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4조원 융자, 공매도 일시 중단 같은 포퓰리즘 색채 짙은 정책이 연일 쏟아져 우려스럽다. ‘약자 배려’를 앞세우지만 시장 신뢰와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사회적 자원의 낭비를 불러올 수 있어서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분위기 반전을 위해 보수 여권마저 야당의 고질병이던 포퓰리즘으로 치닫는 모양새라 더 걱정이다.

소상공인 대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거론한 소상공인 대환대출과 4조원 저리융자는 잘만 운용하면 의미 있는 서민·상생 금융정책이다. 하지만 옥석을 가리지 않는 지원에 방점이 찍힌다면 큰 후폭풍을 부를 공산이 다분하다. 사업 유지가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주는 무차별 저리 대출·대환이 자칫 ‘좀비 사업자 연명’과 ‘자영업 생태계 왜곡’을 고착화할 수 있어서다. 성실 사업자에게 지원해야 할 재원이 엉뚱하게 낭비될 개연성도 크다. ‘저신용자에게 저금리, 고신용자에게 고금리로 대출하라’던 문재인 정부의 반시장적 강압과 얼마나 다른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대목이다.

포퓰리즘 정책의 정당성을 위해 ‘소상공인을 수탈하는 악덕 기업’으로 금융사를 낙인찍는 행태도 과도하다. 윤 대통령은 ‘종노릇’ ‘갑질’ 등 격한 말로 은행을 비난했지만 부적절하다. 금융업 독과점이 의심된다면 인허가를 확대하고, 담합이 의심된다면 단호한 법적 대처에 나서면 된다. ‘횡재세 도입’까지 거론하며 압박하는 행태는 시장 규범과 원칙을 부정하는 과도한 대응이다. 일시적 이익 증가가 있다고 해도 ‘사회공헌 확대’를 강요한다면 퇴행적 관치금융이다. 손실나면 메꿔주지도 않는 마당에 이익만 세금으로 회수하겠다는 발상은 시장의 경쟁 원리를 부정하는 것일 뿐이다.

여당이 개미투자자들을 의식해 ‘한시적인 공매도 전면 중단’으로 방향을 잡은 것도 걱정스럽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불법 공매도를 막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즉흥적인 전면 중단은 오히려 개인투자자에게 큰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적발된 시세조종은 대부분 공매도 금지 종목에서 이어졌고, 외국인 투자자 반발도 불을 보듯 뻔하다. 거대 야당에 이어 자유를 내세워온 정부·여당마저 포퓰리즘으로 나라의 미래와 다음 세대의 삶을 위협할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