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뒷면이 명쾌한 車
우리가 일상적으로 가장 많이 보는 자동차의 면은 어디일까? 하나 꼽자면 뒷면일 가능성이 제일 높다. 정면이나 측면을 마주 볼 일은 정지 상태를 제외하면 거의 없고, 항상 앞차의 뒤를 따라가기 때문이다. 자동차 뒷모습의 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테일램프(tail lamp)다. 테일램프는 속칭 ‘깜박이’라 부르는 방향지시등,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브레이크등, 후진등, 그리고 야간에 차량의 존재를 알리는 미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가별 안전 규정에 따라 색상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메이커는 이런 구성을 따르고 있다.
BMW의 L자형 램프나 렉서스 IS200의 투명한 램프에서 보듯 잘 디자인한 테일램프는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는 플러스 요소가 된다. 현대 포니가 막을 올린 국산 고유 모델 역사에서도 가로형, 세로형, 원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테일램프 디자인이 있었다. 한국 디자인이 세계 수준에 오른 지금 뛰어난 창의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최근 도로를 오가는 몇몇 신차(新車)를 보면 놀랄 때가 있다. 분명 브레이크등은 보이는데 방향지시등이나 후진등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주의 깊게 살핀 다음에야 어느 부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게 되는데 그래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동차 간 소통뿐 아니라 행인과의 소통에서도 중요한 후진등이 일반적인 차량보다 한참 아래 있는 모델도 적지 않게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 차들은 등이 제대로 켜진 채 후진해도 해당 모델에 정통하지 않으면 자동차가 취할 다음 동작을 알기 어렵다. 후진등이나 방향지시등이 범퍼 레벨에 있으면 뒤따르는 차량 운전자가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물론 스타일이란 면에서 그것이 최선이니까 양산(量産)에 이르는 복잡한 과정을 모두 통과하여 세상에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테일램프의 구성 요소를 분리해 배치하는 것은 드로잉 안에 매몰되어 실제 교통을 소홀히 한 디자인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낸다. 보통 때야 상관없겠지만 대부분의 사고는 찰나에 일어나는데 1~2초가 중요한 긴급한 순간에도 그런 램프가 과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상황 인지가 늦는 노약자까지 고려한 설계인지 의문이다. 모든 테일램프는 스타일에 앞서 가장 큰 덕목인 시인성(Visibility)에 배치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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