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과잉의 시대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3. 11. 6. 02: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우리 모두는 풍요로움을 꿈꾼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생산을 시작하는 영역은 과잉생산으로 몸살을 앓았고 기존 생산자들이 큰 타격을 입고 몰락하거나 퇴출되는 과정을 거치게 됐다.

중국과 비교하면 우리는 기술과 산업생산에서 과잉보다 정치가 과잉인 사회인 것 같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우리 모두는 풍요로움을 꿈꾼다. 모자람이 없는 넉넉함은 오랫동안 인류가 꿈꾼 이상이었다. 그렇기에 능력과 기회만 있다면 더 많은 것을 만들고 소유하고자 하는 것은 본능이 돼왔다. 산업혁명과 기술혁명의 시대를 거치면서 과잉생산이라는 혹독한 경험을 하도록 만들었다. 주기적인 공황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은 자본주의의 수정과 변화를 가져왔고 사회주의라는 대안적 체제가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20세기 후반 기술의 발전과 중국의 세계 시장 편입은 인류에게 풍요로움을 가져다줬다. 하지만 중국의 급속한 성장은 누군가에게는 재앙이 됐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생산을 시작하는 영역은 과잉생산으로 몸살을 앓았고 기존 생산자들이 큰 타격을 입고 몰락하거나 퇴출되는 과정을 거치게 됐다. 처음에는 제3세계 국가간 경쟁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여겼지만 점차 중국 산업이 성장하면서 선진국들의 전유물로 생각한 영역에서도 이러한 일이 반복됐다. 특정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계획과 의지에 따른 시장의 형성과 기업의 경쟁적인 투자로 철강, 태양광패널 등 시장은 과잉생산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지만 살아남은 중국 기업들은 이 과정에서 지속적인 기술발전과 비용절감을 통한 압도적 경쟁력을 갖게 됐고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최근 이차전지 분야에서도 이러한 일이 반복된다. 중국 이차전지 시장은 상대적으로 저가인 전력저장용 이차전지, 그리고 고가인 자동차용 이차전지로 구분됐다. 이 가운데 전력저장용 이차전지 시장의 과잉생산은 심각한 상황이다. 수요는 1200GWh 수준인데 비해 생산능력은 4800GWh에 이른다. 이로 인한 경쟁은 가격인하와 기술개발을 가져왔고 결과적으로 전력저장용 이차전지가 자동차용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했다. 삼원계, 인산철 모두 600~800㎞의 주행거리를 보장할 수 있는 단계로 진입하면서 중국 전기차 가격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으며 이는 전기차 수출확대로 이어졌다. 주행거리의 성능격차가 줄어들자 중국 기업들은 충전시간을 줄이기 위한 경쟁에 나섰으며 10분 충전에 400㎞ 주행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가격인하 경쟁 중에 등장한 나트륨전지는 여전히 내연기관 자동차에 사용되는 납축전지 시장을 노린다. 과잉생산이 가져오는 기술혁신과 시장확대가 중국 시장과 산업계에서는 계속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중국과 비교하면 우리는 기술과 산업생산에서 과잉보다 정치가 과잉인 사회인 것 같다. 모든 것이 정치적 유불리로 판단되며 정치적 입장이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경향이 강해진다. 산업의 과잉은 기술발전과 가격하락이라는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지만 정치의 과잉으로 인한 결과물은 대립과 갈등의 일상화일 뿐이다. 정치의 과잉은 역설적으로 경쟁의 약화와 축소로 이어지면서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정치적으로 경쟁을 제한하거나 진입을 차단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산업과 기술경쟁력은 점점 중국에 뒤지고 있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