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희생 강조 여당 혁신위, 당 차원 수용이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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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2호 혁신안건을 지난 3일 의결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2호 안건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당도 위기고 나라도 위기다. 희생의 틀 아래 결단이 필요하다"며 이를 공식 제안했다.
국회의원 세비 삭감, 불체포특권 포기 등은 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에서도 혁신위만 구성했다 하면 단골로 제시하는 개혁 메뉴다.
당 최고위원회는 통합에 방점이 찍힌 혁신위 1호 안건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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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2호 혁신안건을 지난 3일 의결했다.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 불체포특권 포기, 세비 삭감,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컷오프 등 네 가지다. 지난달 30일 홍준표 이준석 등에 대한 징계 처분 취소를 1호 안건으로 제안한 지 나흘 만이다. 하지만 이날 진짜 핵심은 따로 있었다. ‘중진·친윤(친윤석열)·지도부’의 내년 총선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 촉구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2호 안건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당도 위기고 나라도 위기다. 희생의 틀 아래 결단이 필요하다”며 이를 공식 제안했다. 영남 중진의 수도권 험지 출마론을 연일 띄우던 인 위원장이 친윤과 지도부까지 언급하며 당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국회의원 세비 삭감, 불체포특권 포기 등은 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에서도 혁신위만 구성했다 하면 단골로 제시하는 개혁 메뉴다. 정작 당 안팎에서 주목을 끈 대목은 이런 공식 의결 사안보다 인 위원장의 구두 권고 내용일 것이다. 일각에선 ‘중진’과 ‘친윤’의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애써 폄하하지만, 이 말을 듣는 국민 대부분은 누구를 가리키는지 정확히 안다. 통상적인 의미의 중진인 3선 이상, 친윤, 지도부를 합집합으로 추려내면 국민의힘 의원 111명 중 40명 안팎이 해당된다. 특히 이 가운데 절반은 부산·울산·경남(PK)과 대구·경북(TK) 의원이다.
지금까지 여당이든 야당이든 혁신위원회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이유는 이들이 아무리 좋은 개혁안을 내봤자 지도부가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요한 혁신위의 권고안은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가지고 있는 최상위 특권을 모두 내려놓고 국민을 위해 희생하라는 요구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 지도부와 대통령 측근이 먼저 양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안팎에선 아직 그런 기류가 감지되지 않는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결과물로 혁신위를 만들었던 지도부가 그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인사를 인재영입위원장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불과 보름 만에 더 힘 센 자리로 컴백시키는 모습만 봐도 그렇다.
혁신위가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금지’를 혁신안건으로 검토하다 최종 단계에서 빼고 ‘중진·친윤·지도부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구두로 권고한 건 후자의 파괴력이 훨씬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수 있다. 혁신위는 1, 2호에 이어 3, 4호 안도 계속 내놓을 예정이다. 그것이 일방적인 외침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당의 결단이 필요하다. 당 최고위원회는 통합에 방점이 찍힌 혁신위 1호 안건을 받아들였다. 혁신위 의결안을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건 혁신위 무력화의 지름길이다. 김기현 당 대표는 여러 우려 속에 출범하는 혁신위에 “전권을 위임하겠다”고 약속했다. 22대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의힘 혁신이 여야의 기득권 내려놓기로 이어져 정치 개혁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국민은 이 물결을 거부하는 쪽을 총선에서 심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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