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가 점령한 가을 드라마… 시청자 잡는 무기는 설렘·힐링·감동
‘여주(여자 주인공)’가 가을 안방을 점령했다. 수지 주연의 ‘이두나!’(넷플릭스), 박은빈 주연의 ‘무인도의 디바’(tvN), 박보영 주연의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넷플릭스), 이유미 주연의 ‘힘쎈여자 강남순’(JTBC)이 제각각의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흥행 보증수표’라는 별명이 붙은 장나라는 다음 달 ‘나의 해피엔드’(TV조선)로 등판을 앞두고 있다. 여주 드라마들은 주연배우의 섬세하고 힘 있는 연기에, 신선한 소재가 더해져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가을 여주들이 전하는 설렘·힐링·감동
‘이두나!’는 지난주 넷플릭스 TV(비영어) 부문에서 글로벌 3위, ‘힘쎈여자 강남순’은 글로벌 5위에 올랐다. ‘무인도의 디바’는 “박은빈이 또 해냈다”는 호평과 함께 3회 만에 시청률 5.6%를 기록했고, 국내 넷플릭스 시청 순위 ‘톱10′에 들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도 지난 3일 넷플릭스 공개 직후 국내 ‘톱10′에 들었다. 이 작품들은 전작 ‘안나’로 연기 변신해 호평받은 수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을 받은 박은빈, ‘오징어 게임’에 출연해 깊은 인상을 남긴 이유미가 선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공개 전부터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이런 화제성 말고도 드라마가 가진 따뜻한 감성으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앞서 ‘무빙’ ‘최악의 악’ 등 피 튀기고 가슴 졸이는 드라마 대신 감성을 자극하는 드라마들이 대세가 된 것이다.
‘이두나!’는 활동을 중단하고 숨어 사는 여자 아이돌 이두나가 대학생 원준을 만나 치유받고, 상처를 주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청춘의 서툰 감정에 집중한 전개로 설렘과 가슴 시린 감정이 극대화됐다. ‘무인도의 디바’는 무인도에 15년간 고립돼 있다가 발견된 뒤 우상이었던 가수를 만나 서른한 살에 노래를 시작하게 되는 서목하의 이야기. 아이들을 옥죄는 가정 폭력의 그늘과 꿈, 한물간 스타와의 동반 성장 이야기가 뭉클한 감동을 준다. ‘힘쎈여자 강남순’은 이유미가 힘이 센 초능력을 가진 강남순 역할을 참신한 연기로 소화해 비현실적이고 오글거리는 지점을 이겨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양극성 장애, 강박 등 현대인이 가진 마음의 병을 들여다보는 방법들을 녹여낸 위로와 치유의 드라마다. 기존 의학 드라마와 달리 간호사 다은과 환자들이 주인공이다. ‘이두나!’는 ‘사랑의 불시착’을 만든 이정효 감독,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지금 우리 학교는’을 만든 이재규 감독 작품으로, 흥행 감독들이 참여했다. 이재규 감독은 제작 발표회에서 “작품을 찍으며 하루하루 힐링이 되더라”며 “피가 난무했던 좀비 드라마인 전작 ‘지우학’을 보고 놀라셨던 분들에게 ‘강추’한다”고 했다. 다음 달 방영 예정인 장나라 주연의 ‘나의 해피엔드’는 믿었던 사람들의 배신으로 진실을 마주하는 여주의 심리 스릴러다.
◇올해 ‘여주’ 드라마 화력 강했다
올해는 여주들의 한 해였다. ‘여주’ 드라마가 전례 없이 많았고 잘된 작품도 많았다. 세계적 인기를 얻은 학폭 복수극 ‘더 글로리’(송혜교), ‘마스크걸’(고현정·나나), ‘셀러브리티’(박규영) 등 여주가 극의 중심에 선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왔다. ‘퀸메이커’(김희애), ‘힙하게’(한지민), ‘소용없어 거짓말’(김소현), ‘잔혹한 인턴’(라미란) 등도 여주 드라마였다. 여자 주인공 서사가 극의 중심이 되고, 여주보다 인지도가 약한 배우가 남자 상대역으로 캐스팅된 경우가 많았다. 남자 배우와의 ‘케미’보다 여자 주인공과 주·조연급 중견 여배우가 보여주는 ‘워맨스(여성들의 유대)’가 부각되기도 했다. 종전 남녀 주연배우의 균형을 맞추던 드라마 구도와는 다른 점이다. 장르도 ‘복수극’ ‘오피스 드라마’ ‘초능력물’까지 다양했다.
넷플릭스 하서연 매니저는 “과거엔 드라마나 영화가 남성 서사에 치우쳤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OTT의 제작 참여로 작품 수가 늘고 다양해지면서 여성 서사 작품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며 “선택의 폭이 넓어져 시청자 반응이 매우 좋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