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86세의 총기 인질극… ‘노인을 위한 나라’
무연고 유골 늘고 정부가 장례
“가족이 없는 셈치고 대책 마련”
우리나라도 반면교사 삼아야
지난달 31일, 일본 사이타마현 와라비시 한 우체국에서 인질극이 벌어졌다. 총기를 소지한 범인은 미처 피하지 못한 여성 직원 2명을 인질로 삼아 경찰과 대치하다 체포됐다. 이 일을 벌이기 전 그는 같은 현 도다시에서 병원을 향해 총을 쏴 의사 2명을 다치게 했고, 그 전에는 자기 집에 불을 질렀다. 총기 사건이 극히 드문 나라에서 여기에 더해 인질극까지 벌어져 일본 사회가 크게 놀랐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건 범인 스즈키 쓰네오가 86세의 노인이었다는 점이다.
초고령사회 일본에 드리운 고독, 고립의 그림자가 짙다.
스즈키의 범행 동기는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혼자 살며 커진 고독감이 배경이 되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누군가와 소통, 교류하며 자신이 가진 부정적 감정을 해소해 가는 게 일반적인 삶의 방식인데 함께 사는 가족이 없고, 사회생활마저 쉽지 않았던 고령의 스즈키는 그러지 못했을 것이라는 짐작은 어렵지 않다. 75세의 한 여성은 A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스즈키의) 마음속에 상당한 뭔가 있었던 게 아닐까. 누가 됐든 함께하고 싶은 나이”라고 말했다. 1인 고령자 가구의 증가는 전체 범죄 건수가 줄어드는 경향임에도 고령자 범죄는 늘어가는 일본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21년 기준 범죄자 중 고령자 비율은 23.6%였다.
정부, 지자체의 장례비 부담, 무연고 유골의 증가는 죽음에마저 드리운 고독의 징표다. 길었던 삶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이 한 명이 없어 땅속에서마저 외롭다.
일본 총무성은 총인구 1억2442만명 중 80세 이상이 1259만명으로 10.1%를 차지했다는 조사 결과를 지난달 발표했다. 일본인 10명 중 1명이 80세 이상이라는 의미다. 75세 이상 인구는 내년이면 한층 늘어난다. 아사히는 “75세 이상 인구는 전년 대비 72만명이 증가한 2005만명으로 처음으로 2000만명을 넘었다”며 “단카이 세대(1947∼1949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내년 이후 모두 75세 이상이 되기 때문에 ‘고령자의 고령화’는 더욱더 진행된다”고 분석했다.
적지 않은 노인들이 가난하게 살고 있다는 점 때문에 고령화를 더욱 걱정스럽게 바라보게 된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올해 1∼7월 생활보호 신청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연속으로 증가했고, 이들 중 56%가 고령자 가구였다. 생활보호 신청 고령자 중 90% 이상은 혼자 살고 있다고 한다.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두고 한 전문가는 아사히에 “가족의 존재를 전제로 해서는 대응이 어려운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짚었다.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야 두말하면 입 아프지만 가족이 없는 셈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보다 촘촘하게 ‘노인을 위한 나라’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의미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님을 우리는 잘 안다. 2025년이면 한국은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고령자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중은 35%로 예측되고 있다.
강구열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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