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 지키느라 장남 결혼식도 못 가…私보다 公이 우선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2023. 11. 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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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30> 을미년(1595년) 1월 1일~2월 9일

- 홀로 앉아 나랏일 생각하다 눈물
- 평안하시단 어머니 안부에 안도

- 여도 전선서 화재로 배 4척 잃어
- 원균, 충청병사로 전출되어 떠나
- 통제사 노리는 그의 음모는 계속

심유경과 양방형 그리고 소서행장(고니시 유키나가) 간의 기망적 강화교섭은 서서히 파국으로 치닫고, 궁금한 조선 조정은 황신을 보내 강화교섭 상황을 알아보게 한다. 그러면서도 조정에서는 전란이 한고비를 넘겼다며 또다시 안일에 빠져 미래를 예측하지 못했고 대비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산도로 이진한지 3년 째를 맞이한 이순신은 강화회담이 결렬될 것을 예견했다. 정성스런 이 장수는 온갖 힘을 기울여 재침에 대비하고 전력을 강화하며 항상 유비무환의 자세로 살아간다. 소금 굽고, 고기 잡고, 농사짓고, 군복 만들고, 그에겐 어느 날도 쉬는 날은 없었다.

아산 현충사에서 만난 ‘충무이공전진도첩’. 기동이 까다롭고 어려울 수밖에 없는 수군을 얼마나 열심히 조련해 최적화했는지 느낄 수 있다.

을미년 (1595년) 1월

정월이라 장수들간 인사 나누는 일, 관포에 공문 보내는 일이 잦았다. 장남인 회가 결혼하지만 이순신은 진지를 떠날 수 없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특히 날씨를 상세히 묘사한 날이 많다.

1월1일[2월9일] 맑음.

촛불을 밝히고 홀로 앉아 나랏일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나이 여든이나 되신 병드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새벽에 여러 장수들과 제색군(군인들을 총칭한 말)들이 와서 새해 인사를 했다. 원전, 윤언심, 고경운 등이 와서 만났다. 각 부대 병사들에게 술을 먹였다.

1월2일[2월10일] 맑음.

나라 제삿날이라 공무를 보지 않았다. 장계 초안을 수정했다.

1월3일[2월11일] 맑음.

일찍 대청으로 나가 각 고을과 포구(전라 좌수영 산하 5관 5포를 말함)에 공문을 처결해 보냈다.

1월4일[2월12일] 맑음.

우우후(이정충), 거제현령(안위), 금갑도만호(이정표), 소비포권관(이영남), 여도만호(김인영) 등이 와서 만났다.

1월5일[2월13일] 맑음.

공문을 결재했다. 조카 봉과 아들 울이 들어와서 어머니께서 평안하시다고 하니 기쁘고 다행이다. 밤새도록 온갖 생각이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1월6일[2월14일] 맑음.

어영담의 서자 어응린과 고성현령(조응도)이 왔다.

1월7일[2월15일] 맑음.

흥양현감(황세득), 방언순과 함께 이야기했다. 남해에 있는 항복한 왜인 야여문(也汝文) 등이 찾아와서 새해인사를 했다.

1월8일[2월16일]

맑았으나 바람이 세게 불었다. 광양현감(박치공)의 공식적인 인사를 받은 뒤에 기한 내 명령을 완수치 못한 죄를 물어 곤장을 쳤다.

1월9일[2월17일] 맑음.

식후에 야여문 등을 남해로 돌려보냈다.

1월10일[2월18일]

순천부사 박진이 교서에 숙배례를 행했다. 경상수사 원균이 선창에 왔다고 해서 불러들여 같이 이야기했다. 순천, 우우후, 흥양, 광양, 웅천(이운룡), 고성(조응도), 거제도 왔다가 돌아갔다.

1월11일[2월19일]

우박이 쏟아지고 동풍이 불었다. 식후에 순천, 흥양, 고성, 웅천, 영등(조계종)이 와서 이야기했다. 고성현령은 새로 배 만드는 일을 감독하기 위해 돌아간다고 했다.

1월12일[2월20일]

흐리고 바람이 크게 불었다. 각 고을과 포구에 공문을 처결해 보냈다. 저녁나절에 순천부사가 고하고 돌아갔다. 영남우후 이의득이 와서 봤다.

1월13일[2월21일]

아침에 맑더니 저녁에 비가 내렸다. 박치공이 왔다.

1월14일[2월22일] 맑음.

동풍이 크게 불었다. 몸이 불편하여 누워서 신음했다. 영등, 사천(기직남), 여도가 와서 봤다.

1월15일[2월23일] 맑음.

우우후 이정충을 불렀더니, 잘못해 발을 헛디뎌 물에 빠져 한참이나 허우적거렸는데 여러 사람이 건져내주어 간신히 살았다 하므로, 그를 위로해주었다.

1월16일[2월24일] 맑음.

대청으로 나가 공무를 봤다.

1월17일[2월25일]

날은 맑고 바람도 없이 따뜻했다. 대청으로 나가 공무를 봤다. 우우후와 소비포, 거제, 미조항(성윤문)이 와서 함께 활을 쏘고서 헤어졌다.

1월18일[2월26일] 흐림.

공문을 처결해 보냈다. 저녁나절에 활 10순을 쏘았다.

1월19일[2월27일] 맑음.

