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적당한 음주는 인생의 조미료

김동헌 온종합병원장·부산대 의대 명예교수 2023. 11. 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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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헌 온종합병원장·부산대 의대 명예교수

술의 정의를 보면 ‘알코올이 함유되어 마시면 취하게 되는 음료’라 되어 있다. 알코올 양은 나라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주세법상으로는 ‘알코올 성분 1% 이상의 음료’라고 되어 있다. 술의 어원은 다양한 주장이 있으나, 액체의 형태를 띠고 있는 ‘물 수(水)’와 불같은 성질을 지녔다 해서 ‘불(火)’이 합쳐져 수불>수을>수울>술로 변천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술은 인류가 처음 만든 것이 아니고, 원숭이가 나무의 갈라진 틈이나 바위의 패인 곳에 모아 두었던 과일이 공기 중의 효모와 섞여 자연 발효로 술이 됐다고 한다. 이렇게 자연 발효된 것을 인간이 우연히 마시게 되었고, 그 맛이 좋아 직접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술의 기원은 인류의 역사와 거의 함께 했다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술은 지역과 나라에 따라 저마다 독특한 음주 문화를 형성하게 됐다. 서양의 음주 문화를 살펴보자.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공공장소에서의 음주행위가 제한된다. 심지어 술로 인한 실수는 물론 취하여 비틀거리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으며 술잔은 결코 공유하지 않는다. 프랑스 사람들은 식사 중 와인 마시기를 좋아하는데, 본인이 직접 와인을 따라서는 안 되고 주인이 따라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와인을 더 달라고 사인을 보내거나 눈짓을 주는 것도 예절에 어긋나며, 주인은 손님의 술잔이 비면 얼른 채워주는 걸 매너라고 여긴다. 식사와 반주를 즐기는 프랑스인들도 취한 사람을 좋게 보지 않는다. 독일은 어떤가. 1000년 정도의 맥주 역사를 자랑하면서 음주 문화 또한 상당히 성숙돼 있다고 한다. 독일 사람은 차나 커피 대신에 맥주로 지인과 담소를 나눈다. 술주정은 용납되지 않아, 음주 매너가 신사적인 편이다.

동양권 한·중·일의 음주 문화는 비슷한 듯하면서도 나라마다 약간 차이가 있다. 중국은 원샷과 건배 문화, 일본은 첨잔(添盞) 문화가 있다. 중국은 러시아의 보드카처럼 ‘배갈’이라는 독주를 주로 마신다. 우리나라는 음주 예절을 매우 중시했던 것 같다. 비록 취하고자 마시는 술이라 하더라도 어른께 공경의 예를 갖추고 남에게는 결례를 범하지 않는 것이 음주 예절이다. 이것을 주례(酒禮), 혹은 주도(酒道)라고 하여 술상에 임하면 어른께 잔을 먼저 권하고 음주 시에는 장유유서(長幼有序)를 반드시 지켰다. 어른이 술잔을 건네면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야 하고, 마실 때도 윗몸을 뒤로 돌려 최대한 예를 갖췄으며 술을 권할 때도 양손으로 공손히 해야 하는 주례가 있다. 술상에 앉으면 술을 서로 주고받는 수작(酬酌)을 하고, 잔에 술을 부어 돌리는 행배(行杯), 권주 잔은 반드시 비우고 돌려주는 반배(返杯)를 한다. 또 주불쌍배(酒不雙杯)라 하여 자기 앞에 잔을 둘 이상 두지 않는 것이 주석(酒席)에서의 예절이다.

이런 우리 주례의 전통으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률이 올라가고 위암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요인이 됐다고 한다. 이로 미뤄보면 일본의 첨잔문화를 우리가 본받을 만하다. 술을 권할 때 첨잔을 함으로써 예를 표하는 한편, 그 양도 스스로 조절하고 술잔을 함께 사용해서 발생할 감염도 예방 가능하니 얼마나 합리적인가.

술은 적당히 마시면 혈액순환이 활발해지고 이뇨작용, 식욕증진, 쾌면 등의 효과와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문제는 과음이다. 술은 정신을 흐리게 할 뿐만 아니라 간 췌장 뇌 심혈관계 근육계 면역계 등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심한 경우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개개인에 따라 알코올 분해 효소의 양이 다르기 때문에 음주량은 천차만별이다. 예부터 술은 어른 앞에서 배우라는 말도 자신의 주량을 체크해 가면서 몸을 해치지 않고 건강하게 마시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성경이나 불경에서 술을 금하거나 취하도록 마시지 말라는 것도 술의 폐해를 경계해서로 여겨진다. 술이 인생에서 조미료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술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인생에서 낭만과 상상력, 그리고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주선(酒仙)으로 잘 알려진 당나라 시인 이백은 ‘월하독작(月下獨酌)’이라는 시에서 ‘삼배통대도(三杯痛大道), 일두합자연(一斗合自然), 단득주중취(但得酒中趣), 물위성자전(勿爲醒者傳)’이라며 “석 잔의 술은 큰 도와 통하고, 한 말의 술은 자연과 합하노니, 단지 술의 흥취를 알면 그만일 뿐, 깨어 있는 사람에게는 알려주지 말게나” 하고 술을 예찬하고 있지 않은가. 술은 과하면 독이지만, 적당히 마시면 삶을 윤택하게 할 수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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