새벽(뉴욕 시간 31일 아침) 통화한 뮤지컬 제작사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의 목소리가 밝았다. 오디컴퍼니는 ‘맨 오브 라만차’ ‘닥터 지바고’ ‘지킬 앤 하이드’ 등을 만든 뮤지컬 제작사. ‘토니 시즌’이란 6월 둘째 주 일요일에 열리는 미 공연계 최고상 토니상을 노리는 기대작들이 4월 말 이전에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해 선택을 기다리는 데서 유래된 뮤지컬 산업 용어. 그는 지난달 22일 미국 뉴저지 밀번의 ‘오프 브로드웨이(극장주와 평론가들에게 선보이는 브로드웨이로 가기 전 단계)’ 극장인 페이퍼 밀 플레이하우스에서 현지 창작진과 함께 만든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트라이아웃(시험) 공연을 개막했다.
12일까지 예정된 모든 공연이 1200석 전석 매진 사례. 평론가들의 리뷰도 대체로 호평이고, 브로드웨이 관계자들 반응도 좋은 편이다. ‘트라이아웃’(시험) 공연은 모든 뮤지컬 창작자들의 꿈인 브로드웨이 공연으로 가기 전 마지막 관문과 같다. 여기서 성공하고 좋은 리뷰를 받으면 투자가 성사되고 브로드웨이 극장 계약이 이뤄진다. 신 대표는 “투자자들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원래 오늘 귀국하려 했는데 극장주들과의 미팅이 이어져 귀국 일정을 늦췄다”며 웃었다.
F.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의 ‘위대한 개츠비’는 3000만 부 넘게 팔린 ‘미국의 영혼’과 같은 소설. ‘흰 고래 모비딕’,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과 함께 ‘위대한 미국 소설(GAN·Great American Novel)’로 불린다.
원작의 평가와 인지도가 높은 만큼 위험 부담도 적지 않았다. 신 대표는 첫 출간 뒤 95년, 피츠제럴드 사후 81년이 되는 지난 2021년 이 작품의 저작권이 풀리는 것에 대비해, 2020년부터 현지 창작진을 구성하고 대본 낭독과 워크숍, 배우 캐스팅을 진행하며 공연을 준비했다.
브로드웨이 진출의 가늠자가 되는 현지 평론가들의 리뷰는 호의적이다. “버라이어티한 음악은 ‘와우(Wow)!’ 그 자체”(브로드웨이월드), “영리한 대본, 날카로운 연출, 솜씨 좋은 무대가 극적 흥분을 만나 폭발한다”(뉴저지닷컴) 같은 호평이 많다. 금주법과 재즈의 시대였던 1920년대를 반영하되 동시대성을 놓치지 않은 신나는 음악, 토니상 후보였던 두 주연 배우를 비롯한재능있는 출연진의 재능, 무대와 의상 등이 특히 높이 평가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원작의 미묘한 조화를 더 직설적 접근 방식으로 바꿔놓았다”고 원작의 깊이 있는 서사가 충분히 담기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배우가 돋보이는 솔로 곡, 아르데코풍의 무대 디자인, 에메랄드 톤의 조명, 화려한 의상에 높은 점수를 주며 “풍성하고 모험적인 내러티브와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라 평했다.
신 대표는 과거 ‘내 소리 들리면 소리쳐(Haller If You Hear Me)’와 ‘닥터 지바고’를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했다가 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다. 트라이아웃에서 멈췄던 다른 한 작품까지 감안하면 이번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3전4기’ 브로드웨이 도전인 셈이다. 신 대표는 “리뷰에서 지적된 부분을 포함해 세대를 관통하며 관객층을 넓힐 마지막 한 방울의 유니크함이 필요하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작품을 만들어 보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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