대청으로 나가 공무를 봤다. 옥구의 피란민 이원진이 왔다. 장흥부사(배흥립), 낙안군수(김준계), 발포만호(황정록)가 들어왔다길래 기한을 어긴 죄로 처벌했다. 조금 있다가 여도의 전선에서 불이 나 광양, 순천, 녹도의 전선 네 척이 연소되었다. 통탄함을 금할 수 없다.

1월20일[2월28일] 맑음.

아우 여필과 조카 해가 이응복과 함께 나갔다. 아들 울은 조카 분과 함께 들어왔다. 어머니께서 편안하시다고 하니 다행이다.

1월21일[3월1일]

종일 가랑비가 내렸다. 오늘이 장자 회가 결혼하는 날이다. 걱정하는 마음이 어떠하겠는가. 이경명과 바둑을 두었다. 장흥부사가 술을 가지고 왔다. 그 편에 들으니, 순변사 이일의 처사가 극히 형편없고 나를 해치려고 무척 애쓴다고 하니 우습고도 우습다. 그는 서울에 있는 첩들을 자기의 관부로 데리고 왔다 하니 더욱 놀랍다.

※장자의 결혼날에도 진지를 떠나지 않았고, 부인의 생사가 오늘내일 중에 있다는 기별을 받고도 진지를 떠나지 않았다. 사(私) 앞에 공(公)을 놓는 그의 정신은 이와 같이 분명하고 한결같았다.

1월22일[3월2일]

날은 맑았으나 종일 바람이 크게 불었다. 원수(권율)의 군관 이태수가 전령을 가지고 왔다. 여러 장수들이 왔는지 안 왔는지를 알아가기 위해서였다. 늦게 수루에 올라가 3일 전에 잘못으로 불을 낸 여러 배의 장수들과 담당 아전들을 처벌했다. 초저녁에 금갑도만호가 거처하는 집에서 불이 나 다 타버렸다.

1월23일[3월3일]

종일 바람이 크게 불었다. 장흥, 우후, 흥양이 와서 이야기하고 날이 저물어서 돌아갔다.

1월24일[3월4일]

날은 맑았으나 바람이 세게 불었다. 이원진을 배웅했다.

1월25일[3월5일] 맑음.

장흥(배흥립), 흥양(황세득), 우후이몽구), 영등(조계종), 거제(안위) 등이 와서 만났다.

1월26일[3월6일]

흐리고 바람이 불었다. 탐후선이 들어왔다. 흥양현감(황세득)을 잡아 갈 나장이 들어온다고 한다. 이희(李禧)도 왔다.

1월27일[3월7일] 맑음.

춥기가 한겨울 같다. 대청에 나가 영암군수(김준계), 강진현감(나대용) 등의 공식 인사를 받았다.

1월28일[3월8일] 맑음.

바람이 세게 불고 또 추웠다. 황승헌이 들어왔다.

1월29일[3월9일]

흐리나 비는 오지 않았다.

1월30일[3월10일] 맑음.

동풍이 크게 불었다. 보성군수(안홍국)가 들어왔다.

을미년 (1595년) 2월

장수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고기 잡아 군량 마련하고, 군기를 엄정히 하는 등 한산도의 일상은 이 달도 계속된다. 드디어 원균이 이달 말경 충청병사로 전출되어 가고 그 후임으로 진주목사 배설이 온다. 원균은 이후 이순신과 수군생활을 같이하지는 않지만 통제사를 노리는 그의 음모는 계속된다.

2월1일[3월11일]

날이 맑으나 바람이 불었다. 일찍 대청으로 나가 보성군수(안홍국)의 기한 어긴 죄를 처벌하고, 도망치려던 왜놈 두 명을 처형했다. 의금부의 나장이 와서 흥양현감(황세득)을 잡아간다고 전했다.

2월2일[3월12일]

흐리고 큰바람이 불었다. 흥양현감이 잡혀갔다. 대청으로 나가 공무를 봤다.

2월3일[3월13일] 맑음.

일찍 대청으로 나가 흥양의 배에 불을 던졌다는 신덕수를 심문했으나 실증을 얻어내지 못하여 도로 가두었다.

2월4일[3월14일] 맑음.

몸이 불편하다. 장흥과 우우후가 왔다. 원수부의 회답 공문과 종사관(심원하)의 답장도 왔다. 조카 봉과 아들 회가 오종수와 함께 들어왔다.

2월5일[3월15일] 맑음.

충청수사(이계정)가 왔다. 천성보만호 윤홍년이 교서에 숙배했다.

***이계정 수사는 근무도 옳게 못 하고 3월에 물에 빠져 죽는다. (을미년 3월 17일 일기 참조)

2월 6일[3월16일]

맑으나 바람이 크게 불었다. 장흥부사, 우우후 등과 함께 활을 쏘았다.

2월7일[3월17일] 맑음.

보성군수가 낸 술을 마시면서 종일 이야기했다.

2월8일[3월18일] 흐림.

2월9일[3월19일] 비.

꿈을 꾸니, 남서쪽에 붉고 푸른 용이 굽은 형상을 하고 한쪽에 걸려 있었다. 내가 홀로 보다가 이를 가리키며 남들도 보게 했지만 남들은 보지 못했다. 잠깐 머리를 돌린 사이에 벽 사이로 들어와 화룡(畵龍)이 되어 있었다. 내가 한참 동안 어루만지며 감상하고 있는데 그 형상의 움직임이 특이하고 웅장했다. 기이한 상서로움이 있어 이를 일기에 적는다.

※ ㈔부산여해재단·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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