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19> 배 안에서 하룻밤 보내며 객수에 젖은 당나라 시인 장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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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지고 까마귀 우는 천지에 서리 가득한데(月落烏啼霜滿天·월락오제상만천)/ 강가 단풍과 고깃배 등불 마주하니 객수에 잠 설치네.
고깃배 등불 사이로 간간이 단풍 잎사귀가 보였다가 사라진다.
일렁이는 배에서 불면의 밤을 보냈으리라.
단풍 들고 잎이 하나씩 떨어지는 모습만 보아도 마음이 짠한데, 타향의 배 안에서 잠을 청하는 시인의 심경이야 오죽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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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江楓漁火對愁眠·강풍어화대수면
달 지고 까마귀 우는 천지에 서리 가득한데(月落烏啼霜滿天·월락오제상만천)/ 강가 단풍과 고깃배 등불 마주하니 객수에 잠 설치네.(江楓漁火對愁眠·강풍어화대수면)/ 고소성 너머에 한산사가 있어(姑蘇城外寒山寺·고소성외한산사)/ 한밤중 범종 소리가 객선까지 들려오네.(夜半鐘聲到客船·야반종성도객선)
위 시는 중국 당나라 중엽 시인인 장계(張繼·미상 ~ 779년 추정)의 ‘풍교에서의 하룻밤(楓橋夜泊·풍교야박)’으로, 그의 문집인 ‘장사부시집(張祠部詩集)’에 들어있다.
장계는 성 바깥 강가에 매어놓은 배 안에서 하룻밤 보내며 객수(客愁)에 젖는다. 시인은 낯선 곳에서 온 객이다. 달빛마저 사라지자 까마귀 울음이 퍼진다. 서리 기운이 차갑다. 고깃배 등불 사이로 간간이 단풍 잎사귀가 보였다가 사라진다. 산사 종소리가 뱃전에까지 들린다. 그러지 않아도 잠은 들지 않고 여러 생각만 떠오르는데 범종 소리에 시름은 깊어 간다. 일렁이는 배에서 불면의 밤을 보냈으리라.
그가 어떤 사연으로 강가의 배 안에서 잠을 청했는지 알 수 없다. 시를 지은 때는 지금쯤이었을 것이다. 단풍 들고 잎이 하나씩 떨어지는 모습만 보아도 마음이 짠한데, 타향의 배 안에서 잠을 청하는 시인의 심경이야 오죽하겠는가. 특히 당나라 시인들은 다른 시기에 비해 더 감성적이었다. 소주(蘇州)의 옛 이름이 고소성이다. 소주는 ‘동양의 베네치아’라 불린다. 도시 전역에 수로가 거미줄처럼 퍼져 있다. 게다가 주민이 현재도 쓰는 자그마한 다리가 얼마나 많은가. 아마 풍교도 그런 다리 중의 하나였으리라.
소주는 ‘천상천당 지하소항(天上天堂 地下蘇杭)’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물의 도시이고, ‘정원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지인이 최근에 소주에 다녀왔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필자는 오래전 생전의 어머님을 모시고 소주를 여행한 적이 있다. 베네치아도 여러 번 다녀왔지만 같은 물의 도시인 소주의 물길은 달랐다. 조그만 배를 타고 좁은 수로를 따라가면서 물가에 사는 사람들 모습을 보며 많은 다리 밑을 지났다. 작은 물살을 ‘저 물살 하나하나에 시가 담겨 있을 것이다’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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