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아파트의 반전… 완판 행진 또 시작됐다

정순우 기자 2023. 11. 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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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안 팔려 시세보다 저렴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들어서는 ‘한화포레나 미아’는 지난달 424가구 전체에 대한 계약을 마쳤다. 완판한 것이다. 작년 4월 분양을 시작한 지 1년6개월 만이다. 미분양이 워낙 오래 지속돼 입주 때까지 해소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8~9월부터 문의가 급격히 늘더니 완판(100% 계약 완료)에 성공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하철역에 붙어 있고 주변 생활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입지는 좋지만 높은 분양가가 발목을 잡았다”며 “최근 (서울) 강북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분양가가 13억~14억원대로 책정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생겼고 미분양이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백형선

분양을 시작하고 1년 넘게 미분양이 남아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던 장기 미분양 아파트가 최근 하나둘 완판에 성공하며 부활하고 있다. 첫 분양 때만 해도 부동산 시장 침체 우려가 크고 비싼 분양가 탓에 수요자들로부터 외면받았던 단지들이다. 하지만 올 하반기 들어 집값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원·부자재, 인건비 등 고물가 탓에 최근 분양에 나선 아파트의 분양가가 치솟자 상대적으로 가격 매력이 높아진 덕분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미분양 몸살을 앓다가 이를 극복하고 대한민국 대표 아파트가 된 단지도 많다. 서울 서초구를 대표하는 반포자이나 대한민국 1세대 주상복합 상징인 강남구 타워팰리스도 초기엔 심각한 미분양 사태를 겪어야 했다.

◇망한 줄 알았던 미분양 단지들, 잇달아 완판

한화포레나 미아는 작년 4월 1순위 청약 당시 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당첨자의 40% 가까운 139가구가 계약을 포기했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았던 탓에 ‘국민 평형’으로 통하는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11억원을 넘어 주변 시세보다 비싸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후 8번의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지만, 지난 7월말까지도 62가구가 여전히 미분양이었다. 하지만 이후 동대문구, 광진구 등에서 분양한 아파트 분양가가 84㎡ 기준 13억~14억원대에 달하자 8월부터 매수 문의가 급격히 늘었다고 한다.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던 대구에서도 수성구 범어자이와 만촌 자이르네 등 2개 단지가 1년 이상 이어지던 미분양을 모두 털고 지난달 계약을 마쳤다. 범어자이도 84㎡ 분양가가 9억원에 달해 작년 7월 분양 당시 고분양가 논란이 컸다. 하지만 지금은 고층부 일부 매물에 최고 8000만원 웃돈까지 붙었다. 수성구는 대구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거주 지역이다. 특히 범어자이가 있는 범어동은 ‘대구의 대치동’으로 불릴 정도로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면 가장 수요가 많은 지역의 신축 아파트부터 신호가 오는 게 일반적”이라며 “입지 우위에 있는 단지부터 차례대로 미분양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 미분양 단지들의 완판 행렬이 이어지면서 전국 미분양 주택도 9월 5만9806가구로 올해 2월(7만5438가구)에 비해 20% 넘게 줄었다.

그래픽=백형선

◇반포자이·타워팰리스도 초기엔 미분양

미분양 아파트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분양 당시 심각한 미분양 사태를 겪고도 이후 대표 아파트가 된 곳도 적지 않다. 2008년 분양한 반포자이(반포주공3단지 재건축)는 일반 분양 599가구 중 40%가 계약을 포기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안 좋았고, 분양가도 84㎡가 11억원대로 당시 눈높이에서는 비싸 보였기 때문이다. 미분양 해소에 어려움을 겪던 조합은 결국 잔여분 159가구를 국내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2000년 분양한 타워팰리스(1차) 역시 초기 분양률이 20~30%에 그쳤다. 삼성물산 임직원과 협력업체 사장들이 충성심을 보여주기 위해 분양받을 정도였다.

강북의 신흥 인기 아파트로 자리 잡은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성동구 텐즈힐2차, 경희궁자이도 초기 미분양이 심각했고, 일부는 할인 분양을 하기도 했다. 이들 모두 지금 시세는 분양가의 최소 2배가 넘는다.

작년 12월 분양한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도 미분양 아파트의 반전 사례다. 분양 당시 시장 분위기가 워낙 안 좋았던 탓에 899가구가 미분양으로 나왔지만, 올해 1월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대거 완화하면서 무순위 청약 한 번에 모두 팔렸다. 분양권 시세도 84㎡ 기준으로 분양가 대비 5억원 정도 올랐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나올 미분양 단지 중에서도 ‘흙 속의 진주’가 있을 수 있으므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입지가 좋은 대규모 아파트는 결국엔 지역을 대표하는 단지가 된다는 사실은 과거 사례들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며 “앞으로 나올 미분양 단지 중에서도 제2의 반포자이가 나올 수 있으므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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