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우리가 극지에 가는 이유

경기일보 2023. 11. 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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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준 남극장보고과학기지 제11차 월동연구대 총무

지난 2일 중국은 제40차 남극 과학탐사대가 출발하는 날 남극에 다섯 번째 과학기지를 건설한다고 밝혔다.

올해 개최된 제45차 남극조약협의당사국회의(ATCM)에서 사무국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남극 탐험 계획 수립을 위해 사무국에 접촉해왔고, 이어 8월에도 아랍에미레이트(UAE)가 남극조약 가입을 위해 사무국에 절차를 문의해 왔다고 밝혔다. 신장된 국력을 투사하고자 하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남극활동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2022년 12월 ‘제1차 극지활동 진흥 기본계획’에 남극 내륙 활동 강화 등 중장기 전략을 담으며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적 관심을 구체화하고자 했다. 다만, 이 계획에 담긴 극지활동에 대한 국민관심도는 60대 이상에서 71.7%로 가장 높고, 40~50대 67.9%, 20대 55.9%, 만15~18세 미래세대에서 44.6% 순으로 미래세대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남극에 우리나라가 두개의 과학기지와 쇄빙연구선을 운영하며 과학연구를 수행하는 이유는 미래 변화 예측을 위한 목적이 상당히 크지만 정작 미래세대에서 관심도가 가장 낮은 것이 문제다.

남극에서 우리 과학자들이 빙하를 시추하고, 생태계 변화를 모니터링하며, 대기와 해양 환경을 관측하고 변화를 분석하는 이유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남극 환경 변화가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초래할지 예측하기 위함이다. 과거의 기체를 담고 있는 빙하를 분석해 과거 지구 환경을 복원하여 미래 지구 기온 변화를 예측하고, 남극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얼마나 높아질지, 바다로 흘러든 빙하 녹은 물은 해양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지구의 열 순환과 관련성이 깊은 해류 순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하는 연구 모두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연장 선상에서 또한 남극은 미래 기술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지난 2일 극지연구소는 남극에 스마트 관측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남극 환경은 혹한의 추위뿐만 아니라 자기장 영향으로 통신이나 무인기, 무인이동체 운용에 어려움이 있는 공간이다. 극지연구소와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등이 함께 남극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관측 시스템을 운용할 수 있는 극한지 통신 기술과 탐사용 로봇시스템 운용 기술 등을 개발한 것이다. 이러한 기술은 향후 우주탐사 등에 활용될 수 있어 기술적 측면에서도 미래를 위한 준비가 남극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남극은 과거만을 바라보며, 몇몇 국가들만 활동하는 정체된 공간이 아니다. 지구의 미래를 위해 관심 주제와 활동 주체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글로벌한 협력 공간 중 하나다. 그러나 1988년부터 시작해 36년째를 맞이한 우리나라 남극과학연구가 또다시 30년을 내다보기 위해서는 우리 미래세대의 관심과 지지가 꼭 필요하다. 미래세대는 남극이 초래한 변화를 피부로 더욱 느껴갈 세대이며, 다양해지는 남극 이슈를 이끌어갈 주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남극기지에 가서 1년을 월동연구대로 지낸다고 하면 대부분 우리가 왜 남극에 가야 하는지 질문을 많이 받는데, 이제는 우리의 미래세대 때문이며 지금의 작은 관심이 바꿀 우리의 미래 때문이라 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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