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잘 알아”… ‘외교’ 앞세운 바이든의 재선 도전 [UPDATE 2024]

김은중 기자 2023. 11. 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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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선이 1년 넘게 남았지만 미국은 벌써 ‘선거 모드’로 전환했습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이 선거가 한국의 안보와 정치·경제·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우리는 피부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격주로 뉴스레터를 연재하며 지면 제약으로 다루지 못한 대선 관련 심층 뉴스를 전달드리고, 나중에는 선거 실황도 중계합니다. 뉴스레터 구독만으로 대선과 미국 정치의 ‘플러스 알파’를 잘 정리된 형태로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섯 번째 시간인 오늘의 주제는 ‘외교에 진심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에 관한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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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18일 텔아비브에서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을 갖고 있다. /AFP 연합뉴스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최대 약점은 80세가 넘는 나이입니다. 순발력 있게 국정(國政)을 끌고 나가기 어려울 거라는 이른바 ‘고령 리스크’죠. 제가 쓰고 있는 뉴스레터의 첫 화에서도 다룬 적이 있고 아마 내년 선거 당일까지 계속 얘기가 나올 겁니다.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보면 엄청난 경륜을 갖고 있다는 뜻도 됩니다. 바이든이 연방 상원의원에 처음 당선된 것이 1973년, 그의 나이 29세였습니다. 무려 반세기가 넘게 정치인으로 살면서 상원의원(36년), 부통령(8년), 대통령(약 3년)을 두루 지냈어요. 다른 후보들이 따라가려야 따라갈 수 없는 역대급 ‘스펙’입니다. 특히 상원에서 두 차례에 걸쳐 4년 동안 외교위원장을 지냈고, 다수의 세계 지도자들과 교류하며 친분을 쌓아왔습니다.

바이든의 재선 캠페인은 이런 측면을 부각할 생각인가 봅니다. 지난 70년 동안 전후(戰後) 세계질서의 핵심 축이었던 유엔 체제가 흔들리고 국제법이 무시당하며 세계 곳곳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이 심상치 않은 시기에 외교를 잘 아는 미국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거죠. 바이든은 지난 9월 뉴욕에서 열린 한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저는 뭘 해야 할지 너무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 짓을 오래, 아주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이죠.” 미국 대통령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는 외교·안보 분야에선 자신만한 ‘즉시 전력감’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측근인 크리스 쿤스 연방 상원의원(오른쪽)이 지난해 4월 의회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재선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도 최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든 바이든은 그 어떤 후보보다 주요 지도자들을 많이 다뤄본 경험이 있다” “전세계인들에게 두루 신망 받는 지도자가 있다는 건 미국 국민들에게 중요한 일이고 (2024년 대선에서) 그들이 결정을 내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러시아의 푸틴이나 북한 김정은을 공개적으로 칭찬하기도 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파괴자(disruptor)’라 칭하며 “평균적인 미국인들은 이런 대통령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죠.

선거 캠페인 측면에서 보면 외교를 앞세우는 게 나쁘지 않은 전략일 수 있습니다. 정상회담 같은 이벤트를 통해 ‘대통령다운(presidential)’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할 수 있고요. 유엔총회 등에서 거창한 연설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같은 가치를 과시하며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릴 수도 있습니다. 현직 대통령만이 누릴 수 있는 프리미엄이죠. 그런데 막상 외교에 관심이 없거나 문외한인 유권자들도 많다는 게 문제입니다. 선거의 승부를 결정짓는 건 경제, 그러니까 물가나 기름값같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들이란 반론이죠. 바이든만큼이나 외교에서 잔뼈가 굵었던 조지 H.W 부시 대통령은 외교 경험이 전무했던 40대 중반의 빌 클린턴(당시 아칸소 주지사)에게 패배해 재선에 실패했습니다. 여기에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날이 갈수록 미국인들의 고립주의 성향이 짙어지고 있어요. ‘우리도 먹고살기 힘든데 더 이상 세계 경찰 노릇 그만하자’는 거죠.

이달 4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친(親)팔레스타인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 충돌이 양극화된 미 정치 지형을 갈라놓는 또 다른 요소로 떠올랐다. /AP 연합뉴스

혹자는 “외교는 어음이지만 국내 정치는 현찰”이라고 했습니다. 외교가 겉은 화려해 보이지만 내실은 없을 수 있다는 거죠. 지금 열심히 해도 그 과실을 누리는 건 다음 , 다다음 지도자가 될 수도 있는 거고요. 한국의 경우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9월 유엔총회 때 기네스북에 오를 기록까지 세워가며 외교에 진심인 모습을 보였지만 선거나 지지율에는 오롯이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바이든은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이 ‘미국과 무슨 상관이냐’라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의 성공이 우리 국가 안보에 너무 중요(vital)하다. 테러리스트와 독재자들이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더 많은 죽음과 파괴를 초래한다고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까지 일단 ‘판’은 깔렸습니다. 외교에 진심인 바이든이 진면목을 발휘할 시간이죠. 그런데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피로감이 가중되는 상황이고 이스라엘을 놓고도 상당수 미국인들, 특히 젊은 세대가 예전 같은 절대적 지지를 보내고 있지는 않고요.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친(親)이스라엘이냐 반(反)이스라엘이냐 하는 문제가 안 그래도 양극화로 점철된 미국 사회를 갈라놓는 또 하나의 요소가 됐다”라고 했습니다. 미국이 중재자를 자처하고 나섰지만 지지율도 미동인 상황이고요. 재선에 도전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자신에게 유리하게 요리할 수 있을까요? 미국과의 외교과 국익에 직결되는 우리도 두 눈 부릅 뜨고 지켜볼 일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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