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연안해운의 공정거래 질서확립

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 2023. 11. 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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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

우리나라의 연안해운은 2020년 현재 1억1000만 t 이상의 화물을 운송하고 t기준으로 약 6%의 수송을 담당하는 국가물류의 중핵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소선주가 대부분인 연안해운 화물수송시장에서 화주의 불합리한 수송계약 요구에 대해 어떠한 견제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공정 거래질서가 확립되지 못한 채 상대적으로 갑의 지위에 있는 대형화주의 요구에 순응할 수밖에 없어 저비용 구조의 산업체질이 일상화되어 있다.

그 결과, 선원은 고령화되었고 선박은 노후화되었다. 평균 연령 60세 이상의 초고령 선원이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선령 20년 이상의 중고선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는 잦은 크고 작은 사고와 안전운항을 저해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화주의 갑질로 인해 저운임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본축적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저선가의 외국 중고선을 매입하고, 비용절감을 위해 저임금도 감수하는 고령의 선원을 승선시키고 있다. 그 결과는 해난사고와 각종 안전사고로 이어진다.

이에 반해 일본 연안해운은 산업조직측면에서 대형화주와 원청운송사업자를 정점으로 하청운송사업자, 용대선사업자, 선박관리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일견하면 우리와 거의 비슷하지만 선원의 고령화를 제외하고는 우리와 전혀 다르다. 선박은 친환경시대를 선도하는 자동화 신조선으로 대체되어 가고 있으며 일본 연안해운의 중고선은 품질과 가격측면에서 외국선주에게 즉시 시장에 투입가능한 선택지가 되고 있다. 일본의 연안해운은 양질의 선박을 적기에 투입하고 좋은 가격으로 중고선 매각이 가능한 구조를 갖고 있는데 우리는 왜 그러하지 못할까? 그 근본 이유 중에 하나로 일본은 화주의 갑질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내항해운 선화주 간의 갈등을 조정하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1921년 일본해운집회소를 설치하여 운영 중이다. 일본해운집회소는 일본 유일의 상설 해사중재기관으로서 중재수속, 해운에 관한 각종 표준서식의 제정 및 개정을 실시하고 있다. 일본해운집회소의 내항해운에 관한 주요 서식 제정과 개정의 목적은 화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산업적인 지위에 있는 중소선주를 보호하고 공정한 거래를 위한 것이다. 또 새롭게 변화하는 환경·노동규제 등에 대응해 계약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지원하기 위해서이다.

일본 내항해운 운송계약에 관한 트러블이나 분쟁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연간 70~80건 정도가 용선기간의 종료에 관한 오프하이어(Off Hire) 문제나 당사자 간의 권리의무 관계에 관한 것, 그리고 기간 도중의 해약에 관한 트러블에 대한 중재수속도 많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해운집회소는 내항정기용선계약서, 탱커정기용선계약서, 내항운송계약서, 탱커항해용선계약서, 내항성약각서, 내항운송기본계약서, 내항운항위탁계약서, 내항선박관리계약서와 같은 표준계약서를 제정하여 활용하고 있다. 서식제정 시에는 공평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선화주뿐만 아니라 보험사, 법조계의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화주와 선사, 화주를 대표하는 산업자원부와 선주를 대표하는 해양수산부, 공정거래를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그리고 법조계가 참여해 내항해운 거래에 관한 서식을 제정하고 이를 산업계가 적절하게 활용하도록 정책부서에서 정책적인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일본과 같은 해운집회소가 없기에 특히 해양수산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제해운거래의 관행을 이해하지 못하고 국익을 손상하는 판단을 했던 동남아항로나 한일항로의 과징금 부과보다 공정거래질서 확립이 우선되어야 할 곳은 연안해운이다. 현재의 악순환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연안해운 표준계약서식을 관민이 공동으로 제정하고 그 활용도 담보하는 구조를 조속히 확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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